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리터러시'를 높여야 하는 이유

[언론다시보기]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


   
 
  ▲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  
 
네이버 뉴스스탠드 도입 이후 전 언론사에 비상이 걸렸다. 뉴스 사이트의 트래픽을 좌우하는 네이버의 정책 변화로, 혹은 그 실패로 전 언론사의 트래픽이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반토막 정도면 상대적으로 오히려 좋은 상태이고 반에 반으로 트래픽이 급감한 사례도 허다하다. 뉴스 사이트 트래픽 감소는 전체적으로 뉴스 소비가 크게 줄고 있다는 반증이어서 각 매체에서 느끼는 불안감은 더욱 커지고 있는 듯하다. 신문이나 방송 등 이른바 ‘오프라인’ 매체 소비가 줄어든 것은 이미 오래전 얘기다. 그나마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던 독자층마저 줄어들면 그때야 말로 진정한 위기가 닥칠 것이기 때문이다.

위기극복을 위한 언론사의 대책은 과연 무엇일까? 아직까지 뚜렷이 보이지 않는다. 네이버의 뉴스스탠드 정책에 대해 비판 기사를 게재하거나, 아니면 실시간 검색어에 맞춰 같은 기사를 지속적으로 업데이트 하는 ‘꼼수’로 트래픽을 잡으려는 처절한 시도 정도가 눈에 띈다. 이런 근시안적인 대책이 (미안하지만) 뉴스미디어 시대, 현재 우리 언론의 현주소인 것 같다.

하지만 오히려 이렇게 모든 언론사가 (온라인 트래픽이라는 측면에서) 위기를 맞았을 때 네이버의 정책에 휘둘리지 않는, 뉴미디어 전략을 다시 생각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판을 새롭게 짜야 할 때이기 때문이다.

이제까지 우리 언론사의 뉴미디어 전략은 포털(거의 네이버)의 뉴스 정책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어 내는데 급급했다. 이제 근시안적인 임시대응책에서 벗어날 때가 됐다. 처음 언론사에서 인터넷 뉴스를 만들 때는 기존 오프라인의 인터넷 판을 만들어 오프라인 뉴스를 재확산하는 것이 목표였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 인터넷이나 모바일이 뉴스 소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더 높아진 만큼 뉴미디어에서 언론의 경쟁력이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사에서 ‘기술’(혹은 새로운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높여야 하는 이유다.

지난해 말 뉴욕타임스가 선보였던 ‘Snow Fall’ 기사는 그런 측면에서 많은 시사점을 던져 준다.
이 기사는 2012년 2월 19일에 있었던 케스케이드 산맥(Cascade Mountains)에서의 눈사태를 오랜기간의 취재를 통해 심도있게, 그리고 생생하게 전달하고 있다. 첫 페이지부터 인터랙티브 기능을 활용해 마치 독자가 눈사태가 일어난 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전달한다.

16명의 톱클래스의 스키어와 스노우보더가 함께 스키 여행에 나섰으나 무지막지한 눈사태를 만나 다섯 명이 쓸려가는 사고를 당했다. 뉴욕타임스는 사고 당시 많은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이 눈사태에 대해 사고 지점인 터널 크릭에 대한 소개, 정상을 향하던 그들의 움직임, 눈사태가 일어나기 시작한 시점, 생존자 구조와 사체 발굴까지 당시에 있었던 스토리를 세밀하고 생생하게 구성했다.

백년이 훨씬 넘은 신문, 뉴욕타임스가 언론이 보는 뉴미디어와 기술에 대한 관점을 멋지게 펼쳐 보였다. 이 기사가 돋보이는 것은 멀티미디어나 인터랙티브한 기술을 활용한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

이 기사가 보여준 심층적인 해석은 정보 홍수의 시대, 언론이 유지해야 하는 지향점에 대해 말하고 있다. 새로운 소식은 넘쳐나지만 통찰력을 담은 심층적인 해석과 보도는 여전히 독자들이 목말라 하는 부분이다. 이 기사는 2013년 탐사보도(Feature Writing) 부문에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우리 언론들이 이런 시도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어쩌면 시간과 자원을 투자할 수 없는 제작 환경을 탓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물론 이런 기획을 위해서는 절대적인 시간과 자원이 필요하지만 이 기사는 단지 시간만 있으면 우리도 뚝딱 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기사의 기획, 제작 시스템의 변화 없이는 이런 ‘작품’은 불가능해 보인다.

언론의 뉴미디어 전략은 이제 단순히 방문자수를 늘리기 위한 대응책 마련에서 벗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언제까지 포털의 정책에 연연해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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