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강 보도와 언론
[언론다시보기] 김준현 변호사·민변 언론위원장
김준현 변호사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1.30 13:2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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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준현 변호사·민변 언론위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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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7일 감사원의 ‘4대강 살리기 사업’ 2차 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총 16개 보 가운데 공주보 등 15개 보에서 보 바닥보호공이 유실되거나 침하중에 있다’, ‘물의 오염도를 나타내는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이 예년(2005~2009년)에 비해 2012년 기준으로 9%, 조류농도는 1.9%로 증가했다’는 등 사업이 부실했다는 내용이다. ‘과거와 달리 홍수대비능력이 강화됐다’던 지난 2011년 1월27일 1차 감사 결과 때와는 사뭇 다르다. “4대강 사업은 총체적 부실이다. 국민의 혈세 22조원을 날려버렸다”는 그동안의 비판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감사원 발표 이후 언론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지난 5년간 4대강 사업의 환경파괴적 영향과 부실공사 가능성에 대한 경고 등 시민사회의 문제제기에는 인색하고 정부의 4대강 홍보에만 치중했던 언론의 책임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마치 지난 1998년 외환위기로 국제통화기금(IMF)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했던 시기의 언론처럼.
당시 언론은 경제의 기초체력, 즉 펀더멘탈(fundanmental)은 괜찮다던 정부 주장만 앵무새처럼 되뇌다 뒤통수를 맞아야 했다. 하지만 IMF때는 그래도 변명거리라도 있었던 것 같다.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경고하지 않았다고 언론을 비난하기엔 정보의 부재가 너무 큰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외환위기의 가능성을 예측하고 대비책을 논의하는 것은 전세계적 자본주의의 흐름이라는 거시적인 입장에서 살펴봐야 할 부분이 많다.
외환위기는 정부의 외환 보유고 관리의 실패나 기업 및 금융기관의 성장일변도 투자정책, 과다한 해외 단기차입금, 외국투기자본의 공격에 대한 환율방어정책의 실패 등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벌어진 아수라장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거시경제학자나 경제정책입안자들의 단견을 탓해야지, 언론의 선견지명 없음을 탓할 일만은 아니다.
그러나 지금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언론의 점수는 그때만 못하다. 이명박 정부의 핵심사업이자 초기부터 찬반양론이 팽배했던 사업이었던 것만큼 타당성과 실효성에 대해 언론이 검증할 필요성은 더욱 컸다. 정권의 눈치만 보지 않는다면 언론의 역할이 더욱 빛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했다. 외환위기 때처럼 정보의 부재나 식견없음을 보도부재의 핑계거리로 삼을 일은 아니었다는 얘기다.
물론 모든 언론을 뭉뚱그려 뭇매를 주기는 그렇다. 일부 언론은 4대강 사업의 문제점을 지속적으로 보도하였고 지역언론의 활동은 그중 두드려졌다.
언론이 커다란 국책사업의 타당성을 검증하는 데는 분명 한계가 존재할 수 있다. 정보는 편재되어 있으며 의혹을 해결할 수 있는 팩트(fact)는 공무원들의 서랍 속에 숨겨져 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나 사회 경제적으로 기득권 또는 현 정권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언론이라면 검증은 더욱 소홀할 수밖에 없다. 딥스로트(Deep Throat)같은 양심선언이라도 나오지 않는다면 부실사업인지 아닌지 이처럼 공식 발표전까지는 확인하기 어렵게 된다.
그렇다고 마냥 감사결과만을 기다린다는 것은 언론으로서 역할을 포기하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다. 사회의 공기라고 자부하고 여론 형성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여긴다면 말이다.
이런 점에서 4대강 사업과 관련한 언론의 역할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본다. 감사원의 1차 감사결과와 2차 감사결과가 차이가 나는 이유는 무엇인지, 2년간 사이에 ‘좋았던’ 사업이 ‘망가진’이유는 무엇인지, 최초 사업계획이 또는 1차 감사 자체가 부실한 것은 아니었는지 등 꼬리를 무는 의혹을 해소하는 일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래야 사업이 다 마무리된 뒤에서야 사실 사업진행은 엉망이었다는 정부의 감사결과만 보도하는 일이 되풀이되지 않을 것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