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영언론 사장 국민참여형으로 뽑자

[언론다시보기]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KBS, MBC, YTN, 연합뉴스.
현재 파업을 하고 있거나 극심한 노사 갈등을 겪고 있는 매체들이다. 여기에 공영언론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파업이나 노사 갈등의 핵심은 비교적 간명하다. 무지인지, 무시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한 것은 사장이 민주언론 창달에 노력하기보다는 정권 나팔수로 왜곡 보도에 앞장서는 등 공정보도에 역행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에 더해 건전한 비판에 적극적인 기자와 PD를 압박하고 그들이 제작하는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자체검열에 몰두하고 있다.

그렇다면 작금의 공영언론 사태는 사장들에게 귀책사유가 있음이 확실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장을 선임한 주체들은 별문제 없다는 듯 묵묵부답이다. 한 공영방송의 이사회의 경우 노사 갈등 외에도 용처가 불분명한 물품 구입으로 무려 7억원 어치의 신용카드를 썼음에도 해당자의 사장 직무 수행에 별문제가 없다고 결론지었다.

상식적으로 봐도 문제투성이인 공영언론 수장, 후배 구성원들에게 존경은커녕 등을 떠다밀면서도 버티는 그들의 모습에선 분노를 떠나 안쓰러움마저 엿보인다.

이들 공영언론의 ‘문제적 사장’은 현 정권의 대선캠프 특보 출신, 대통령의 대학 후배, 대선특보 출신 사장안착 유공자 등이었다.

물론 선임절차는 있었다. KBS는 KBS이사회에서, MBC는 방송문화진흥회에서, 연합뉴스는 뉴스통신진흥회에서, YTN은 한전KDN, KT&G, 마사회 등 공기업 대주주들 주도로 각각 사장을 선임했다. 하지만 사장 선임 절차가 거수기식 요식행위라는 걸 아는 사람은 다 안다.

KBS이사회, 방송문화진흥회, 뉴스통신진흥회는 여당 성향 인사 중심으로 구성돼 애초에 표결처리가 불가능하게 돼 있다. 특히 연합뉴스의 경우 뉴스통신진흥회에서 후보자 1인을 점지해 보내면 연합뉴스 이사회에서 선임하게 돼 있다. YTN의 경우는 대주주 중 상당수를 차지하는 공기업에 정부의 의향을 사전 통보하면 상황 끝이다.

이 같은 비민주적 사장선임 시스템에 대해선 새누리당도 문제를 제기한 바 있다. 지난 2월 16일 새누리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은 “MBC 파업이 지속되고 있는데 KBS도 파업하려고 해 파행적으로 갈 수 있다는 우려가 굉장히 많다”며 “사장 선임부터 불신이 싹텄다”고 이명박 정부의 언론 정책에 문제를 제기했다. 상당수 비대위원들은 김 위원의 발언에 공감을 나타냈다. 이에 앞서 남경필 의원 등 쇄신파 의원들도 MBC 사태의 심각성을 공유, MBC 파업을 지지하는 의견을 내기도 했다.

확실히 현행 공영언론 사장 선임 방식엔 문제가 있다. 그리고 파업과 보복성 인사 등 공영언론의 파행 역시 잘못된 사장 선임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제도를 바꿔야 한다. 어떻게? 공영언론의 수장을 국민참여형으로 선임하면 된다.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대주주로 있는 YTN은 제외한다 하더라도 KBS, MBC, 연합뉴스는 이 방식이 가능하다.

우선 KBS를 보자. KBS이사회가 사장을 뽑게 돼 있다. 이에 앞서 얘기한 것처럼 여당 추천 인사 6명, 야당 추천인사 3명이다. 정부가 중립적 인사를 후보로 내보내지 않는 한 결론은 언제나 여당측 의사대로 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국민을 상대로 KBS사장 선임위원회를 구성하는 것이다. KBS가 공모해도 좋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대행해도 좋다. 인원은 15명도 좋고, 21명도 좋고, 그 이상도 괜찮다. 아무튼 지금의 KBS이사회처럼 여당 편향의 인적 구성은 되지 않을 것이다.

MBC나 연합뉴스 역시 마찬가지. 방송문화진흥회나 뉴스통신진흥회의 기존 기능을 유지하되 사장 선임만은 선임위원회에 맡기자. 그리하여 노사갈등 없는 공영언론, 건전한 비판이 왜곡 없이 전달되는 건강한 언론을 만들자.

국민참여형 사장 선임에 문제가 없느냐고? 걱정할 것 없다. 적어도 ‘언론 전문가’라는 이들로 구성된 지금의 공영언론 사장 선임조직이 뽑은 인물보다는 훨씬 가치중립적이고 민주적 사고를 지닌 인물이 뽑힐 터이니까. 더구나 이미 국민참여재판도 정착되어 가고 있는 마당 아닌가! 제19대 국회에서 논의해 볼 만한 의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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