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편 재심사, 진정한 '미인'을 가리자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07.10 16: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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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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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통신위원회는 오는 8월까지 종편 재승인 심사 계획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국내 방송사 승인 제도는 미인선발대회(beauty contest)다. 보이는 것 위주여서 진정한 미인을 뽑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재승인 제도는 이러한 문제점의 방지책이다. 승인부터 받기 위해 지키지도 못할 계획을 부풀려 사업계획서를 제출했던 사업자를 찾아내는 데 재승인 심사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 계획 대비 이행실적을 철저히 따져야 한다. 계획을 적게 내고 그대로 지킨 사업자가 계획을 크게 내고 거의 지킨 사업자보다 더 높은 점수를 받도록 해야 한다.
종편 심사의 주요 평가 항목은 방송 공적책임·공정성·공익성의 실현 가능성(250점), 방송 프로그램 기획·편성 및 제작계획의 적절성(250점), 조직 및 인력운영 등 경영계획 적정성(200점), 재정 및 기술적 능력(200점),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 계획(100점)이었다. 총 1000점 만점에서 승인 최저 점수는 800점이었다. 최저 점수가 800점이었기에 재승인 점수 역시 800점을 유지해야 할 것이다. 심사 기준 역시 승인 받을 당시 심사 기준을 그대로 준용해야 정책 의미가 변질되지 않는다.
기존 방송사 재허가 기준을 보면 이행실적이 60%, 계획 적정성이 40% 정도를 차지한다. 이행 실적은 80%로 상향하고, 계획은 20% 정도로 비중을 낮춰야 한다. 심사 경험상 이행 실적이 형편없는데도 불구하고 계획만 멋지게 제시해 통과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승인 시 사업자들이 제출한 계획서들을 보면 화려하기 그지없었다. 기획·제작·편성 부문에서 편성 다양화, 시청자 참여, 양방향 프로그램 제작 활성화, 실험적 프로그램 시도, 소외 계층 참여 확대, 공익 프로그램을 증가시키겠다고 약속했다. 글로벌 부문에서 아시아 최고의 미디어 허브를 만들겠다면서 세계 방송사들과 공동 제작, 판매, 포맷 등 다양한 형태로 글로벌화를 추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독립제작사 및 케이블PP 프로그램 해외 수출을 증가시키겠다고도 했다. 종편 사업자 선정 과정에 관여했던 한 핵심 인사는 “글로벌 미디어로의 성장 가능성과 비전이 순위를 가르는 주요한 요인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글로벌 미디어로 얼마나 성장했는지에 대해서 비중있게 다뤄야 한다.
기술 부문에서 3D 제작을 활성화하겠다고 이구동성으로 강조했다. JTBC는 3D 방송 시설을 설치하고, 2015년까지 4G 방송을 할 것이라고 했다. MBN은 3D 중계차 구축 및 3D 교육센터 설립, 채널A는 3D 미니시리즈 제작, TV조선은 3D 전용 스튜디오를 구축하겠다고 해 높은 점수를 받았다. 이를 확인해야 한다.
콘텐츠 부분에서는 모두가 외주제작 활성화, 저작권 분배 개선을 내세웠다. 채널A는 직접제작비 84.8%(2012년 기준)를 외주제작에 투입하겠다고 했으며, 기획중심 개방형 방송사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장르별 우수 외주제작사와 장기 협력 파트너 협약 체결을 강조했고, 표준제작비를 설정, 창작 기여도에 따른 공정한 저작권 및 수익 배분을 약속했다. MBN은 제작비 지급 현실화, 저작권 소유 정도에 따라 제작비 지급을 달리하겠다고 했다. TV조선은 5년간 외주업체에 5347억원을 투자하겠다고 했고, JTBC는 높은 외주제작 비율(2012 60%), 연간 외주제작비(1564억원)를 약속했다. 블록 단위의 외주 발주, 다년 계약제, 제작비 투자 지분에 따른 저작권 분배 계획을 담았다. 제작비 투자 활성화 계획으로 MBN은 5년간 8800억원 투자, TV조선은 1000억원 규모의 보스톤 뉴젠 콘텐츠투자조합 구성, JTBC는 600억원 규모의 4대 콘텐츠펀드 운용 계획을 담은 결과 승인을 받았다.
방송 인력과 관련해서는 통합뉴스룸 운영을 통한 효율성 도모, 신규 인력 확보로 인한 유관학과 졸업생 실업 해소, 각사 방송 인력 양성으로 인력 공급 확대를 약속했다. 과연 이러한 인력 운영 계획들이 얼마나 이행되었는지를 꼼꼼히 따져봐야 할 것이다. 신청서에 화려한 추상어를 담아 승인받았다고 모든 것이 끝난 게 아니라 시작이었다는 점을 깨닫게 해야 한다. 그래야 현행 RFP(Request for Proposal) 제도의 문제점이 개선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