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新) 방송시대, 통합 방송법 제정 시급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0.16 15: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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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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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는 N스크린 서비스에 대해 방송사업자들이 잰걸음을 내딛고 있다. 방송 시장에서 경쟁이 심해지면서 콘텐츠의 부가가치를 높이기 위해 유통 전략을 강화한 결과다.
지상파 방송사의 콘텐츠연합플랫폼은 지난해 7월 23일 유료방송상품 ‘푹’을 출시했다. KBS는 ‘K플레이어’, MBC와 SBS는 ‘푹(pooq)’이라는 브랜드명으로 N스크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푹’ 제공 채널 가운데 특이한 것은 지상파 방송사의 각 채널에서 장르별 프로그램을 모아 만든 연합 채널인 pooq 채널들이다.
TV와 같은 실시간 채널과 주문형비디오(VOD)를 동시에 제공하는 하이브리드 서비스인 CJ헬로비전의 티빙은 2013년 8월 가입자 수가 500만명을 넘어섰다. 현대HCN과 판도라TV가 합작으로 설립한 N스크린 서비스(한 번 구매한 콘텐츠를 스마트기기와 PC에서 끊김없이 볼 수 있는 서비스) 에브리온TV도 애플리케이션 누적 다운로드 260만건과 하루 순방문자 수 10만건을 기록했다. SK플래닛의 모바일 VOD에 특화된 N스크린 서비스인 호핀은 출시 2년6개월 만에 가입자 400만명을 돌파했다.
한편 이러한 신유형의 방송에 대한 방송 정책은 제자리 걸음이다. 국내 방송법은 물론 통신법에서도 VOD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없다. 방송법 상 ‘방송’의 정의를 이루는 핵심 개념인 ‘방송프로그램’의 법적 정의(방송편성의 단위가 되는 방송내용물)는 ‘방송편성’(방송되는 사항의 종류, 내용, 분량, 시각, 배열을 정하는 것)이라는 매우 공급자 중심의 일방향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VOD의 개념을 포함할 수 없다.
전기통신사업법의 경우 VOD 서비스를 통상 부가통신역무로 분류하고 있지만 사실상 명확한 법적 개념은 부재한 상황이다. 특정 매체에 기반해 규제 대상을 구분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과 통신법의 이원적 체계하에서 VOD 서비스는 각기 서로 다른 진입 절차와 규제를 받고 있다.
디지털케이블TV는 VOD 서비스 제공을 위해 관련 사업자들이 연합해 별도의 법인(홈쵸이스)을 설립하고, 방송법 상 PP 등록 절차를 거쳐 운영 중이다. 따라서 홈쵸이스가 제공하는 VOD 서비스에 대해서는 일반 방송채널사용사업에 대한 방송법 상의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된다.
IPTV의 경우, VOD 서비스는 전기통신사업법 상의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 절차를 거쳐 운영 중이다. IPTV가 제공하는 VOD 서비스에 대해서는 전기통신사업법 상 부가통신사업자에 대한 규제가 적용된다.
디지털위성방송의 경우, 전국 단일 사업자로서 특별히 별도의 법인 설립을 통한 등록 절차 없이, 방송법상 허가 사업자로서 NVOD 및 PPV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방송법상 VOD 서비스 제공을 위해 특별한 법적 진입 절차가 없기 때문에 자체적인 사업으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애플TV, 구글TV, 유튜브, 판도라TV 등 인터넷을 통한 동영상 서비스인 OTT(Over the Top)가 빠른 속도로 시장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데도 방송 정책은 속수무책이다. 현행 방송 관련법으로 방송의 개념에 포섭할 수도 없거니와, 방송사업자로 분류할 수도 없다. 규제의 법적 근거도 불비하지만, 정책의 방향성도 제대로 수립되어 있지 않다. 이에 CJ헬로비전의 방송권역 외 OTT 사업 추진에 대해 다른 MSO들이 기존 권역 기반의 케이블방송 사업 모델을 위협하는 행위라고 주장하는 데 대해, 정부는 어떠한 조처를 취할 수도 없는 것이다.
방송통신융합서비스에 대응하기 위해 그동안 추진해왔던 방송통신사업법 제정은 요원하다. 현실적으로 방송법과 인터넷멀티미디어방송사업법만이라도 통합하는 것이 시급하다. 현행 방송법상 아날로그 방송 개념에 VOD와 같은 공간 편성을 하는 사업자를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스마트TV와 같은 신유형의 방송 서비스 제공업자들을 새로운 방송사업자로 분류해야 한다. 이를 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방송통신위원회는 업무 관할권을 두고 서로 미루지 말고, 협력해 통합방송법 제정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