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와 SNS, 가능성과 한계
[언론다시보기] 주정민 전남대 교수
주정민 전남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4.25 15: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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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정민 전남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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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9대 총선이 끝나고 선거에서 미디어의 역할에 대한 논의가 분분하다. 선거 시작시점부터 신문 및 방송과 같은 전통 미디어와, 트위터와 페이스북으로 대표되는 SNS의 영향력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선거기간 내내 전통 미디어의 영향력은 감소하고 상대적으로 SNS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선거 결과 전통 미디어는 예전과 동일한 수준의 역할을 수행한 반면 SNS는 예상보다 그 역할이 크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SNS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기대는 SNS가 전통 미디어가 생산하지 못하는 이슈를 발굴하여 유통하고, 이를 전통 미디어가 받아 다시 확산시키는 환류 시스템이 작동할 것이라는 데 기반했다. 무엇보다도 전통 미디어에 비해 동질적인 사람들이 신속한 네트워크를 통해 정보를 교환하는 SNS가 위력을 발휘할 것이라는 가정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들어맞지 않았다.
이번 선거에서 쟁점이 되었던 ‘한·미 FTA 폐기 논란’, ‘제주 해군기지 논란’, ‘민간인 불법사찰’, ‘나꼼수 진행자 막말 파문’과 같은 이슈를 발굴하여 사회적 관심을 야기한 이른바 ‘이슈 발화자’는 SNS가 아닌 전통 미디어였다. 또한 이들 이슈를 사회적인 문제로 만든 ‘의제 설정자’의 역할도 주로 전통 미디어가 담당했다. SNS는 이미 의제화된 내용에 대한 찬반 논의나 그에 따른 의견을 한정적으로 전파하는 데 그쳤다. 특정 이슈를 발굴하지도 못했고, 제기된 이슈를 이끌어내 쟁점화시키지도 못했다.
SNS가 의제발화자 역할을 하는 경우는 대부분 전통 미디어가 그 역할을 할 수 없는 환경에 국한된다. SNS는 언론 통제가 심한 국가에서 전통 미디어가 그 역할을 수행하지 않거나 혹은 기존 언론의 취재 범위권 밖에서 사건이 발생한 경우에 그 위력을 발휘한다. 다양한 기존 언론이 다양한 곳에서 자유롭게 활동하는 우리의 언론환경에서 SNS는 의제발화자 역할에 한계를 가질 수밖에 없다.
사회적 이슈를 만들어 해당 이슈를 여론화하기 위해서는 신뢰감 있는 매체가 일반 대중에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할 때 가능하다. 그래서 공정성과 객관성에 바탕을 두고 비교적 충실한 이용자에게 일관되게 정보를 제공하는 전통 미디어에 비해 동질적인 집단을 중심으로 사적인 커뮤니케이션 형태로 정보를 전파하는 SNS는 의제설정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기 어렵다. 이번 선거에서도 SNS 자체의 속성 때문에 그 역할과 기능에 한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분명하게 드러났다.
SNS는 이번 선거에서 투표행위를 유발하는 주요 수단으로 간주되었다. 이 때문에 정치지도자를 포함한 유명인들은 SNS를 통해 투표참여를 유도하였고, 이른바 ‘인증샷’ 보내기가 유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투표율은 다른 선거에 비해 낮았고, SNS를 통한 정보소통이 많던 후보나 정당이 선거에서 패했다. 이는 SNS의 영향력이 사람들의 행동유발을 야기하는 직접적인 요인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누구나 미디어가 일반인들의 행위에 영향을 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전통 미디어는 물론 SNS와 같은 뉴미디어도 개인의 행위에 직접 영향을 주기보다는 신념이나 태도를 확인하거나 보강하는 데 그치는 것이 그동안 검증된 사실이다. 미디어가 개인의 행위를 유발하기 위해서는 미디어에서 제공하는 정보가 개인의 가치와 신념 등과 일치해야 한다. 선거에서 SNS가 사람들의 행동유발에 막대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가정은 SNS의 속성과 개인의 행동 유발 메커니즘을 정확하게 이해하지 못한 성급한 판단이다.
연말에 있을 대선에서는 이번 총선보다 SNS의 영향력이 클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총선과 같이 지역단위에서 여러 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선거구조와는 달리 전국단위에서 서너 명의 후보가 경쟁하는 구조에서 SNS는 의제발화와 설정, 그리고 여론형성과 투표행위에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번 총선선거 결과에서 나타났듯이 기존 언론의 위력은 여전하고, SNS는 기존 언론을 보완하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 우리 언론의 구조와 현실이라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