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랜드 스토리, 그 첫 번째
[언론다시보기]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2.11.21 16: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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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병현 조선경제i 총괄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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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마을에 정보 중개를 수익 모델로 삼는 벤처 기업이 등장했다. 이 기업은 마을의 구성원들이 갖고 있는 정보를 실시간으로 한데 모아서 주민들에게 정보 목록을 중개하는 방법을 고안했다.
이 기업은 먼저 회사 사무실 앞에 대형 전광판과 정보 상담 창구를 개설했다. 그리고 마을을 돌아다니면서 정보를 모으는 수집 사원과 누군가 정보를 요청하면 즉시 정보 목록을 만들어 주는 상담 사원들을 대거 고용했다.
주민들이 상담 창구를 찾아가서 원하는 정보를 말하면 상담원들은 전광판에 예상 목록을 표시해줬다. 주민들은 그 목록을 단서로 삼아 원하는 정보를 가진 곳으로 찾아갔다. 이 회사 창업자는 전광판 서비스가 인기를 끌자 정보 목록을 보여줄 때 옆에 비슷한 정보 내용을 담은 광고를 붙여 돈을 벌려고 생각했다.
그런데 서비스를 시작한 뒤 몇 년이 지나도 상담 창구 이용객들이 크게 늘지 않았다. 따라서 전광판에 광고를 붙이려는 광고주들도 늘어나지 않았다. 위기에 처한 경영자는 원인을 자세히 살폈다. 우선, 수집 사원 숫자가 해외 유사 중개 업체에 비해 턱없이 부족했다.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마을, 학교, 연구소, 기업 등 정보를 지닌 곳에서 만든 정보가 부실하고 또 부족한 점이었다.
이때 경영자는 마을 언론사들이 생산하는 정보에 주목했다. 질이 높고 양도 풍부한 뉴스를 활용하면 정보 부족을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경영진들은 언론사들을 찾아다니며 뉴스 복제품을 팔라고 설득했다. 여러 언론사의 정보 복제품을 모은 다음 정교하게 분류해서 일목요연하게 보여주는 멋진 진열장을 사무실 안에 꾸몄다. 주민들에게는 사무실 안으로 들어오라고 권유해 복제품 진열장을 보여줬다. 전광판에 표시된 정보 목록에 실망했던 주민들은 복제품 진열장을 보고 만족감을 표시하기 시작했다.
주민들이 환호한 것은 복제품 진열장 옆에 비치된 복사기였다. 필요한 정보를 복사기에서 바로 복사해서 자기 것처럼 쓸 수 있었다. 복제품 진열장과 복사기 무료 서비스는 대박을 터뜨렸다. 주민들이 사무실 안으로 몰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이 벤처 경영자는 이런 성공에 자극을 받아 진열장을 더 크게 확장하고 상담 창구에 상담직원을 대거 배치했다. 또 모든 이용객들에게 복제한 정보를 보관할 수 있는 개인 정보 보관함을 무료로 나눠줬다. 이어 수익 모델도 전면 수정했다. 사무실 바깥 전광판 광고 영업 대신 사무실 안 전광판 영업에 집중했다. 복제품 진열장 이용량이 폭주하면서 사무실 내 전광판에 광고를 하려는 사람들이 폭증했기 때문이다.
반면 언론사들은 뒤늦게 복사본 제공이 자신의 발등을 찍는 결정이었음을 깨닫고 이 회사에 대책을 거세게 요구했다. 이 회사는 언론사를 달래기 위해 방치했던 사무실 밖 전광판을 타협책으로 제시했다. 즉, 언론사들이 뉴스 목록을 전광판에 직접 걸 수 있도록 전광판 운영권을 나눠준 것이다. 하지만 전광판 위탁 서비스는 언론사들이 전혀 예상치 못했던 부작용을 분출시켰다. 뉴스 제목들이 점점 ‘낚시성 제목’으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아예 표준 제목 형식으로 자리를 잡았다. 또 공동체 핵심 이슈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가십성 기사들이 전광판 주요 자리를 차지했다.
이 가상 스토리의 장본인은 ‘네이버’다. 뉴스 복제품 진열장 서비스는 네이버가 2000년대 초반에 도입했던 뉴스 서비스이며 언론사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2009년에 추가 도입했던 전광판 위탁 서비스가 바로 ‘뉴스캐스트’다. 네이버는 2013년부터 비판에 시달리는 ‘뉴스캐스트’를 ‘뉴스스탠드’ 형식으로 전환하겠다고 밝혔다.
이 시점에서 한국 언론계는 네이버가 어떻게 돈을 벌었고 그 수익 모델이 미디어 산업을 어떻게 왜곡시켰는가를 정확하게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이해를 돕기 위한 가상 스토리 ‘네이버랜드 스토리’를 두 차례에 걸쳐 나눠 소개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