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료화, 차별화된 콘텐츠만이 답이다
[언론다시보기]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정재민 카이스트 정보미디어경영대학원 교수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0.02 14:3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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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재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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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콘텐츠를 소비할 때 아래 상품들에 대해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으십니까? 예 혹은 아니오로 대답해주세요.”
1)드라마 2)영화 3)음악 4)책 5)신문.
필자는 1번부터 4번까지는 예라고 답을 했고 실제로 돈을 지불하고 있다. 내가 기꺼이 주머니를 여는 이유는 해당 콘텐츠가 나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때문이다. 돈을 내고서라도 보는 것이 아깝지 않다는 판단에서다. 5번에도 당연히 ‘예’라고 답을 해야 하는데 솔직히 주저하게 된다. 오프라인에서는 지불하고 있지만 온라인에서는 아직 돈을 내본 적이 없다. 돈을 내고 온라인으로 기사를 보겠다는 사람을 주변에서 본 적이 없다. 공짜니까 본다고들 한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독자들의 답은 무엇일지 자못 궁금하다. 종이신문을 떠난 독자들은 온라인과 모바일 세상에 모여 있다. 그러나 이들은 돈을 내려고 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돈을 내고 기사를 보게 만들까? 2013년 세계신문협회 총회의 화두도 ‘뉴스 유료화’였다. 이제 신문산업에서 디지털 콘텐츠를 유료화 할 것인가 말 것인가는 더 이상 논란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뉴스유료화를 이야기할 때 늘 뉴욕타임스나 파이낸셜타임스, 월스트리트저널의 성공을 예로 든다. 문제는 우리가 그들을 벤치마킹할 수 있는가이다. 우리가 그들의 성공에서 배워야 할 점은 유료화의 방식이 아니라 유료화의 내용이다. 그들은 온라인 유료화에 성공한 것이 아니라 차별화된 콘텐츠 만들기에 성공했다. 유료화는 차별화된 콘텐츠의 부산물이다. ‘차별화된’의 의미는 다양하게 적용될 수 있다. ‘신뢰할 수 있는’, ‘내용이 다른’, ‘다른 곳에서 찾아볼 수 없는’, ‘심층적이고 해석적인’, ‘정보가 되는’, ‘실용적인’ 등 상호중첩되지만 다양한 의미로 접근가능하다. 다양한 유료화의 방식은 그 다음의 이야기이다.
뉴욕타임스의 차별화된 콘텐츠가 존재했기에 첫 4주간은 단돈 1달러에 모든 디지털 디바이스로 기사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가능했고, 종이신문 구독자에게는 할인혜택을 줄 수 있었고, 선물용으로 디지털 이용권을 만들 수 있었으며, 학교나 기업 요금제를 마련할 수 있었다. 많은 신문사들이 선택가능한 다양한 요금제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결제방식의 편이성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 핵심은 콘텐츠다. 돈을 내고 보고 싶은 콘텐츠가 있어야한다. 믿을만한 품질이 보장되어야 하고 차별적인 상품이어야 한다.
최근 국내 한 일간지의 주말 비즈니스 섹션의 변화는 주목할 만하다. 독점인터뷰와 기획취재를 통해 실용적인 기사를 생산해 독자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지면에서 고정 충성 독자를 확보하고, 이들을 페이스북 그룹으로 묶어 동질감을 심어주고, 편집장이 개별화된 이메일을 통해 다음 기사를 귀띔해주며 특별 대우를 해준다. 뿐만 아니라 오프라인 강연을 열어서 충성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일관되게 한 식구임을 강조하고, 경영지식과 지혜를 제공해주면서 신문이라기보다는 경영지식 포털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유료화의 가능성이 보인다. 이제 신문사는 단순한 뉴스공급자가 아니라 정보사업자로서 독자가 원하는 것뿐만 아니라 필요로 하는 것을 찾아서 제공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뉴스 온라인 유료화, ‘정글만리’다. 험난한 길이지만 어차피 가야할 길이다. 차별화된 콘텐츠에는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똑같은 일을 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기적을 바라는 것에 불과하다. 현재 유지하고 있는 종이 플랫폼 우선 경영의 안대를 벗어 던져야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콘텐츠 혁신은 불가능하고 미래도 없다. ‘어떻게’ 유료화할 것인가를 고민하기 이전에 ‘무엇을’ 유료화할 것인가부터 고민해야 한다. 거듭 강조하지만 차별화된 콘텐츠만이 신문 생존의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