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뱃살'과 '성형'에 포위당한 인터넷뉴스

[언론다시보기]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 이지선 ㈜미디어유 대표이사  
 
얼마전 DMC 미디어가 발표한 ‘인터넷 뉴스 콘텐츠 소비실태 조사’를 보면 뉴스 소비자의 98%가 인터넷을 통해 뉴스를 읽는다고 답했다. 이런 조사결과가 아니어도 이미 많은 사람들이 종이신문 대신 인터넷에서 뉴스를 읽는 것은 대세가 됐다. 네이버가 뉴스캐스트, 뉴스스탠드 등으로 뉴스 정책을 바꾼 이후로 포털은 뉴스를 찾는 창구의 역할은 하지만 개별 기사는 뉴스 사이트에서 읽는 예가 더욱 많아졌다. 그런데 뉴스를 읽다가 누더기처럼 붙어있는 광고 때문에 콘텐츠를 읽을 마음이 가시는 일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이는 비단 나의 개인적인 취향 때문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뉴스를 읽는 소비자들은 광고 때문에 콘텐츠에 집중할 수 없다는 것, 이런 현실이 지속되면서 매체에 대한 신뢰도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을 과연 언론사에서는 알고 있기나 한 것인지 진지하게 묻고 싶다.

국내 인터넷 뉴스 사이트를 들어가서 광고 영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되는지 따져 보았다. 그리고 이를 미국의 매체와 비교해봤다. 국내 인터넷 뉴스 사이트는 매체마다 차이는 있었지만 대체로 개별 기사 페이지의 경우 광고 영역이 전체 화면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다. 전체 화면 구성에서 50% 이상을 차지하는 광고의 틈바구니 속에서 기사를 읽어야 한다. 종이 신문에서는 최소한 암묵적인 원칙이라는 것이 있었다. 통상 1면 광고는 5단(전체의 3분의 1)을 넘지 않았고 마지막 면의 경우는 전면 광고를 싣더라도 내지에서는 적어도 기사의 양이 광고의 2배는 넘었다. 과연 인터넷 지면(화면)에 이런 편집의 원칙을 가지고 있기나 한 것인지 모르겠다.

양의 문제 뿐 아니다. 기사 목록인줄 알고 클릭했더니 광고인 것도 모자라 기사를 읽고 있는 도중 갑자기 광고가 튀어나와 내용을 가려 버리는 경우도 다반사다.

어떤 매체는 정말로 과감하게 기사의 중간 중간에 “배우 ○○○ 15Kg 감량, 뭘 했길래?”와 같이 선정적인 제목의 광고 링크를 넣어 두었다. 뉴스를 읽으려면 이런 낚시성 광고를 헤쳐 나가야 한다. 여기에 보기에도 민망하게 노출 정도가 심한 사진이 여기저기 애니메이션 형태로 번쩍거리고 있다. 광고의 제목도 보기 민망한 단어들의 나열이다.

정말 언론사 인터넷 뉴스 책임자는 이런 광고들이 수입을 위해서는 어쩔 수 없다거나 괜찮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이렇게 개념 없는 광고는 뉴스 사이트 전체의 신뢰도를 하락 시킨다. 아주 큰 폭으로 말이다.

앞서 언급한 DMC 미디어 조사 결과를 보면 소비자들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보는 콘텐츠 영역이 뉴스 임에도 불구하고 만족도는 30% 수준으로 매우 낮게 나타났다. 불만족한 이유는 첫번째가 ‘낚시성 제목’(39.1%)이었고 ‘너무 많은 광고 때문’(18.8%)이 그 다음을 차지했다. 불만족 요인의 57.1%가 뉴스의 내용보다는 편집 때문이라는 점은 많은 시사점을 던져준다.

사실 인터넷 뉴스 사이트의 광고의 품질 문제는 어제, 오늘의 문제는 아니다. 그러나 결코 해결되지 않고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문제라서 더욱 심각하다. 사실 더욱 궁금한 것은 언론사들의 모바일 광고 전략이다. 올해들어 인터넷 정보 소비 매체로 스마트폰과 같은 모바일 기기가 급부상하고 있다. 과연 손바닥만한 모바일 화면에서도 ‘뱃살’로 도배된 광고를 보게 할 것인지, 뉴스를 보는 내내 광고를 피해가며 보게 할 것인지 말이다.

뉴스 사이트는 아니지만 세계의 뉴스들이 모아지고 정보가 교환되는 페이스북의 전략이 하나의 벤치마킹 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페이스북은 올해 초부터 지속적으로 UI를 개편하고 새로운 광고 상품을 내놓았다. 모두 모바일 환경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페이스북은 타임라인 오른쪽에 배치된 광고 중심에서 과감하게 타임라인 (정보영역)에 광고를 추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의 광고가 광고주에게 광고 효과를 주고 소비자에게 거부감 없이 수용될 수 있었던 것은 페이스북 ‘친구’라는 SNS의 핵심 기능과 ‘콘텐츠 광고’라는 새로운 형식을 도입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페이스북은 3분기 기대치를 뛰어 넘는 실적을 발표했다. 소비자들은 일방적인 기업의 메시지인 광고는 싫어하지만 내 친구의 추천 콘텐츠는 거부감 없이 수용하기 때문이다.

물론 페이스북의 기법을 그대로 인터넷 뉴스 사이트에 적용할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이제는 돈벌이조차도 소비자의 편에서 생각해야 할 때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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