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새노조 "CCTV 불법사찰" 사측 고발

"노조 사무실.조합원 활동 감시"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CCTV를 통한 노조 불법 사찰’ 의혹을 제기하며 김인규 사장을 검찰에 고발했다.


KBS본부는 28일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사측이 CCTV를 통해 불법 사찰과 정당한 노조 활동을 심각히 위협하는 부당 노동행위를 자행하고 있다”며 김인규 사장과 신호길 KBS 안전관리실장, 최우식 안전관리팀장을 개인정보보호법 위반과 부당 노동행위 혐의로 고발한다고 밝혔다.

노조가 제시한 CCTV 사찰 증거는 크게 두 가지. KBS본부는 이날 검찰에 제출한 고소장에서 “지난 3월 6일 노조가 쟁의행위에 들어가자 ‘시설 안전 및 방호 목적’으로 설치된 CCTV를 ‘노동조합 활동을 감시할 목적’으로 노조 사무실 정면을 비추도록 임의로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KBS본부에 따르면 노조 사무실이 위치한 KBS 연구동 맞은편 4층 꼭대기에는 주차장 관리와 시설물 보호 목적으로 CCTV가 설치돼 있는데, 이 CCTV는 평소 주차장 방면을 비추고 있었다. 그런데 노조가 지난 6일 파업에 들어가자 주차장을 촬영하던 CCTV가 노조 사무실 출입구 정면을 비추도록 방향을 바꾸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이 같은 사실이 지난 21일 노보를 통해 공개된 직후 CCTV는 다시 주차장을 향해 방향을 틀었다.



   
 
  ▲ 전국언론노조 KBS본부가 28일 오후 1시 30분 서울남부지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CCTV 불법 사찰' 의혹과 관련해 김인규 사장 등을 검찰에 고발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KBS측은 “도난 사건이나 차량 훼손 등을 감시하기 위해 CCTV가 360도 회전하며 곳곳을 촬영하고 있다”며 사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나 노조는 “지난해 제정된 개인정보보호법에 따르면 CCTV를 ‘다른 목적으로 임의 조작할 수 없다’라고 돼 있다”며 “엄연한 사찰과 명백한 범죄”라는 주장이다.

지난 2010년 6월 촬영된 CCTV 사진도 논란이다. KBS본부는 당시 파업을 앞두고 노조 행사 포스터를 붙이고 있던 조합 간부 4명을 촬영한 CCTV 사진을 공개하며 “사찰을 통한 인권 침해는 물론이고 정당한 조합 활동을 방해한 부당 노동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KBS측은 “지난 2010년 6월 25일 중앙노동위원회 최종 조정회의 때 조합측이 교섭 의지 없이 파업돌입을 서두르고 있는 증거를 중노위 조정위원이 요구하는 상황에서 조합 측의 불법 포스터 부착행위가 드러난 CCTV 캡처 사진을 공식적으로 중노위에 제출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일상적으로 운용되는 CCTV의 한 장면을 중앙노동위원회에 제출한 것을 놓고 마치 간부와 직원 개개인을 광범위하게 사찰한 것으로 부풀리고 매도하는 행위는 명백한 사실왜곡”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노조 측은 “당시 회사의 주장에 필요한 증거자료는 당시 사내 약 30매 정도 부착한 ‘이제는 총파업이다’ 포스터만 촬영해 제출해도 충분한 경우”라고 반박하며 “사측은 해당 CCTV를 목적 외에 사용했다고 스스로 인정하는 오류를 남겼다”고 꼬집었다.


   
 
  ▲ KBS본부가 공개한 2010년 6월 촬영된 CCTV 사진. KBS본부 간부들이 노조 행사 포스터를 붙이고 있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  
 
KBS본부는 이날 기자회견문을 통해 “김인규 시대는 가히 사찰의 시대”라고 성토했다. 이들은 “김인규 씨가 낙하산을 타고 KBS 사장으로 내려온 후 노동조합과 직원에 대한 ‘감시와 사찰’이 본격화됐다”며 “정보과 형사는 KBS를 제 집처럼 드나들고 있고 수백 대의 CCTV에서 수집한 자료는 매우 다양한 목적과 용도로 쓰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노조 간부 동선이 실시간으로 사측에 보고되고 있고 사무 공간 내부에도 곳곳에 CCTV가 설치돼 있어 사적인 영역 자체가 KBS에 존재하지 않는다”며 “일반 사업장에서도 있을 수 없는 일이 대한민국 국가기간 공영방송이라는 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것”이라고 개탄했다.

김현석 위원장은 “다른 곳도 아닌 언론사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부끄럽다”고 씁쓸함을 토로했다. 그는 “노조 활동은 물론 사장까지 사찰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심각한 사찰 행위들을 더 이상 방기하지 않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강성남 언론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민간인 사찰을 자행하는 정권에서 임명한 공영방송사 사장이 노조의 정당한 활동을 사찰하는 치졸한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하며 “김인규 사장은 이 같은 행위에 대해 사죄하고 검찰은 진실을 명확히 밝혀 처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이번 고발 사건을 맡은 신인수 변호사는 “CCTV 등 영상정보처리기기는 원래 설치된 목적에 따라서만 촬영돼야 하며 방호 목적이 아닌 노조 감시 수단으로 활용되어선 안 된다는 것이 개인정보보호법의 명백한 취지”라며 “일반 사기업에서도 보기 힘든 행위가 국민의 사생활을 보호하고 정당한 노조 활동의 자유를 수호해야 할 공영방송에서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검찰 수사와 재판을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냄으로써 노조 활동에 무감각했던 우리 사회에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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