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과 이란 핵의 '6자회담'

[스페셜리스트│국제]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국제국


   
 
  ▲ 김성진 연합뉴스 기자·국제국  
 
북미간 ‘2·29 합의’로 북미관계가 빠르게 진전되는 느낌이다. 양국이 우라늄 농축 동결조치와 식량(영양) 지원을 맞바꿨다. 반면 이란 핵문제는 지난 몇 주 동안 이스라엘이 계속 공습 가능성을 흘려 언제 전쟁이 터질지 모르는 상황이다. 국제유가는 이에 따라 요동친다. 한반도 문제는 안정화되는 국면이지만 중동의 이란 문제는 언제 폭발할지도 모르는 시한폭탄과 같다.

시계바늘을 조금만 더 돌려보자. 1994년 1차 북핵 위기가 발생했을 당시 빌 클린턴 미 대통령은 북한의 영변 핵시설을 폭격하려고 했다. 정작 한국은 미국의 대북 정책과정에서 배제된 채 한반도에 일촉즉발의 전운이 감돌았다. 그러나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의 전격 방북과 김일성 주석 면담을 계기로 대화 분위기로 돌아서 결국 그해 제네바 기본합의로 북핵 위기가 봉합됐다.

2차 북핵 위기는 아들 부시 행정부 때 발생했으나 아프가니스탄, 이라크 전쟁을 수행하는 미국의 여건과 중국의 부상에 따라 2003년 6자회담이 출범하게 됐다. 부시 행정부 말기에 ‘검증 문제’로 중단된 6자회담은 현재 북미간 대화 분위기를 계기로 조만간 다시 열릴 것으로 전망된다.

2002년부터 불거진 이란 핵문제도 나름 6자회담이 있다. 여기서 6자회담은 이란을 상대로 한 ‘주요 6개국’을 말한다. 주요 6개국은 5개 유엔 안보리 상임이사국(P5)과 독일을 말한다. 이들 6개국이 이란과 마지막 대화를 한 것은 1년여 전 터키 이스탄불에서였는데 아직 별다른 성과가 없다. 주요 6개국이 다시 한번 이란과 대좌할 것이라고는 하지만 러시아와 중국은 서방의 일방적 대(對) 이란 제재에 불만을 품고 있어 6개국 내 단합에 문제가 있다.

돌이켜보면 6자회담이 활성화되지 않고 있는 때에 남북관계도 경색돼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전이 벌어졌다. 다시 말해 6자회담이 북핵 문제를 다루는 데 있어 나름 안전판의 역할을 했다고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6자회담에서는 남북이 싫든, 좋든 계속 대화 참여자의 일원으로 접촉하게 돼 있다. 반면 이란 핵문제와 관련해 전쟁의 북소리를 울려대는 이스라엘은 정작 주요 6개국에 들어와 있지도 않다. 이스라엘과 이란은 서로 으르렁댈 뿐 만나서 대화할 계제도 안되는 것이다.

북한은 다음달 김일성 생일 100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축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작년 김정일 국방위원장 사망에 따른 현재 대미 유화국면은 1차 핵위기 당시 김일성 주석 사망에 따른 대미 유화국면과 맞물려 있다. 미 오바마 행정부는 오는 11월 대선을 앞두고 최소한 이란에서 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는 한편 북핵 문제도 안정적으로 관리할 뿐 아니라 모종의 외교적 성과를 꾀하고 있다. 북미 양국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는 대목이다. 그러나 북한은 일부러 남한 당국을 소외시키고 우리의 인도주의 지원마저도 ‘분배 검증’ 조건이 달린 것은 안 받겠다는 등 전형적 ‘통미봉남’ 전술을 쓰고 있다.

우리 정부는 이런 상황에서 6자회담 재개에 대한 ‘주도적’ 역할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 남북대화라는 정면이 안되면 6자회담이라는 측면이라도 뚫어야 한다. 북에 대화를 구걸할 필요는 없지만 4월 총선, 12월 대선을 앞두고 남북관계를 적어도 안정적으로 가져가야 한다.

최근 북미 합의를 놓고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에 재미있는 만평이 실렸다. 북한의 김정은(당 중앙군사위 부위원장)이 ‘식량지원을 대가로 핵무기 실험을 더 않겠다’는 문구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이다. 북한의 허실을 제대로 포착한 촌철살인의 만평이다. 북한은 강성대국이니, 핵보유국이니 외쳐대지만 겨우 미국의 식량지원을 대가로 핵실험을 중단하겠다고 한 것이다. 할아버지 김일성 주석 말기부터 이어진 식량난조차 3대째 해결이 안되고 있다. 이란 핵문제에 비해 북핵 문제가 상대적으로 안정돼 있는 지금 이명박 정부나, 차기 정부나 적극적 인도주의 지원을 바탕으로 자신감을 갖고 대처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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