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시대,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언론다시보기]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0.31 11:3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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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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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스마트폰 보급률이 70%에 육박하며 세계 최고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이에 따라 ‘모바일 시대’로 급격하게 전환되고 있다. 생각해보면 나만 해도 최근 들어 뉴스를 (혹은 다른 콘텐츠를) 가장 많이 소비한 매체도 바로 스마트폰이다. 대개는 SNS 상에서 친구들이 추천한 기사(혹은 콘텐츠)를 읽게 된다.
사회의 주요 이슈가 있으면 더더욱 뉴스에 대한 수요가 늘어나는데, 대표적으로 지난해 12월 19일, 대통령 선거가 있던 날 국내 최대 포털인 네이버뉴스의 일일 페이지뷰(PV)를 보면 PC가 6300만, 모바일이 2억 PV에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고 한다. 2억 PV는 실로 어마어마한 수치다. 만약 한 사람이 한 페이지를 보는데 1초가 걸린다고 가정하면 2314일, 즉 6.3년동안 (잠도 안자고) 봐야 하는 분량의 정보이다. 그만큼 모바일 기기를 통한 콘텐츠(정보) 소비가 활성화되었다는 의미다.
모바일 시대, 그렇다면 콘텐츠는 어떻게 바뀌어야 할까? 가장 쉽게 예측해 볼 수 있는 것은 콘텐츠가 슬림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길고 복잡한 구조의 글은 요즘 젊은 세대들이 한자를 읽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콘텐츠 소비자들의 호흡에 맞는 콘텐츠 구성이 필요하다. 뉴스만 해도, 지금의 뉴스는 얼마든지 스크롤을 통해 긴 분량을 소화할 수 있는 (모바일이 아닌) ‘인터넷’에 맞춰져 있다. 모바일 기기처럼 작은 화면을 통해서, 혹은 이동 중에라도 쉽게 볼 수 있도록 새로운 뉴스 구성을 해보는 것도 시도해볼 만한 일이다. 예를 들어 하나의 기사 내용을 열 개의 문장으로 정리하고 각각을 펼쳐 볼 수 있도록 구성한다든지, 뭔가 새로운 방식의 편집과 구성이 필요한 때다.
또한 콘텐츠 소비의 측면에서 보자면, 좋은 콘텐츠가 더 많이 소비되는 ‘쏠림’ 현상이 명확하게 나타날 것이다. 모바일은 어떤 의미에서는 ‘인터넷’의 연장선상에 있지만, 매체의 특성으로 인해서 시야가 좁아졌다. 화면이 좁기 때문에 시간을 갖고 이것저것 많은 것들을 찾아 보기보다는 핵심적인 것을 골라 보는 성향이 훨씬 뚜렷해진다.
예를 들어 ‘PC + 인터넷’ 시대에는 포털을 통해 일단 그날의 뉴스를 보고, 각자가 관심있는 정보를 검색해서 보고, 좋은 글을 많이 쓰는 이웃 블로그 글을 구독해서 보는 등등의 정형화된 콘텐츠 소비의 틀이 있었다면 모바일 시대는 이런 틀이 무너진다. 콘텐츠 소비가 SNS와 연계되다 보니 ‘친구 네트워크’에 의해 한차례 걸러지는 (친구가 공유하거나 댓글을 달거나 관심을 보이는 콘텐츠가 확산된다는 측면에서) 과정을 거치게 된다. 친구가 좋다고 추천한 콘텐츠는 더욱 많은 사람들에게 선택될 확률이 높아졌다.
조금은 위험한 발상이 될지도 모르겠지만, 모바일 시대에는 인터넷처럼 물량 공세보다는 ‘똑똑한 소수’의 콘텐츠를 잘 만드는 것이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일지도 모르겠다. 종이 신문이 가진 지면의 제약에서 벗어나 마음껏 기사의 양을 늘리는 것이 인터넷 매체의 전략이었다면 모바일에서는 어떻게 ‘선택 받는’ 뉴스를 만들 것인가가 더 중요한 화두가 됐다.
그리고 모바일 시대가 확산되면서 이제까지 기업이나 제품을 노골적으로 홍보하는 ‘광고’의 설자리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자들이 그렇지 않아도 작은 공간 내에서 (더군다나 이제까지 정보 소비 매체로는 가장 ‘개인적인’ 공간에서) 기업들의 광고를 참아줄 리 없다.
얼마전 페이스북에서 친구가 추천한 글을 보기 위해 모 언론사 모바일 페이지에 들어갔는데 인터넷 페이지에서 익숙하던 ‘남성을 위한 어쩌구 저쩌구’ 광고가 뜨는 순간, 뉴스를 읽을 마음이 한 번에 사라져 페이지를 닫아 버렸다. 인터넷 신문에서처럼 선정적인 광고를 모바일 페이지에서도 그대로 게재하는 매체는 환영받기 어려울 것이다.
광고도 콘텐츠의 영역과 조심스레 만남을 시도하고 있다. SNS의 절대강자 페이스북의 광고 전략을 보더라도 사용자들이 누구나 다 아는 광고 영역의 광고보다는 콘텐츠형, 타임라인에 접목시킨 스토리형 광고가 훨씬 좋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시대, 모바일 시대, 큼직한 흐름이 변화할 때마다 기존의 미디어들은 큰 파도를 만난 것처럼 이리 저리 헤맨다. 콘텐츠 그 자체를 잘 만들기 위한 노력도 중요하지만 콘텐츠와 소비자가 만나는 접점에서 일어나는 변화에도 주목해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