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두관 균등 지원은 안 되고 홍준표 차등 지원은 괜찮다?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장


   
 
  ▲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지난해 12월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뒤 전임 김두관 도지사의 핵심 공약 사업 ‘모자이크 프로젝트’를 반 쪽 낸 때는 올해 3월 20일이었다. 모자이크 프로젝트란 경남 지역 18개 시·군 모두에 대해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4년 동안 200억원을 ‘종잣돈’으로 균등하게 지원하는 사업이다.

모든 시·군에 똑같이 200억원을 지원하는 까닭은 이랬다. “으뜸도시인 창원이든 아니면 인구가 가장 적은 의령이든 지역마다 발전이 덜 된 지역은 있게 마련이다. 경남 전체의 균형 발전도 필요하지만 해당 시·군 차원의 균형 발전도 필요하다.”

물론 200억원이 막무가내로 주어지지는 않았고 걸맞은 사업을 계획했을 때 예산이 배정되는 식이었다. 그런데 이른바 홍준표 도정은 취임 석 달만에 모자이크 프로젝트 전체 예산 3600억원 가운데 절반이 넘는 2245억원은 날리고 11개 시·군에 1355억원만 남겼다. 당시 경남도는 “빚이 1조3488억원에 이를 정도로 재정 적자가 심각해 줄일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렇게 심각하던 재정 적자가 고작 일곱 달만에 해소가 됐는지는 모르겠다. 홍준표 도정은 10월 10일 서부권개발본부를 통해 13개 시·군에 4년 동안 2787억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했다. 내세운 명분은 ‘지역간 불균형 해소와 성장 동력 창출을 위한 본격적인 지역균형발전사업 추진’이다. 김두관 모자이크 프로젝트와 전혀 다르지 않다.

성격이 같은 김두관의 모자이크 프로젝트 예산과 이번 홍준표의 지역균형발전 예산을 더해보면 오히려 지역 불균형을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

모자이크 프로젝트에서도 살아남고 이번에도 예산 배정을 받은 시·군은 일곱 군데다. 이들 자치단체의 두 예산을 합하면 총액이 △함양군 435억원 △통영시 415억원 △사천시 390억원 △밀양시 379억원 △산청군 358억원 △합천군 304억원 △창녕군 203억원이 된다.

또 지난 번에 떨어졌지만 이번에는 포함된 시·군은 여섯 곳인데 △함안군 418억원 △남해군 386억원 △고성군 306억원 △의령군 253억원 △하동군 231억원 △거창군 217억원을 예산으로 받게 됐다. 이밖에 창원·진주·김해·거제·양산은 이번 예산 배정에서 배제됐다. 그런데 3월 모자이크 프로젝트가 반 쪽 날 때 이들 도시 가운데 200억원 전액을 받은 창원은 말할 것도 없고 150억원을 챙긴 진주·거제나 100억원을 받을 수 있었던 거제는 그나마 낫다. 양산은 이번에도 예산 배정을 받지 못했고, 지난 3월에도 천성산 치유·생명단지 프로젝트가 탈락돼 결과적으로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됐다.

이렇게 재구성해 놓고 이번에 예산이 주어진 열세 시·군을 보면 금액 차이가 가장 큰 경우 두 배를 웃돈다. 지역마다 특성이 있어 발전에 필요한 비용이 어느 정도 차이는 날 수 있다 해도 이럴 수는 없겠다는 생각이 드는 대목이다. 게다가 예산 배정이 되지 않은 다섯 시·군까지 함께 보면 차이가 더 심해져 어쩌면 균형발전을 빙자해 불균형을 부추기지나 않나 미심쩍을 지경이다.

게다가 경남도는 지금 책정된 예산이 올해부터 2017년까지 차례대로 지급된다고 밝혔다. 2017년은 내년 지방선거를 통해 새로 선출될 도지사가 관장하는 영역이다. 전임 김두관 도지사의 모자이크 프로젝트는, 본인의 중도 사퇴로 빛을 잃기는 했지만 다른 도지사의 임기까지 침해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홍준표 도지사의 이번 계획은 그렇지 않다.

더욱이 그이는 재선 도전 의사를 이미 밝혀놓은 상태다. 그래서 이번 차등 지원은 자기를 찍지 않으면 배정된 예산이 물거품이 된다는 사전선거운동이기도 하고, 지역 불균형을 더욱 키운다고 판명될 개연성이 높은 정책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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