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시간 연장' 중계식 보도 문제있다
[언론다시보기]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1.07 15:2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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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재석 프레시안 기획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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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대선 투표시간 연장에 관한 안건을 놓고 파행을 거듭하고 있다. 장외에서도 대선 투표시간 연장을 놓고 여야 간 날선 공방이 연일 오가고 있다. 사단은 새누리당이 후보사퇴 시 보조금 미지급 법안(이른바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 동시처리를 제안하자 민주통합당이 이를 전격 수용하면서 벌어졌다.
‘먹튀방지법’을 수용했으니 투표시간 연장도 수용해 동시 처리하자는 민주통합당의 요구에 새누리당은 “동시처리를 제안한 적 없다”며 야권의 투표시간 연장 요구를 “정치적 계산에 따른 공세”라고 오히려 역공에 들어갔다.
가장 블랙코미디는 국민대통합을 외치는 여당 대선후보의 발언이다. “100억원 정도 들어가는데 그럴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이 있다.” 벌써부터 나라살림 걱정하는 살뜰한 마음에 고개가 숙여진다. ‘그럴 가치’라는 표현에서 ‘이 분이 국민을 뭐로 보는 건가’ 하는 의구심마저 든다. 여당과 여당 대선후보가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걸 초등학생만 돼도 다 안다.
야권과 시민사회가 요구하는 투표시간 연장의 진짜 이유는 아주 간단하다. 한 사람이라도 더 국민의 신성한 권리를 행사할 수 있도록 하자는 뜻에서다. 그렇다면 “100억원 운운” 하거나 “시골에 가로등이 없어서…”(이정현 공보단장) 라는 식의 반대 이유를 대는 것은 치졸한 변명으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투표시간 연장 효과가 별로 없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와 지난 통계는 연장 효과를 입증하고 있다. 3일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가 오마이뉴스의 의뢰로 지난달 30~31일 전국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휴대전화 조사를 실시해 공개한 결과, 투표시간 연장에 대한 찬성 의견이 3분의 2를 상회하는 67.7%로 나타났다. 2004년 선거법 개정으로 2시간 연장된 투표시간이 적용된 작년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오후 6~8시의 투표율이 9%포인트 늘어 최종적으로 48.6%를 기록했다.
SBS가 TNS와 3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5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투표시간 연장에 찬성한다는 의견이 59.8%로 나타났다.
문제는 언론이다. 대부분의 언론이 ‘투표시간 연장 공방’을 현장 중계하듯 할 뿐 건설 노동자, 중소기업 근무자, 낮시간에 이동이 어려운 자영업자 등 소외계층의 참정권에 대해 오불관언하고 있다. 마치 투표시간 연장을 반대하는 세력과 담합이라도 한 듯.
그나마 경향과 한겨레, 일부 온라인 매체가 사설과 칼럼 등을 통해 투표시간 연장의 당위성을 설파하고 있을 뿐이다. 그중에서도 경향의 논조가 눈에 띈다.
지난달 23일 온라인 칼럼에서 이미 소외계층의 투표권 보장을 강조한 바 있는 경향은 이후 사설을 통해 투표시간 연장 필요성을 강조했다. 2일자부턴 ‘나도 투표하고 싶다’ 시리즈를 시작했다. 현행 투표시간으론 투표를 할 수 없는 철근공 송기옥씨를 필두로 의류판매점 지배인 김용구씨(3일자), 택시기사 손창남씨(5일자) 등의 사연이 소개됐다. 신성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없는 이들의 눈물겨운 현실이 구구절절 적시됐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요, 축제다. 선거일이 임시공휴일이라고 해서 투표도 하지 않고 놀러가는 사람은 그렇다 치더라도 투표를 꼭 하고 싶은데 물리적 제약으로 할 수 없는 이들에 대한 배려는 있어야 한다.
전국 어디서든 주민등록증만 보여주면 투표가 가능한 통합명부제의 도입, 투표일 이전에도 투표할 수 있는 조기투표제(나아가 우편투표제), 그리고 투표시간 연장 등이 그것.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하고 손쉽게 도입할 수 있는 게 투표시간 연장이다. 올해 대선의 경우 130여만명의 유권자가 더 투표에 참여할 수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그런데도 여당은 ‘먹튀방지법’과 투표시간 연장을 맞바꾸기로 한 적이 없다며 말을 바꾸고 그게 정략적 접근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힘없고 소외된 계층의 헌법적 권리를 외면하면서 “100% 대한민국”을 외치는 여당. 그런 행태를 별 고민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언론. 아니 어쩌면 상당한 고민 끝에 바라보기만 하기로 결론내린 건 아닌지.
중요하고도 민감한 사안에 침묵하는 것은 언론의 본령이 아니다. 설령 그것이 특정 세력에게 불리한 것이라 할지라도 국민 대다수를 위한 것이라면. 그래서 투표시간 연장 담론을 바라보는 심정은 착잡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