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조직 개편 시행착오 반복하지 말아야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방송·통신 분야와 관련해 박근혜 정부의 조직 개편의 특징은 진흥과 규제를 분리한다는 것이다. 진흥을 위해서는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를 신설하고, 규제를 위해서는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를 존치시키기로 했다. 이렇게 결정한 주요 배경은 MB 정부 들어 출범한 합의제 위원회 기구인 방통위가 방송·통신 분야의 국제 경쟁력을 크게 떨어뜨렸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진흥 업무는 독임제 정부 부처가 맡고, 정치적 중립성이 강조되는 방송·통신 분야의 규제는 합의제 위원회가 담당하도록 한다는 것이 조직 개편의 주요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핵심 공약 아젠다인 ‘창조경제’를 이끌고 갈 미래부를 신설하기로 결정했다. 박근혜 당선인의 강력한 의지에 따라 미래부는 국가 발전의 역량인 과학기술과 정보통신기술(ICT)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미래부는 ICT 전담 차관제를 도입키로 함에 따라 2차관제로 구성된다. 과학기술차관이 1차관이 되고, ICT차관이 2차관이 된다.

ICT 차관은 방통위의 방송·통신 진흥 업무, 지식경제부의 소프트웨어와 정보 통신사업, 행정안전부의 정보화와 보안 영역 등을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 방통위의 방송통신융합정책실(10개과), 통신정책국(4개과), 방송정책국(4개과), 네트워크정책국(5개과) 등 대부분의 업무가 미래부 ICT 전담 차관 소관 업무로 이관됨으로써 현 방통위는 매우 왜소한 조직으로 남게 될 전망이다.

조직 개편에서 두 가지 점에 대해 보다 전문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첫째는 미래부와 방통위의 위상이다. 현재 미래부라는 진흥 조직에만 관심이 쏠려 있고, 방통위라는 규제 조직은 아예 관심 밖에 있다. 진흥 조직을 위해 규제 조직을 희생하는 모양새는 바람직하지 않다. 산업 발전을 위해 진흥 못지않게 규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주장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에, 방통위에 사회·문화적 규제와 경제적 규제 권한을 부여하여 위원회 조직이 자리를 잡도록 재구조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통합하는 방안을 제안한다.

아울러 정부 부처로부터 독립성을 확보토록 해야 한다. 이렇게 된다면 과거 방송위로 회귀한다는 비판도 피할 수 있다. 방송과 통신을 모두 포섭하는 독립 규제 위원회이기 때문이다. 문화부 산하에 있는 콘텐츠분쟁조정위원회 역시 방통위의 분쟁 조정 기능과 유사하기 때문에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는 콘텐츠 업무를 미래부와 문화부 중 어느 부처에 귀속시키는 것이 바람직한가라는 문제이다. ICT 진흥의 핵심은 콘텐츠인데 ICT 기능이 미래부에 포함되는 과정에서 콘텐츠 진흥 정책에 대해선 크게 고려되지 않았다. 방통위의 CPND(Content-Platform-Network-Device) 통합론에 대해 문화부는 콘텐츠 총괄 부서론으로 맞대응하고 있다. 방통위 관계자는 콘텐츠는 전담 부처 한곳에서 관장하는 것이 맞다며 특히 방송 콘텐츠는 그러하다고 주장한다. 방통위와 문화부는 방송 제작 지원, 방송 광고, 프레스센터, 남한강연수원, 광고회관, 방송회관, 디지털방송콘텐츠지원센터 등 방송 관련 업무와 자산 배분을 놓고 MB정부 내내 소모적 논쟁을 벌여왔다. 방통위 출범이전 문화관광부와 방송위원회, 그리고 정보통신부 간의 해묵은 논쟁이 지속된 것이다.

이번 기회에 양 부처에 나누어진 방송 통신 콘텐츠 진흥 업무를 한곳에 모아야 한다. 다만 CPND라는 산업의 가치 사슬 차원에서 콘텐츠 업무까지 포함해 미래부가 담당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혹은 음악, 영화, 게임, 출판, 캐릭터, 관광, 음식 등 문화산업과 연계시키는 것이 국가 경쟁력 강화에 더 도움이 될지에 대한 현명한 판단만이 남아 있다. 콘텐츠와 같은 문화산업을 문화부에서 다루는 것이 좋은지, 혹은 미래부라는 신설 산업 경제부에서 다루는 것이 좋은지에 대한 결정의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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