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노조는 왜 '강성 귀족'으로 공격받는가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갱상도 문화학교 추진단장


   
 
  ▲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새누리당 소속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처음 진주의료원 폐업 방침을 밝힌 2월26일에는 ‘지나친 누적 적자’가 원인이라고 했다. 그러다 4월3일 휴업을 발표하면서는 ‘강성 귀족 노조’로 탓을 돌렸다. “공공의료기관이 아니라 강성 귀족 노조의 병원이며 이를 위해 혈세를 낭비할 수는 없다.”

진주의료원은 2008년부터 올해까지 6년 동안 임금 동결 상태다. 체불 임금 또한 일곱 달치를 넘는다. 대부분이 2000만~3000만원 빚을 졌으며, 대리운전 알바를 하는 사람도 있다고 한다. 이런 강성 노조는 세상에 없다.

봉급은 공무원의 70%, 전국 34개 지방의료원 평균의 80% 수준이라 한다. 간호사 직종 평균 연봉도 3100만원 정도여서 다른 지방의료원보다 100만원 가량 적다고 노조는 밝혔다. 연봉 3100만원짜리 노조는 귀족이 아니다.

이런데도 홍 지사는 한 번 더 수작을 부렸다. 자구 노력 가운데 하나로 2월28일자로 13명이 명예퇴직을 했는데, ‘이렇게 어려운 상황에서도’ ‘명퇴수당으로 1인당 1억3000만원씩 요구해 모두 16억3000만원을 챙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조는 수당을 요구한 적이 없다. 만들어져 있는 단체협약대로 했을 뿐이란다. 단체협약도 특별한 내용은 없고 공무원 명예퇴직 규정과 별로 다르지 않다고 했다. 9급 공무원이 20년이 지나 7급으로 승진해 정년을 10년 앞두고 그만두는 경우를 상정해 계산했더니 수당이 1억3884만3000원이었다. 진주의료원 직원보다 1000만원 남짓 많다.

이처럼 노조를 몹쓸 불량집단으로 모는 일은 예전부터 있었다. 그것은 대부분 사실과 달랐다. 그런데도 지배집단은 토끼몰이를 하듯이 몰아놓고 마녀사냥을 하듯이 때려잡았다. 이런 토끼몰이와 마녀사냥이 우리 사회 노동자에게는 유독 가혹했다.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조차 실행하지 못하도록 발목을 잡았다. 그래도 파업을 하면 경찰을 투입해 곤봉을 휘두르고 최루액을 뿌려가면서 진압하기를 밥 먹듯이 했다.

왜 이렇게 할까? 이렇게 해도 세상에서 통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노동운동이 우리 사회 구성원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가장 큰 원인은 지배집단에게 있다. 역사적으로 모든 지배집단은 분할 통치(Divide & Rule)를 근본으로 삼아 왔다. 더욱이 대한민국은 국가권력 형성 과정에서부터 노동자를 적대시하고 배제해 왔다.

허술한 사회복지도 원인으로 꼽을 수 있다. 사회복지가 허술하니 거꾸로 회사복지가 중요하게 여겨진다. 회사복지는 대기업이 크고 중소기업이 작지만 어쨌든 그것을 배타적으로 누리게 해주는 조직이 바로 노조다. 회사복지를 누리지 못하는 자영업자나 비정규직은 그래서 노조를 부러워하는 동시에 시샘도 한다.

자기뿐 아니라 세상 전체를 위하는 노동운동이 적기 때문이기도 하다. 노동운동을 하는 사람이 들으면 억울할 수 있겠지만, 조합원의 이익을 먼저 직접 옹호해야 한다는 한계도 있고 ‘발등에 떨어진 불’이 많다는 현실도 있겠지만, 바깥에서 볼 때는 분명히 그렇다.

이번 폐업 반대 운동이 진주 민심을 와락 얻지 못한 까닭도 여기에 있지 싶다. 진주의료원 노조를 비롯한 구성원들이 평소에 진주 지역 서민 대중을 위해 꾸준히 활동해 왔다면 지금과는 사정이 크게 다를 것이다.

진주의료원이 도심 중안동에서 지금 자리 초전동으로 옮겨갈 때 주민들은 그대로 남아 달라고 했다. 찾아가기 어려워 주민 불편도 커지고 병원 수입도 적어지리라고 했다. 경남도는 이전을 일방적으로 밀어붙였고 진주의료원 구성원은 주민 편에 서지 않았다. 보건복지부는 ‘이전 등을 단견적으로 결정해 운영에 (악)영향을 미친 사례’로 진주의료원을 꼽았다.

어쨌든 지배집단에게 분할 통치 철회를 기대할 수는 없다. 그러므로 지금처럼 당하지 않으려면 노동운동이 그것을 뛰어넘어야 한다. 이를테면, 노조원에게 선택적으로 적용되는 회사복지를 훌쩍 뛰어넘을 정도로 사회 구성원 전체에게 보편적으로 적용되는 사회복지가 알차게 되도록 만드는 데 노동운동이 앞장을 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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