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석희'라는 콘텐츠

[언론다시보기]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지난 추석연휴 동안 종편 채널을 찾아 보았다. 개국한지 20개월 가까이 되었지만 의도를 가지고 종편 채널을 선택한 것은 처음이었다. 새롭게 JTBC 메인 뉴스 진행을 맡은 손석희 앵커를 보기 위해서다.

앵커가 바뀐 당일 JTBC 뉴스 시청률이 두배로 뛰어오르고 종편 가운데서도 가장 높은 뉴스 시청률을 기록하는 등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니 그 이유가 궁금했다.

손석희 앵커의 ‘뉴스9’는 어색하지만 신선했다. 완전히 자리잡기까지는 더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새로운 시도로 뉴스의 변화를 기대하게 했다. ‘뉴스9’ 방영 후 SNS 상에서도 긍정적인 평가가 많아 보였다.

‘뉴스9’가 보여준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뉴스에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도입했다는 점이다.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뉴스를 나열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몇 가지 사안을 집중적으로 파고 들어갔다. 이제 대부분의 뉴스는 흔한 소비재가 돼버렸다. 하루 동안 일어난 소식은 이미 방송사 메인 뉴스가 시작하기 전에 인터넷과 모바일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다. 언제 어디서나 뉴스와 새로운 정보를 찾을 수 있는 세상이니 말이다. 방송뉴스는 뒷북이 되기 십상이다.

그런 시청자들에게 소식의 나열 대신 깊이 있는 진단을 제공하는 것은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시도였다. 물론 지상파 뉴스도 집중 분석 리포트를 시도하고 있지만 연성화된 주제가 대부분이라는 지적이 있다. 또한 아직 전체 뉴스의 중심은 데일리뉴스가 차지하고 있다.

집중적인 보도를 위해 대담이라는 포맷을 활용한 것도 눈에 띄었다. 오랫동안 라디오 시사 대담 프로그램 진행자를 지낸 손 앵커는 효과적으로 맥을 짚는 질문을 던졌다. 이슈와 관련된 인물을 직접 스튜디오로 불러 낸 것도 긴장감을 높였다. 물론 이런 형식에 익숙한 앵커에 비해 새 포맷에 적응 단계인 기자들의 어색함은 앞으로 극복해야 할 과제다.

또한 ‘뉴스9’는 기존 뉴스 프로그램에 사용하는 타이틀 음악 대신 대중적인 음악을 엔딩 뮤직으로 선택했다. 엔딩 뮤직에도 의미를 담아 전달한다는 취지다. 손석희 앵커가 직접 음악을 선곡한다는 점도 이채롭다. 손 앵커가 첫날 고른 ‘더 타임스 데이 아 어 체인징(The Times They Are A-Changin)’은 밥 딜런의 원곡을 리메이크한 것으로 변화에 대한 강한 의지를 노랫말에 담고 있다. 시청자들이 매일 선곡한 곡의 의미를 저마다 해석하도록 끌어들인 셈이다. 이는 그때마다 화젯거리를 제공하면서 ‘뉴스9’를 안팎으로 회자되게 할 가능성이 크다.

물론 손석희 앵커의 ‘뉴스9’가 방송뉴스의 정답이라고 하기는 이르다.
뉴스의 ‘집중적인 분석’이라는 흐름은 맞췄지만 보도와 시사 대담을 섞어 놓은 구성은 손 앵커가 잘하는 영역이지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게다가 대담자들 간에 대화의 엇박자로 종종 이슈 전달을 오히려 방해하는 측면도 있었다.

방송 뉴스의 마무리로 노랫말이 의미가 있는 대중음악을 선택하는 것에 대해서도 이견이 있을 수 있다. 일례로 NHK 뉴스는 의식적으로 음악 사용을 삼가하고 있다. 메시지를 담은 음악이 시청자에게 자칫 선입견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서다.

하지만 매체에 상관없이 비슷비슷한 구성에 지쳐 ‘뉴스’ 자체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질 때 과감하게 새로운 시도와 구성을 선보인 ‘뉴스9’의 시도는 평가할 만하다. 신문이든 방송이든, 독자(시청자)들은 새로운 것을, 변화를 바라기 때문이다. 지상파 뉴스는 기술적으로는 화려하지만 전반적으로 답보상태다. 종편 뉴스가 대선을 전후해 시청률을 올린 것은 출연 패널들의 여과없는 독설이 작용한 바 크다. 하지만 이것 역시 선정성이라는 한계를 보이고 있다. 새로운 포맷에 ‘공정과 품격’을 강조하는 ‘뉴스9’가 차별화될 수도 있는 조건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뉴스9’에 주목하는 이유는 ‘손석희’이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방송인으로 지명도를 높인 그였기에 이런 관심이 가능했다. 이제까지의 우리나라 언론은 주로 매체의 영향력으로 움직였다. 그 매체를 만드는 사람들은 영향력을 쌓는 역할을 하는 퍼즐 조각이었을 뿐이다. 그러나 이제는 그 무게 중심을 조금이라도 사람으로 움직여도 좋을, 어쩌면 움직여야 할 때다.

지나가는 사람 열명이 말해도 귀 기울이지 않을 이야기도 한 명의 친구가 이야기하면 관심을 갖는 게 이치다. 궁극의 콘텐츠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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