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유경제와 미디어
[언론다시보기]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08.22 14:5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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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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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들어 공유경제(Sharing Economy) 또는 협력적 소비(Collaborative Consumption)를 활용한 벤처 기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국민도서관은 집 책장에 꽂힌 책을 서로 공유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비앤비히어로와 코자자는 남는 방과 한국 전통 가옥 P2P(Peer to Peer) 중개를 비즈니스 모델로 삼고 있다.
제주도에서 출범한 쏘카는 자동차를 시간제로 공유하는 사업을, 키플은 아이들의 옷을 서로 공유하는 온라인 플랫폼을 만들어 이용자들을 끌어모으고 있다. 이 밖에 아이 교육품앗이, 사무실 공유, 개인 옷장 공유 등 다양한 분야의 공유경제 벤처들이 활발하게 창업을 하고 있다.
공유경제를 테마로 삼은 벤처 창업붐은 해외에서 더 활발하다. 2008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출범한 에어비앤비(Airbnb.com)는 매일 수만개의 방을 전 세계 사람들에게 중개하고 있고, 태스크래빗(taskrabbit.com)은 자신의 재능과 여유 시간을 공유하도록 함으로써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척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실제 재화나 재능을 필요한 사람들끼리 연결해주는 공유경제 모델이 주목을 받는 데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의 대중화라는 기술환경 변화가 자리를 잡고 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개발위주의 성장 전쟁에 대한 반성도 공유경제 붐을 일으키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뢰를 바탕으로 자신이 가진 것을 서로 공유함으로써 건강한 공동체를 만들자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는 것이다.
언론계는 공유경제 모델을 표방한 벤처기업들의 활동을 유심히 볼 필요가 있다. 우선 공유경제 모델 벤처기업들은 스마트폰 대중화가 만들어낸 IT 인프라를 똑똑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고객 모집을 페이스북과 같은 소셜미디어 플랫폼을, 결제 시스템은 페이팔(Paypal)을 이용하는 등 핵심 솔루션을 대부분 제휴하거나 빌려서 사용한다. 페이스북은 회원 모집역할 뿐만 아니라 평판 체크 시스템 역할까지 하고 있다.
공유경제 모델 벤처기업들은 새로운 수익모델 개척에서도 영리함을 보여준다. 이들은 전통적인 온라인 광고나 상품판매 모델을 버리고 중개를 통해 수수료를 챙긴다. 예를 들어 에어비앤비의 경우 개인간 방거래가 성사되면 호스트와 게스트로부터 적은 수료를 받아서 수익을 올린다. 호스트는 남는 방에서 예상치 못한 수익을 얻고, 게스트는 호텔보다 훨씬 싼 비용으로 원하는 숙소를 해결했다는 만족감에서 에어비앤비에 기꺼이 수수료를 지불한다. IT 인프라를 이용해 제대로 작동하는 윈윈모델(Win-Win)을 새로 개척한 것이다.
디지털 시대 사면초가에 처해 있는 언론계 입장에서 공유경제 모델의 활력과 똑똑함이 부럽기 짝이 없다. 특히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일상 소재를 바탕으로 현실에서 작동하는 수익 모델을 새로 개척한 점이 부럽다.
언론계 입장에서 20여 년 동안 엄청난 돈을 인터넷에 투자해 온라인 광고와 콘텐츠 유료화를 시도했지만 제대로 된 성과를 보지 못했기에 큰 돈을 투자하지 않고도 실제 수익을 올리는 공유경제의 똑똑함이 더 부럽다.
공유경제 모델은 대부분 ‘신뢰’와 ‘평판’이라는 단순한 가치를 온라인에서 작동가능하도록 만든 것들이다. 누구도 생각하지 못하는 기가찬 아이디어를 고안한 것도, 아무도 구현 못하는 독점 기술을 개발한 것도 아니다. 그저 스마트 시대의 소비자의 욕구를 정확하게 읽고 일반화된 기술 인프라를 빌려서 참신한 비즈니스 모델을 구현한 것이다.
언론계는 이제부터라도 공유경제 벤처처럼 창의적인 비즈니스모델 개발에 적극 나서야 한다. 디지털 정보 홍수시대에 소비자들이 갈망하는 ‘신뢰’와 ‘평판’이야말로 언론계가 갖고 있는 몇 안 되는 숨은 자산이 아닌가.
이미 성과가 나지 않는 것으로 판정을 받은 온라인 광고와 콘텐츠 유료화에 매달려서는 탈출구를 도저히 찾을 수 없다. 먹고사는 방법이 달라져야 뉴스룸이 바뀐다. 뉴스룸이 바꿔야 저널리스트들이 바뀐다. 저널리스트들이 바뀌어야 콘텐츠가 바뀐다. 콘텐츠가 바뀌어야 비로소 저널리즘이 디지털 시대에서도 빛을 내며 제 역할을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