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새 유형 방송 규제의 시사점
[언론다시보기]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3.11.20 14: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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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식 계명대 언론영상학과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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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디지털 방송 매체들이 주문형 서비스(VOD)를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 방송 관련법은 물론 통신 관련법에서도 VOD 서비스에 대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없다. 특정 매체에 기반해 규제 대상을 구분하고 있는 현행 방송법과 통신법의 이원적 체계하에서 VOD 서비스는 각기 다른 진입 절차와 규제를 받고 있다.
영국은 VOD에 대한 입법을 통해 세계에서 가장 앞선 제도를 운영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영국은 VOD에 대해 규정한 유럽의회의 2007년 시청각 미디어 서비스 지침을 이행하기 위해 영국 2003년 커뮤니케이션법을 수정하고, 규칙을 제정했다.
영국의 VOD는 다음 사항을 만족해야 한다. 첫째, 주된 목적이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비스에 일반적으로 포함되는 프로그램 형식 및 내용과 유사한 형식과 내용의 프로그램을 공급하는 것이다. 이는 방송프로그램을 ‘방송 편성의 단위가 되는 방송 내용물’로 정의해 놓은 국내 방송 프로그램의 정의를 보다 구체화시켰고, 확대해 놓았다. 즉, 목적이 일반적인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비스의 목적과 동일해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텔레비전 프로그램 서비스의 형식과 내용이 유사(television-like)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VOD는 기존 방송과 경쟁하는 서비스여야 한다는 것이다.
VOD의 둘째 요건으로 편집권(editorial responsibility)을 가진 인물이 존재해야 한다. 국내 방송법상 편성권과 같은 개념으로 편성의 개념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방송의 구성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세 번째 요건은 편집권자가 영국의 사법권(jurisdiction) 하에 있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내용은 개방형망을 활용하여 국제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송통신 융합 서비스에 대한 규제의 실효성을 담보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애플TV나 구글TV와 같은 스마트TV의 경우, 설령 국내법으로 새로운 유형의 방송 서비스에 포섭한다 할지라도 국내법으로 규제를 할 수 있을지에 대한 규제 실효성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 이 같은 향후 예상되는 문제에 대해 편집권자를 자국의 사법권하에 있는 자로 제한함으로 인해, 실효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현실적인 방안이다.
넷째, 공중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일 것을 요구한다. 사적 통신은 제외하고 있다. 방송을 공중에게 송신하는 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는 국내 방송법과 별 차이가 없다.
영국에서 오프콤(Ofcom, Office of Communication)은 특정 법인인 ATVOD(초기에는 ‘Association for Television on Demand’였다가, ‘Authority for Television on Demand’로 변화)를 VOD 서비스에 대한 규제 기관으로 지정했다. 위탁 자율 규제의 형태로 규제 위임을 한 것이다. 초기 민간 협회 차원에서 규제하였던 것을 청(authority)으로 규제 기구의 위상을 승격시켰다.
VOD 사업자들은 사업을 하기 위해 ATVOD에 신고해야 한다. ATVOD는 사업자들이 지켜야할 법적 기준들을 규칙(Rules)과 가이드라인으로 설정해 놓고 있다. 본 규칙에서는 폭력성과 선정성이 심한 프로그램들을 규제하는 내용들을 담고 있다. 오프콤은 ATVOD로 하여금 일련의 규제 기능들을 수행토록 하였지만, 오프콤도 요구 사항들을 위배하는 사업자에 대해 법적 제재를 취할 수 있는 법적인 공동 권한을 가지고 있다.
영국의 주문형 프로그램 서비스 판단 기준은 국내 방송법 개정시 반영할 필요가 있다. 국내 방송법상의 법적 지위와 규제를 적용하기 위한 조건으로 첫째, VOD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서비스의 성격이 방송 프로그램과 유사한 것이어야 한다. 둘째, 텔레비전 유사 서비스에 대한 편성 행위가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편성책임자가 국내 사법권하에 있어야 한다. 마지막으로, 공중을 대상으로 하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