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의 자부심, 우리는 당신을 보내지 않았습니다
故 김상철 기자 추도사
한국기자협회 한국일보지회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2.20 16:06: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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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故 김상철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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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철 한국일보 편집국 부장이 16일 오전 2시 지병으로 별세했다. 올해 나이 49세. 고인은 1990년 한국일보 견습 52기로 입사해 정책사회부장, 사회부장 등을 역임했다. 유족은 부인과 1남 등이 있다. 이에 본보는 한국기자협회 한국일보지회의 추도사를 싣는다.김상철 한국일보 부장이 16일 49세의 나이에 별세했습니다. 그를 기리기 위해 한국일보 후배들이 이 글을 쓰지만 어찌 보면 이 글은 추모글이 아닙니다. 김 부장이 우리에게 누구였는지, 그를 잃음으로써 우리가 얼마나 거대한 무엇인가를 잃어버렸는지, 그래서 마음이 어떻게 무너지는지 기자 동료 여러분께라도 알리고 싶기 때문입니다. 한국일보 기자가 아니더라도 김 부장을 잘 알고 있는 다른 언론사 동료들도 같은 마음인 분이 있을 것입니다.
주말이라 많은 사람들이 찾지는 못한 상가에서 김 부장을 깊이 알지는 못하는 누군가가 지나가며 후배들에게 “왜 계속 우느냐” “웃으면서 보내주자”라고 위로 섞인 말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그 자리에서 답해주지는 못했지만 “선배라도 같은 선배가 아니며 기자라도 같은 기자가 아니었으며, 여느 부음과 같을 수 없다”라고 이 지면을 통해 답하고 싶습니다.
한국일보는 18일자에 부고에서 그에 대해 이렇게 썼습니다. “고인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시각, 권력에 대한 비판정신을 견지한 깨어있는 기자였다. 2003년 법조팀장 당시 양길승 전 청와대 부속실장 향응 비리, 썬앤문그룹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 등을 특종 보도했으며 그 공로로 2004년 제21회 관훈언론상을 수상했다. 우리사회의 소외된 이웃에 대한 관심도 남달랐다. 2011년 정책사회부장으로 있으면서 사회양극화 문제의 해법을 찾기 위해 기획한 시리즈 ‘대한민국, 복지의 길을 묻다’는 경제민주화 이슈를 촉발시키는 데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또 한국일보 기자협의회장 등을 맡아 동료 기자들의 권익 및 자질 향상과 회사 발전에도 힘썼다”로 그의 기자 생활을 요약했습니다.
한국일보 기자들은 그를 잃음으로써, 그가 보탰을 아니 주도했을 한국일보의 발전하는 지면과 미래의 큰 부분을 아프게 놓쳐버린 데 대해 통탄합니다. 김 부장의 존재는 척박한 언론환경과, 이리저리 흔들리는 불안한 사정에서도 우리에게 안도감을 주는 어떤 것이었습니다. 그와 함께 하는 그림 속에서 우리는 오늘의 기사를 더 치열하게 고민할 수 있었고, 미래를 기대할 수 있었습니다. 한국일보가 수많은 어려움을 겪을 때에도 도망치거나 외면하지 않고 후배들을 위해 앞장서 맞섰습니다.
한 선배는 김 부장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단 한번도 어떤 의도를 가진 적이 없다고. 기사 자체의 가치와 공정성, 사회에 대한 고민과 비판정신 외에는 어떤 것도 기사를 침범하지 못하게 했습니다. 이런 저런 압력과 이해와 사적ㆍ공적 부분이 충돌하는 언론환경 속에서 이런 선배, 그리고 데스크를 가지는 것은 얼마나 큰 행복인지 기자라면 누구나 알 것입니다.
김상철 부장이 이 글을 읽는다면 아마 “장점만 있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 균형감 있게 쓰라”고 했을 것입니다. 그의 완고함과 고집, 원칙주의를 단점으로 꼽을 수 있을까요? 그렇습니다. 기사를 놓고 싸우기도 많이 싸우는 기자였고 데스크였습니다. 그러나 단점의 범주로 넣을 수 있는 이런 기질조차, 기자로서의 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스스로에 대한 채찍질에서 발현된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또 그것이 우리가 믿고 따랐던 그의 능력의 뿌리임도 알고 있습니다.
그는 1년 4개월여 간 힘든 투병생활을 했고, 한국일보 기자들은 함께 고통을 느꼈습니다. 김 부장은 투병 중에도 선후배에 대한 애정과 기자생활에 대한 그리움을 간간이 이야기 했습니다. 임종 며칠 전 무의식의 세계를 헤매는 중에서도 “아이템(기사거리)을 찾아야 하는데”라는 말을 중얼거리기도 했습니다. 우리는 김 부장이 자신만의 세계에서라도 기자생활을 계속 하고 있었던 것을 기뻐해야 할까요?
한국일보 기자들은 지금 이 상실이 좌절이 되지 않도록 싸우고 있습니다. 어느 시구절처럼 그는 갔지만 우리는 그를 보내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김 부장이 한국일보의 자부심이었듯이, 한국일보가 그의 자부심이 될 때까지 보내지 못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