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재송신 해법이 꼬이는 이유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부 교수  
 
지상파 재송신 문제는 정책적, 사업적 관점에서는 물론이고, 시청자 입장에서도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새로운 플랫폼이 등장할 때마다 지상파방송의 재송신 문제를 두고 사업자간 갈등이 일어났고, 구 방송위원회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정책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했다. 2011년 서울고등법원은 신규 가입자에게 KBS2, MBC, SBS의 디지털 방송 신호 동시 재송신을 금지하고, 동시 재송신을 지속할 경우, 케이블TV사는 1사당 1일 5000만원을 지급토록 했다. 2013년 현재 본안 판결이 대법원에 계류중이다.

현 정부 조직으로는 지상파방송 재송신 문제에 제대로 대처하기 어렵다. 지난 3월 22일 개정한 방송법에 따르면, 과거 방송통신위원회가 행해오던 의무 재송신 대상 지상파방송 사업자의 지정, 고시 권한을 미래창조과학부장관에게 이관했다(방송법 제78조2항). 아울러, 종합유선방송 사업자 및 중계유선방송 사업자가 당해 방송 구역 외에서 허가받은 지상파방송 사업자가 행하는 지상파방송을 동시 재송신하고자 하거나 위성방송 사업자가 의무 재송신하는 지상파방송 이외의 지상파방송을 재송신하고자 할때에는 과거 방송통신위원회 승인을 얻도록 했으나 개정 방송법에서는 역시 미래창조과학부장관의 승인을 얻도록 규정하고 있다(방송법 제78조4항).

박근혜 정부는 조직 개편을 하면서 과거 방송통신위원회의 기능 중 일부를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로 분리했다. 미래창조과학부는 진흥위주로,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위주로 그 역할을 분담, 수행토록 했다. 지상파 재송신 업무를 미래창조과학부에 두기로 결정한 것은 현 정부의 조직 개편 원칙에 맞지 않다. 지상파 재송신 정책은 대표적인 규제 정책에 속하며, 규제 정책 중에서도 행위 규제에 해당된다.

현재 양 기관의 조직 및 기능을 고려할 때, 지상파 재송신은 사업자간 발생한 분쟁으로 간주하고 분쟁 조정 차원에서 다룬다면 방송통신위원회 소관 업무가 될 것이며, 시청자 복지 차원에서 접근 할 경우에도 역시 이용자 권익 보호 관련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 소관이 옳다. 지상파방송을 방송법상 금지행위 관련 규정의 필수설비로 간주하고 재정 제도를 도입할 경우에도 그러하다.

지금까지 지상파 재송신 정책의 뚜렷한 일관성 있는 목표가 없는 상태에서 새로운 매체가 등장할 때마다 방송 사업자간의 이해 조정 차원에서 정책이 수립됐다. 정부는 사업자의 이해 관계 차원에서 명확한 원칙 없이 매체 차별적으로 지상파 재송신 법규를 제정해왔다. 이제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매체 종합적인 차원에서 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과거 지상파 방송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지위를 점하고 있고, 보완 매체인 케이블TV만 존재하던 상황에서는 큰 문제가 없었지만, 케이블TV가 경쟁 매체로 탈바꿈하고, 위성방송이나 IPTV와 같은 또 다른 경쟁 매체가 등장하면서 경쟁의 구조가 변화하고 있기에 지상파 재송신의 정책 목표를 매체 환경 변화에 맞게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할 때다.

정책의 목표가 불분명한 상태에서 지상파 재송신 정책을 수립하다보니 매체별 비대칭 규제가 존재한다. 최근 국회에서 비대칭 규제의 문제점은 덮어두고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땜질식으로 접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올해 남경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방송법 개정안 제78조의 제3조(협정재송신) 1항에서 종합유선방송 사업자·위성방송 사업자 및 중계유선방송 사업자는 동시 재송신하는 지상파방송 이외의 지상파방송에 대해 해당 지상파방송 사업자와 협정을 체결해 동시 재송신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이동멀티미디어방송을 행하는 위성방송 사업자는 예전처럼 동시 재송신에서 제외하고 있다. 위성DMB의 경우 비록 실패한 사업이지만, 실패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지상파 재송신 문제였음에도 불구하고 현행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현 제도의 변화 없이 위성DMB 사업에 신규 사업자가 진출한다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

향후 지상파 재송신 문제를 다룰 때, 지상파방송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방송통신위원회에서 규제 관점에서 접근할 것인지, 유료 방송 플랫폼 사업자들을 담당하고 있는 미래창조과학부가 진흥의 관점에서 다룰지 궁금하다. 어느 쪽이든 현재의 조직 구조로는 종합적인 매체 정책을 수립하는 것이 어려워 보인다. 지상파 재송신에 대한 입법부나 사업부의 최근 시도와는 달리,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모두 지상파재송신 문제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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