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직개편 협상에서 보여준 여야의 무지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webmaster@journalist.or.kr | 입력
2013.03.13 13:2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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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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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출범 이후 보름이 지나도 정부조직개편안이 확정되지 못해 국정은 파행을 계속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불통에 대해, 새누리당은 무능함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고, 민주통합당은 조직 개편을 발목 잡는다는 비판을 받으면서 위기에 빠져 있다. 정부조직개편안이 통과되지 못하는 핵심적 이유는 케이블TV방송국(SO) 관할권을 둔 여야의 극한 대치 때문이다. 여당은 SO 관할권을 미래창조과학부(미래부)에, 야당은 방송통신위원회(방통위)에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여당의 기본 입장은 SO, 위성방송, IPTV 인허가 업무를 미래부로 이관해 방송 통신 융합을 촉진한다는 것이었다. 야당은 방송의 공공성을 지키기 위해 SO를 방통위에 둘 것을 주장하고 있다.
과연 SO 관할권이 백척간두의 한반도 안보 상황에서 식물 정부를 만들 정도로 중요한 사안인가. 거리가 멀다. 2012년 말 기준으로, SO 가입자는 1491만명, 위성방송은 379만명, IPTV는 631만명을 확보하고 있다. SO는 유료방송 플랫폼 중에서 가장 많은 가입자를 확보한 영향력이 큰 매체임에 틀림없다. 외형적인 가입자 수와 달리, 더 본질적으로 매체의 특성을 들여다보면 여야의 갈등은 정치권의 전문성 부족에 비롯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동안 여야는 방송 관련 정부조직법 개정을 논의하면서 SO, 채널사용사업자(PP), IPTV, 위성방송 등 유료방송 업무의 담당 부서를 놓고 협상해왔다. 여야는 결국 지상파를 비롯해 종합편성채널, 보도채널 등 보도 기능이 있는 PP는 방통위에 남기고, 비 보도 상업 PP는 미래부로 이관하는 안에 합의했다.
합의가 안된 매체가 SO다. 여당은 SO 인허가권의 경우 방통위에 두되 방송법 제정 및 개정 권한을 미래부로 옮기자고 주장했고, 야당은 둘 다 방통위에 그대로 둬야 한다고 맞서 최종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여야가 SO를 놓고 대립하는 이유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SO의 채널 편성권 때문이다. 또 다른 하나는 SO의 지역 뉴스의 영향력이다. 여야 모두 SO에 대한 이해력이 부족하며, SO의 영향력에 대해 잘못 판단하고 있다.
민주당이 우려하는 대로 SO 관할권을 미래부로 이관하면 채널 편성권에 정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방통위 관할 하에 두면 채널 편성권이 보장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약하다. 방통위 관할 하에서도 SO의 채널 편성권은 침해될 수 있음을 최근 종합편성채널이 출범하면서 경험한 바 있다.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종합편성채널 사업을 승인하기도 전에 지상파에 인접한 황금채널 대역에 배치할 것을 공언했고, 실제 SO들은 그렇게 함으로써 기존 방송사업자들로부터 비판을 받았다. 제도 자체도 중요하지만 제도를 운영하는 자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SO 지역 뉴스의 영향력에 대해서도 야당은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다. SO의 지역 채널의 시청률은 매우 낮다. 특히, SO들은 지역 뉴스가 중요함에도 불구하고 예산과 전문 인력의 부족으로 수준 높은 보도를 하기가 힘든 상황이다. SO별로 차이가 있지만, 뉴스 제작에 있어 뉴스 취재와 촬영, 기사 작성, 편집, 제작까지 처음부터 모든 것을 소수가 도맡아서 하고 있는 실정이다. 취재 시간 부족으로 ‘하드’한 기사는 다루기 힘든 상황이며 ‘소프트’한 기사, 나열식 스트레이트성 기사 등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더욱 중요한 점은 SO가 운영하는 지역채널은 생활정보를 제공해야하는 원래의 기능에서 벗어나지 못하도록, 방송법 시행규칙 제16조를 통해 특정 사안에 대한 해설과 논평이 금지돼 있다.
여당의 입장도 일관성과 전문성이 결여되어 있기는 마찬가지다. 초기 조직개편안처럼 SO, 위성방송, IPTV의 인허가권은 한 부처에서 담당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 경쟁상황평가에서 세 매체는 유사 매체로 규정하고 동일 시장으로 획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IPTV법과 방송법을 통합해서 세 매체의 비대칭 규제들을 해결해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협상과정에서 IPTV는 미래부로 옮기고 위성방송은 방통위가 계속 맡는 절충안을 도출했을 뿐만 아니라, SO를 따로 떼어서 어느 부처에 둘 것이냐를 두고 다투면서 조직개편안 전체를 통과시키지 않고 있다니, 매체 정책의 역사를 퇴보시키고 있는 정치권의 무지와 무능에 대해 통탄할 일이다. 새누리당도 SO, 위성방송, IPTV를 미래부로 이관하면서 창조경제에 어떻게 기여할 것인가에 대한 비전을 보여주지 못한 점이 매우 아쉽기는 마찬가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