전통 언론은 '나꼼수'가 될 수 없다
[언론다시보기] 주정민 전남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2.29 15:2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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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민 전남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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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 팟캐스트 방송인 ‘나는 꼼수다’가 초절정의 인기를 얻고 있다. 이른바 ‘나꼼수’로 불리는 이 방송은 매회 평균 600만 건의 청취 횟수를 기록하고 있고, 진행자들이 여는 대중 집회에는 수만 명의 사람이 몰려들고 있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치인과 정당조차 ‘나꼼수’를 통해 정치적 입지를 확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다.
‘나꼼수’는 매회 새로운 폭로성 기사를 쏟아 내고, 새로운 의혹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관심을 끌고 있다. 자유로운 대담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방송 도중 욕설을 통해 특정 사건이나 인물을 꼬집는 등 기존 언론과는 전혀 다른 형식과 내용을 제공한다. 전통 언론이 저널리즘의 원칙으로 고수해 온 공정성, 객관성, 사실성 추구와는 거리가 있다.
‘나꼼수’가 인기를 끄는 이유는 무엇일까? 폭로성 기사가 제공해 주는 정보 갈증 해소, 진행자들의 거침없는 언변이 주는 카타르시스와 재미만으로는 설명이 부족하다. 좀 더 체계적이고 그럴듯한 설명이 필요하다.
개혁확산이론으로 유명한 에버릿 로저스는 ‘나꼼수’와 같은 새로운 미디어가 사회구성원들에게 확산되기 위한 다섯 가지 조건을 제시했다. 기존 미디어에 비해 ‘상대적 이점’이 있어야 하고, 사회구성원들이 수용 가능하도록 ‘적합성’을 띠어야 한다. 이용이 ‘복잡’하지 않아야 하고,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시험 가능성’을 구비해야 하며, 주변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관찰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나꼼수’는 기존 언론과 다른 형식과 내용으로 이용자에게 상대적인 만족을 주고 있다. 기존 언론이 저널리즘의 원칙이라는 엄격한 틀 안에 갇혀 기존의 관행을 답습하는 동안 ‘나꼼수’는 새로운 방식과 정보로 청취자를 즐겁게 했다.
‘나꼼수’는 주요 청취계층의 가치와 신념에 적합한 내용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무엇보다 청취자들이 가정했던 정보를 여러 단서와 함께 사실처럼 제공하고, 권력과 자본에 대한 신랄한 비판을 통해 대중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있다. 청취자들의 입에 딱 맞는 내용을 통해 욕구불만을 해소하고 대리만족을 주고 있다.
인터넷과 스마트폰의 확산으로 언제 어디서나 ‘나꼼수’를 편하게 들을 수 있다. 새로운 내용이 업로드되면 ‘나꼼수 알리미’와 같은 애플리케이션이 이를 알려주기도 한다. 청취자들은 언제 어디서나 방송 파일을 내려받아 편리하게 청취할 수 있다.
매회 새로운 정보를 제공해 사람들의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도 ‘나꼼수’의 특징이다. 스마트미디어와 팟캐스팅이라는 새로운 미디어와 이전과 기존 언론과 다른 이용방식은 사람들의 도전의식을 자극해 이용을 촉진하고 있다. 감히 넘볼 수 없는 자본과 권력에 대해 거침없는 비판을 통해 청취자들에게 새로운 궁금증을 자아내게 한다.
‘나꼼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 매회 방송이 진행될 때마다 새롭게 제공되는 내용도 사람들 사이에서 화젯거리다. 방송내용을 모르면 대화에서 소외되고,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처럼 보인다. 어디에서나 ‘나꼼수’에 대해 한마디 할 수 있어야 하는 환경에서 청취자들 스스로 방송을 찾아 듣는 팬이 된다.
방송의 시청률이 하락하고 신문의 구독률이 떨어지는 현실에서 ‘나꼼수’의 인기는 기존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대 변화를 좇아 ‘저널리즘’의 원칙을 버리고 과감하게 변신을 시도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거대한 공장에서 찍어내는 물건과 같은 판에 박은 듯한 기사에서 벗어나 공과 사의 영역과 준법과 탈법의 영역을 마음대로 드나들며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것이 언론의 사명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나꼼수’는 하나의 대안언론이다. 기존의 언론이 제공하지 못하는 것을 대신 제공해 주는 다양한 미디어 중의 하나이다. 특정 유형의 언론이 청중의 인기를 얻는다고 해서 기존 언론이 그동안의 역할을 버리고 인기를 좇아 변화를 시도하는 것은 정도가 아니다. 다양한 언론이 존재해야 건강한 민주주의가 꽃핀다는 것은 동서고금의 진리라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단지 기존언론이 놓쳐서는 안 되는 점은 ‘나꼼수’의 인기가 보여주는 시대 변화와 민심의 흐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