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배가 된 축배 4개월
[언론다시보기]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4.04 15:3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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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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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편성채널인 TV조선이 야심차게 기획한 창사특집 드라마 ‘한반도’를 조기 종영했다. 당초 24부작으로 내보내려던 한반도를 18부작으로 6회분을 줄여 3일 종영한 것이다. 한반도의 조기 종영은 저조한 시청률에 따른 제작비 부담 때문으로 알려졌다.
100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한반도는 첫방송 때 시청률 1.649%을 기록했지만 지난달 19, 20일 방송분에선 0.7% 수준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 제작비 회수를 위한 마지노선 시청률로 산정한 2%를 단 한 차례도 넘지 못했다. JTBC의 드라마인 ‘빠담빠담’, ‘여자의 자격’ 등이 시청률 2%를 돌파하며 선전했다지만 전반적으로 저조한 시청률을 끌어올리기엔 역부족이다.
사태가 이렇다 보니 종편의 광고 매출액도 저조하다. 최근 광고대행업계가 집계한 2월분 4개 종편사 광고 매출액은 92억원으로 추산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1월(110억원)보다 더 떨어졌다. MBC 드라마 ‘해를 품은 달’이 단일 프로그램으로 180억원가량 광고 매출을 올린 것과 대비되는 수치다.
종편에 광고를 내려 계획했던 광고주들이 집행을 중단했다는 뜻이다. 이 같은 추세라면 앞으로 광고 매출액은 더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
종편 입장에선 허리띠를 졸라매지 않을 수 없게 됐다. 계획했던 대형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KBS, MBC 양대 지상파 TV가 파업으로 파행 중인 호조건(?)에서조차 시청률을 올리기엔 난망이다.
종편을 둘러싼 음울한 소식은 계속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 2월 ‘종편 개국과 방송 시장의 변화’ 보고서에서 4개사 평균 운영 적자가 올해 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BS투자증권도 최근 한신평과 비슷한 전망을 내놨다. 여기에 신건식 BS투자증권 연구원은 “제작비를 당초 각 사가 예상한 2000억원보다 낮은 1500억원으로 가정한 것”이라며 “방송 제작비를 2000억원으로 계산할 경우 적자폭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2015년까지 종편에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지 않는다면 종편 4개사 중 최소 한 곳은 자본잠식에 이어 영업 중단의 상황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잠시 시계바늘을 4개월 전으로 돌려보자. 작년 12월 1일 종편 4개사는 사이좋게 어깨동무를 하고 대대적으로 종편 채널 출범식을 가졌다. 4개 채널이 개국하면 한국 영상 매체의 판도가 급변하기라도 할 듯이. 하지만 개국 하루 전까지 유리한 채널 확보를 위해 피 터지는 경쟁을 벌이기까지 한 이들이 터트린 샴페인은 과연 축배였을까.
그때도 이미 국내 광고시장은 포화라 더 이상 나눌 파이가 별로 없다는 걸 아는 이는 다 알고 있었고, 종편들이 주장하는 ‘글로벌 미디어그룹’이 언감생심 가능하기나 한 건지 여부도 알 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었던 터다.
그럼에도 4개 보수 언론은 종편 출범을 강행했다. 제대로 된 준비나 리허설도 없이. 그래서 초기에 수다한 방송사고가 발생하는 등 각종 해프닝이 잇따랐다.
광고와 관련된 해프닝도 있었다. 한때 종편 채널은 광고주들에게 지상파 광고비의 70% 수준을 달라고 막무가내로 떼를 쓰기도 했다. 심지어 종편을 무더기 허가한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까지 나서서 재벌 임원들에게 종편 광고를 부탁할 정도였다.
종편이 출범한 지 겨우 넉달, 하지만 각사의 단세포적이고 근시안적인 종편 운영은 이제 고스란히 한국 언론 시장에 부담이 되고 있다. 게다가 자의든, 타의든 종편에 자본투자를 한 재벌, 또는 중견 기업들로서도 불만이 없지 않다.
종편 4개 채널은 이제 수다한 케이블 중 일부일 뿐 이렇다 할 특징을 발견하기 힘들다. 그런데도 현 정권과 여당은 신문법까지 날치기로 통과시키며 종편을 무더기로 허가해 줬다.
한국 언론계의 애물단지, 종편. 야당은 19대 국회가 구성되면 종편 무더기 인허가에 대한 국정조사 실시를 요구하기로 했다. 관련자들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는지 살펴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