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기업의 리더도 변해야 한다
[언론다시보기]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2.27 15: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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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대학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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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후에도 우리가 종이신문을 찍고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종이신문을 찍든 인터넷 버전을 내든 중요하지 않다.” 뉴욕타임즈의 발행인인 아서 슐츠버거가 2007년 이스라엘 일간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우리는 언젠가 뉴욕타임즈의 종이신문 인쇄를 중단할 것이다.” 2010년에 슐츠버거가 세계신문협회총회에 참석해 한 말이다.
그는 종이신문에서 인터넷으로 전환이 뉴욕타임즈가 가야할 목표임을 선언하면서 끊임없이 온라인 유료화 실험을 진행해왔다. 2012년 뉴욕타임즈의 구독료 수익은 광고 수익을 앞질렀다. 이러한 성과는 특히 온라인 유료구독자의 증가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된다. 뉴욕타임즈의 CEO 마크 톰슨은 “전 세계 구독자들이 수준 높은 저널리즘에 대해서는 기꺼이 지불의사가 있다는 것을 증명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마크 톰슨은 뉴욕타임즈로 합류하기 전에 영국 공영방송 BBC의 리더였다. 그는 BBC의 수장으로 취임하면서 “디지털 시대에 맞게 BBC를 보다 더 신속하고 급진적으로 변화시켜야한다. 온 디맨드, 상호작용, 개인화가 관건이다”라고 선언했던 인물이다.
이번에는 다른 미디어 기업의 리더 이야기다. 지난 5일 디즈니의 밥 아이거 회장이 방송에 나와 인터뷰를 했다. 루카스필름으로부터 스타워즈의 판권을 산 아이거 회장은 디즈니가 향후 제작할 스타워즈 영화에 대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흥미롭게도 그는 경쟁사라고 할수 있는 CNBC에 출연해 스타워즈 팬들에게 약속했다. 그는 취임을 하자마자 ABC방송의 모든 콘텐츠를 온라인에서 유료로 공급하겠다는 디지털 전략을 선언하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특정 미디어 기업의 전략이나 비즈니스 모델을 이야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들은 천문학적 금액의 투자를 주저하지 않는 모험가들이다.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있어서는 어떤 유명인도 능가한다. 우리가 접하는 정보와 오락의 방향을 결정짓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경영 방침에 따라 새로운 미디어가 탄생되었고 우리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떠벌이’라는 별명의 엉뚱한 몽상가 테드 터너가 없었다면 CNN은 탄생하지 못했을 것이다. 1980년에 그가 24시간 뉴스 채널을 만든다고 선언했을 때 사람들은 누가 뉴스를 하루 종일 보느냐며 CNN을 ‘Chicken Noodle Network’라고 조롱했다. 24시간 날씨 채널의 공동창업자였던 기상 캐스터 존 콜맨 역시 초기에는 비난과 조롱의 대상이었다. 미국의 위성방송 DISH 네트워크 찰리 어건 회장은 접시 안테나를 트럭에 싣고 콜로라도의 산간마을을 돌아다녔다. 워싱턴 포스트의 캐서린 그레이엄은 신문산업에서 보기 드문 여성 리더로 등극했다. 안팎에서 우려가 쏟아졌다. 하지만 그녀의 리더십 아래 워싱턴포스트의 탐사보도는 뉴욕타임즈를 능가했다고 평가받는다. 아무도 그들의 성공을 예상하지 못했다.
글로벌 미디어 기업의 역사와 경영을 들여다보면 리더들이 보인다. 미디어 산업에서 리더의 역할이 참 크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국의 경우는 어떠한가? 거대 방송과 신문사가 독과점적 지위를 누리던 시절에는 누가 리더를 하든지 별 상관이 없었다. 안정적인 수입원이 있었고 우수한 인력들이 모여 들었다. 그래서 그들은 경영을 하는 리더라기보다 조직 관리자의 역할에 안주했던 것 같다. 사실 한국 언론사를 들여다보면 리더의 역할이 무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최근 MBC를 들여다보면 한국 미디어 산업에서도 리더 한 사람의 힘이 참 대단하구나 싶다. 작년 한 해 우리 언론에 가장 많이 이름이 오르내린 사람은 MBC 김재철 사장이다. 왜인지는 새삼스레 말할 이유도 없겠지만 분명한 사실은 우리 언론사에 참담하고 부끄러운 역사로 남게 될 것이라는 거다.
이제 우리 미디어 기업에도 관리자가 아닌 리더가 필요하다. 경영의 핵심은 인력관리다. 2년 전 신문기자들을 대상으로 혁신경영에 대한 설문조사를 하고 연구서를 낸 적이 있다. 조직의 혁신을 위해 가장 변화해야 한다고 지목된 사람은 CEO였다. 언론사의 CEO들도 변해야 한다. 변혁의 시기에 필요한 것은 혁신의 리더십이다. 언론의 독립과 공정성을 지키자는 사람들이 일터에서 쫓겨나 있다. 이들을 제자리로 돌려놓는 것이 올바른 혁신경영의 시작이다. 이제 우리 미디어 역사에도 도전하고 실험하는 혁신의 리더, 존경받는 리더들이 기록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