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대에도 변함없는 AP의 가치 '정확·공정·독립'

[글로벌 리포트│미국] 성기홍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 성기홍 연합뉴스 워싱턴 특파원  
 
최근 수년간 미국 언론계 경영의 화두는 디지털 시대에 적응하는 변화였다.
경제위기로 메이저신문까지 적자에 내몰릴 지경이 되며 종이신문 산업의 변신 몸부림은 더욱 부각됐다.

지난해 3월 뉴욕타임스가 웹사이트 기사 유료화를 시작했고 스마트폰, 페이스북, 태블릿 PC 등 SNS와 모바일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것도 디지털 적응 전략이다.

공영방송 NPR의 ‘R’은 여전히 라디오를 뜻하는 머리글자이지만 NPR은 과거처럼 라디오에만 머물지 않고 웹사이트, 태블릿PC, 스마트폰 등을 통해서도 뉴스를 전하는 멀티플랫폼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뉴스통신사 AP통신의 새 CEO를 영입하는 과정은 미국 언론들이 꾀하는 변혁의 지향점과 기준이 ‘디지털 시대 적응’이라는 점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뉴욕에 본사를 둔 AP통신은 직원 3700명 중 3분의 2가 기자이며, 미국 전역은 물론 전 세계 300여 곳에 지국을 두고 지구촌의 뉴스를 커버하고 있다. 세계 인구의 절반이 매일 AP통신이 생산한 기사를 보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막강한 언론사이다.

지난 1월23일 톰 컬리 사장이 퇴임 의사를 밝히자 AP 이사회는 곧바로 새 CEO 선임 절차에 착수했다.
이사회는 1월26일 “톰 컬리 시대 AP는 디지털 시대에 훌륭하게 적응하는 변신을 해왔다”며 그의 뒤를 이을 ‘디지털 시대 변혁 적임자’를 선임 기준으로 명시했다.

9년 동안 AP를 이끈 컬리 사장은 전통적 뉴스매체인 신문산업의 하락으로 AP통신도 재정난에 직면하자 직원을 줄였지만 디지털 혁명시대에 생겨난 새로운 뉴스 시장을 놓치지 않았다.

뉴스 공급처의 구조조정을 꾀하면서 전통 고객인 신문사로부터의 수입 비중을 현저히 낮추는 대신 사진, 영상 등으로 뉴스 콘텐트를 다각화하고 모바일, 스마트폰 기반 서비스 등 다양한 뉴스 플랫폼을 만들면서 위기를 돌파했다. 결과적으로 톰 컬리 시대 AP의 전체 수익은 증가했다.

AP 이사회는 3월21일 새 사장으로 게리 프루잇 매클라치 미디어 그룹 CEO 겸 회장을 선임했다.
AP 이사회는 “프루잇은 AP를 디지털 뉴스 컴퍼니(Digital News Company)로 계속 변화시켜갈 적임자”라며 “변화하는 뉴스 산업 세계에 깊은 경험이 있고, 날카로운 비즈니스 감각을 갖추고 있으며, AP통신에 주어진 새 과제를 너무나 잘 이해하고 있다”고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프루잇은 2001년부터 미국 내 30개 일간지를 발행하는 신문그룹 맥클라치의 회장으로 경영을 총괄해왔고 9년 동안 AP 이사회 멤버로서 AP통신의 경영구조도 잘 아는 언론인이다.

특히 그는 매클라치 부사장 시절 온라인 전략을 총지휘했고, 2011년 매클라치 계열신문사들의 전체 매출액 13억 달러 중 20%가량인 2억 달러를 디지털 광고에서 거둬들이는 등 디지털 분야에서 탁월한 경영 수완을 발휘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프루잇은 “컬리 사장은 디지털 시대에 AP를 지속적으로 성장시켜 나갈 길을 찾은 경영자”라고 전임자를 평가한 뒤 “앞으로 디지털 플랫폼, e-커머스 모델과 영상 서비스 확대를 통해 기존의 신문, 방송 고객은 물론 새로운 성장하는 고객까지 다가갈 것”이라며 AP통신의 성장과 혁신을 다짐했다.

하지만 AP통신은 디지털 혁신을 추구하면서도 ‘가장 신뢰받는 뉴스 소스로서의 글로벌 역할’을 유지한다는 창사 이래의 대원칙과 가치는 한 치도 양보하지 않고 있다.

퇴임하는 컬리 사장은 “AP통신은 플랫폼과 뉴스 생산 방식을 변화시켜야 하며 내부 경영체제를 시대 흐름에 맞춰 바꿔야 한다”면서 “그러나 AP의 임무는 166년 동안 변하지 않았으며, 바로 그것이 궁극적으로 AP를 말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바로 그 임무는 AP가 만들어진 1846년부터 일관되게 추구해온 3대 가치, 정확(Accuracy), 공정(Fairness), 독립(Independence)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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