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인기 프로그램 '서로 베끼기' 우려
토크쇼 '범람'…"짝퉁 난립되면 시청자 외면" 지적
원성윤 기자 socool@journalist.or.kr | 입력
2013.03.20 15:45:16
종합편성채널이 서로 프로그램 포맷을 차용하며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어 ‘베끼기’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부부, 자녀, 시댁 등 기혼여성들의 고민들을 다루는 프로그램이 3~4%대의 시청률을 보장하며 인기를 끌자 종편들이 비슷한 프로그램을 내놓고 있는 것. 여기에 MC와 패널까지 겹치기 출연을 하면서 “같이 죽는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정치평론가 역시 겹치기 출연을 하며 비슷한 프로그램을 양산한 것과 유사한 형국이다.
대표적으로 MBN ‘황금알’ ‘동치미’, TV조선 ‘속사정’ ‘모녀기타’,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JTBC ‘신의 한수’ 등이 거론된다. 인포테인먼트로 분류되는 이 프로그램들은 집단 토크쇼 형태를 띠고 있다.
내용적으로 분류하면 MBN ‘황금알’과 TV조선 ‘속사정’ JTBC ‘신의 한수’는 연예인과 전문가 패널이 출연해 하나의 주제로 고수의 이야기를 듣는 컨셉을 유지하고 있다. MBN ‘동치미’와 채널A ‘웰컴 투 시월드’ TV조선 ‘모녀기타’는 고부관계에 대한 주제를 놓고 패널 간의 설전을 벌이는 내용이다. 공교롭게도 세 프로그램 모두 최은경씨가 메인MC를 맡고 있다.
이 같은 겹치기 출연에 대해 한 시청자는 “MC와 패널들도 겹치기 출연이 많고 다루는 내용이 비슷해 잘 구분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밖에도 MBN ‘소비자 X파일’은 KBS ‘소비자 고발’과 채널A ‘먹거리 X파일’을 짜깁기 해놓은 이름과 비슷한 내용의 프로그램을 내놓았고, JTBC가 재난 드라마 ‘세계의 끝’을 내놓자 종편은 아니지만 CJ계열의 tvN이 비슷한 콘셉트의 드라마 ‘바이러스’를 내놓아 알게 모르게 신경전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서로 간의 ‘베끼기’가 유행하다보니 얼굴을 붉히는 경우도 적잖아 보인다. 모 프로그램의 경우 메인 MC인 A씨를 비롯해 패널들이 상대 종편 프로그램에 출연하자 연예인들 사이에서도 “(베끼기 정도가) 심하다”는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종편사가 외주제작사를 통해 항의하는 등 사태가 번지자 몇몇 출연진들은 결국 하차했다.
그러자 반대편 종편사에서 해당 종편에 “왜 출연진을 하차시키게 하냐”고 재항의를 하는 일도 벌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이전에도 종편은 서로 비슷한 포맷의 프로그램을 내놓았다 다 같이 문을 내린 비슷한 경험이 있다. 종편은 2011년말, 출범초기 지상파 음악 방송 프로그램을 벤치마킹해 야심차게 출범했다.
TV조선은 가수 박정현을 내세운 음악 토크쇼 ‘P.S. I Love You 박정현’을 내놓았고, JTBC는 음악 순위 방송 ‘뮤직 온 탑’, 채널A는 K-POP 차트쇼를 표방하는 ‘KPOPCON’을 준비했다. MBN은 K-POP 차트를 한눈에 볼 수 있는 ‘Show! K-music’과 함께 전 세대를 아우르겠다는 목표로 음악회 ‘MBN 매일 음악회’를 출시했다.
그러나 가수들이 KBS, MBC, SBS를 비롯해 엠넷 등을 출연한 뒤 종편 4사까지 출연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다 보니 피로감을 호소했고, 결국 프로그램은 반년도 못 넘겨 모두 종영했다.
종편 한 관계자는 “출연자 겹치기를 계속하면서 짝퉁 방송이 난립되면 종편시장 모두 시청자의 외면을 불러올까 걱정”이라고 지적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