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일보가 자회사 조선NS에 용역 계약 종료를 통보했다. 지난해 맺은 용역 계약은 30일로 만료되며, 이후 재계약하지 않는 것을 전제로 조선NS 구성원에 대한 처우, 위로금 관련 협상이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된다. 2021년 6월 조선일보의 온라인 뉴스를 전담하는 자회사로 만들어져 여러 이목을 끌었던 조직이 출범 5년 만에 사실상 청산 수순을 밟게 된 셈이다. 이를 두고 내부에선 진통이 이어지는 가운데, 이번 사태를 신문의 디지털 전략을 외주화하고 소모품으로만 다룬 근시안적 대응이 낳은 한계로 봐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계약 만료를 약 한달 앞둔 4월27일 조선일보 경영기획본부는 조선NS 대표에게 “조선일보의 온라인 사업 재편을 위한 경영 전략상 판단에 따라” 용역 계약 해지를 구두 통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튿날인 4월28일 조선NS 사측은 구성원에게 이 같은 사실을 통보했다. 또 용역 계약을 통한 수익만으로 회사를 운영해왔기에 계약이 해지되면 법인 청산을 할 수밖에 없어 구성원 합의 퇴직과 위로금 지급을 논의 중이라고 알린 것으로 전해진다. 최초 통보 당시 사측은 급여 4개월치의 위로금을 제시했고, 이후 다른 자회사로의 전환배치 등 구성원 요구는 거부했다.
조선일보는 조선NS와의 용역 계약 해지가 아직 결정된 게 아니라는 입장이다. 조선일보 관계자는 8일 조선NS 계약 종료 검토 배경과 온라인 전략 변화 여부에 대해 “조선NS와 관련해 확정된 것은 없다”며 “인공지능(AI)으로 언론 환경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본사의 전반적인 디지털 전략 아래 가장 효율적인 온라인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본보에 밝혔다. 향후 조선닷컴 운영과 관련해 조선일보 기자들의 역할, 조선NS 구성원 처우 방안에 대해서도 물었으나 구체적인 답은 없었다.
다만 12일 기준, 계약 종료를 전제로 조선NS 사측과 구성원의 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기자들은 조선NS 운영 형태가 파견법상 위장도급 사례에 해당한다는 법률 자문을 받아 협상에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조선NS 자체 홈페이지가 없고, 본사로부터 수시로 기사 작성 및 제목 수정 등 지시를 받았으며 본사 기자들과 동일한 기사 편집기, 업무 메신저, 업무 공간을 사용한 점 등이 위장도급의 근거라는 주장이다. 본사 기자들과 공동 바이라인으로 기사가 나간 사례, 조선NS 대표가 본사 소속인 점 등도 근거로 제시됐다. 조선NS 기자들은 정규직 8명, 계약직 1명으로 구성돼 있다. 최근까지 사측은 기자들에게 위로금으로 급여 12개월치를 제시했으나 기자 대부분은 해당 안을 거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직고용 여부, 위로금 규모 등에 따라 앞으로도 조선NS 기자들의 반발이 예상된다.
조선일보는 2021년 6월 편집국 산하에서 속보 처리 등 온라인 뉴스를 담당하던 ‘디지털724팀’을 신설 1년여 만에 해체하고 조선NS를 설립했다. 당시 조선NS 설립을 두고 724팀이 기자들의 기피 부서가 돼 이를 해소할 방안으로 보는 내부 시각이 있었다. 조선NS 출범을 앞두고 이름이 알려진 타사의 온라인 전담 기자들을 스카우트해 업계에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기자 영입과 함께 조선NS 설립을 주도했던 당시 대표는 퇴사해 재작년부터 대표가 바뀐 상황이다. 조선NS 운영 과정에서 여러 사건도 있었다. 2023년 5월 건설노동자 고 양회동씨 명예훼손 보도와 검찰 CCTV 유출 논란이 대표적이다. 노조 간부의 사망 방조 의혹을 제기했던 당시 조선NS 소속 기자가 작성한 기사는 조선일보 지면에도 실린 바 있다.
조선NS 계약 종료 방침에 대해 조선일보 편집국 및 경영기획본부는 일선 기자나 노조를 대상으로 공식 발표나 설명을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번 사안을 두고 블라인드 앱 조선일보 익명 게시판에선 온라인 대응 방안, 인력 감축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 등 내부 혼란도 감지된다. 앞서 지난해 11월 조선일보는 AI 교열을 전면 도입하며 교열 업무를 맡겨왔던 자회사 ‘글지기’와의 용역 계약을 종료했다. 한 조선일보 기자는 “내부에선 수면 위로 크게 올라온 건은 아니”라면서 “본사 기자들이 자신의 출입처 관련 온라인 기사를 많이 쓰고 있긴 하지만, 조선NS가 강점이 있었던 건 소셜미디어 소식, 연예 기사 등이었다. 일종의 사각지대였는데 그 역할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선NS 사태를 외주 정리나 계약 종료 차원을 넘어 디지털 뉴스 생산 조직 관리에 대한 성찰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진순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겸임교수는 “한국 언론이 디지털 전환 과정에서 무엇을 방치했는지를 되묻게 하는데, 많은 언론사는 디지털을 이야기하면서 실제 속보 생산량 확대와 포털 대응 체계 구축에 매몰됐다”며 “이번 계약 종료가 조직의 대전환이나 비전을 담보하는 게 아니라면 디지털 전략의 실패라고 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앞으로의 디지털 뉴스 조직은 값싼 노동력으로 굴리는 속보 공장이 아니라 분석, 해설, 커뮤니티 구축, AI 활용 역량 등을 통합하는 방향으로 조직을 설계하고 재구성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