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자협회부터 밀양에 관심 가져야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장


   
 
  ▲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한국기자협회와 그 구성원이 밀양 초고압 송전탑 건축 문제에 대해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이런 궁금증이 제가 생각하기에는 합당합니다. 왜냐하면 한국기자협회와 그 구성원들이 제대로 관심을 갖지 않는 바람에 많은 문제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밀양 76만5000볼트 초고압 송전철탑이 현안이 된 지는 8년이 지났습니다. 그런데 이런 현안에 대해 나름대로 보도가 나오기 시작한 지는 2년이 채 되지 않습니다. 지난 6년 세월 동안 대한민국 기자들과 보도매체는 밀양에 대해 무관심했습니다.

기자들이 처음부터 제대로 보도했다면 밀양은 이런 지경까지 오지 않았을 것입니다. 처음에는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전혀 보도도 하지 않았습니다. 또 나중에 상대적으로 더 많은 보도가 나온 다음에도 옳고 그름을 제대로 가려내는 기사는 여전히 많지 않습니다.

기자들 탓이 큽니다. 기자들이 처음에는 밀양 문제에 철저하게 눈길을 두지 않았고 나중에 눈길을 두게 된 뒤에도 정신은 딴 데 팔고 있었습니다. 보도들은 대부분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 있습니다. 문제의 핵심을 가리고 있었습니다.

작업 공정이 얼마나 진척됐다는 사실이 무슨 의미가 있습니까? 한 철탑 공사를 마치고 다른 철탑 공사로 옮아갔다는 것 또한 아무 의미가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펑퍼짐하고 얼간이 같은 보도가 줄을 잇고 있습니다. 이와 같은 영혼이 없는 보도는, 다른 사안에서도 그렇듯이, 핵심과 본질을 가리는 구실을 합니다.

그런 보도를 하는 기자가 과연 누구입니까? 한국기자협회 구성원이 아닐까요? 이런 기자들한테는 한국기자협회가 길잡이가 돼 줄 필요가 있다고 저는 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이런저런 보도매체들의 기자들이 모여 이렇게 또는 저렇게 친목도모나 하는, 그리고 세속적인 지위 유지나 출세를 하려고 하는 조직이 아니라면 말입니다.

한국기자협회가 정식 회의를 하는 장소를 밀양으로 잡으면 어떨까요? 밀양을 찾아가 한국기자협회 구성원들이 밀양을 어떻게 다뤘는지 한 번 따져보고 만약 충분하지 못한 구석이 발견된다면 그것을 어떻게 메울는지 방안을 생각해 보고 대책을 마련해 보면 좋지 않을까요?

게다가 밀양은 무엇보다 더없이 멋지고 아름다운 고장이기도 합니다. 발길 닿는 데마다 명승이고 눈길 머무는 데마다 절경입니다. 가까운 경남 창녕에는 일상에 지친 몸 푸근하게 쉴 수 있는 부곡온천도 있습니다. 회의와 여행 또는 관광을 겸하기에 안성맞춤인 것입니다.

무엇보다 거기에는 기자라면 누구든지 바로 쳐다봐야 하는 현장이 있습니다. 모든 권리를 빼앗긴 지역 주민들의 피어린 몸부림과 외침이 있습니다. 지역 주민들에게는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주권과 인간으로서 인권이 있음에도, 바로 그런 권리를 서슴없이 짓밟는, 대한민국이라는 국가와 한국전력이라는 자본의 생생한 폭력이 있습니다.

그런데도 대부분 보도매체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문제제기가 제대로 다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국가와 자본이 내세우는 논리만 판치고 있습니다. 비수도권에 핵발전소가 몰려 있는 까닭이라든지, 그런 핵발전소들에서 수도권으로 전기를 끌어가기 위해서는 초고압 송전선 전국 곳곳에 거미줄처럼 들어설 수밖에 없다는 지역 차별은 거의 숨겨져 있습니다.

그래서 대한민국 보도매체들의 밀양 관련 보도는 대부분 ‘밀양 지역 76만5000천 볼트 초고압 송전선로’를 기정사실화하는 구실을 합니다. 대한민국 기자를 대표하는 한국기자협회 집행부가 밀양을 찾고 지역 주민들이 권력과 자본에 맞서 싸우는 현장을 가야 하는 까닭은, 이것만으로도 충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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