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DNA 장착한 저널리스트 필요
[언론다시보기]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3.14 15: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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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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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겨울 방학기간 동안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대학생들을 위해 저널리즘 스쿨을 개설해 운영했다. 저널리즘 스쿨은 ‘디지털 DNA를 지닌 저널리스트’ 양성을 표방하고 소셜 미디어 등 각종 디지털 도구교육과 함께 IT산업계 동향을 중심으로 취재와 글쓰기 교육을 실시했다.
예비 저널리스트 교육에 직접 나선 것은 디지털 미디어의 상승세에 대해 십수년째 제대로 대응을 못하고 있는 기존 언론계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기 때문이다. 특히 현 도제방식 저널리스트 양성시스템으로는 저널리즘의 미래에 희망조차 걸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지구촌 뉴스 시장은 오래전부터 ‘디지털 DNA’를 장착한 저널리스트를 요구하고 있다. 스마트폰, 태블릿, 노트북으로 무장한 전 세계 뉴스 사용자들은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시간에 다양한 스크린(N스크린)을 수시로 넘나들면서 뉴스를 이용하고 있다. 뉴스 사용자에게 이제 종이 신문이나 TV는 N스크린 중 하나일 뿐이다.
뉴스 사용자들은 또 텍스트로 표현한 콘텐츠에 만족하지 않는다. 그래픽, 비디오, 사진, 3D 등 다양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기기를 원한다. 이들은 무엇보다 뉴스 소비자에 만족하지 않고 이슈에 따라 뉴스 생산자와 유통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고 있다.
‘위키노믹스’ 저자인 돈 탭스콧은 2009년에 펴낸 ‘디지털 네이티브’에서 말을 배우기 전부터 휴대폰과 마우스를 갖고 놀면서 자란 세대를 ‘디지털 원주민’이라고 표현했다. 그들의 부모세대는 성인이 되고 나서 디지털 도구를 익힌 ‘디지털 이주민’이다. 디지털을 머리로 익힌 세대인 셈이다.
탭스콧에 따르면 지구촌의 정치, 경제, 문화 주도권은 디지털 원주민의 손으로 넘어가고 있다. 이런 흐름에 저널리즘이 제대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저널리스트들이 인터넷뿐만 아니라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은 새로운 디지털 도구를 취재에 자유자재로 활용할 줄 알아야 한다.
또 실제 공간 못지않은 취재 현장으로 떠오른 소셜 미디어 공간의 메커니즘과 문화를 제대로 알아야 뉴스를 온전하게 다룰 수 있다. 아랍의 재스민 혁명, 미국의 월가 시위 등 소셜 미디어 공간이 만들어내는 정치, 경제, 문화적 현상은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운 뉴스 현장이 된 지 오래다.
하지만 현장 저널리스트의 디지털 능력과 마인드는 인터넷 보급시기인 1990년대 중반에 비해 별로 나아진 게 없다. 대부분의 현장 저널리스트들은 스마트폰을 사용하지만 스마트폰이 다양한 기능을 취재에 응용하는 데 익숙하지 못하다.
또 트위터와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 미디어 공간에 자기 얼굴을 드러내고 뉴스 사용자들과 소통하는 것에 소극적이다. 심지어 일부 저널리스트들은 소셜 미디어 공간을 전통 저널리즘을 훼손하는 위험 요소로 인식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 격차(Digital Divide)’라는 용어가 유행했다. 디지털 도구를 잘 다루는 층과 그렇지 못한 층 사이의 소득 및 정치 참여 격차를 설명하는 용어였다. 이제 용어를 뉴스 시장의 사용자와 생산자를 설명하는 데 써야 할 판이다. 디지털로 무장한 뉴스 사용자와 여전히 아날로그 영역에 머물러 있는 기성 저널리스트의 디지털 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테면 ‘나꼼수’가 지난해 서울시장 선거에서 한창 여론의 중심에 올랐을 때 ‘나꼼수’를 한번도 듣지 않았고 이용 방법도 몰랐던 데스크와 기자가 ‘나꼼수’현상을 취재하고 이를 기사화하는 상황이 전개됐다. 소셜 미디어 공간에서는 이런 뉴스는 아예 화제가 되지 않거나 놀잇감이 될 가능성이 높다.
지구촌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연결하는 디지털 공간은 옳고 그름의 판단 대상이 아니라 물과 공기와 같은 기본 환경이며 현실 그 자체다. 저널리스트가 디지털 공간과 디지털 원주민에 대한 비판에 앞서 도대체 어떤 세계인지를 체험하고 깊이 이해하는 일을 머리가 아닌 손으로 직접 해야 한다. 아울러 미래 저널리즘의 주역들인 디지털 원주민 세대가 그들의 디지털 능력과 마인드와, 저널리즘의 가치와 비전을 접목시킬 수 있는 새로운 교육 시스템을 언론계가 함께 만들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