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부추기는 철도파업 보도

[우리의 주장] 편집위원회

철도노조가 지난 9일부터 파업에 들어갔다. 수서발 KTX 운영 자회사 설립이 철도 민영화의 전초단계라는 이유다.

대부분의 언론은 철도노조 파업이 시민의 희생을 담보로 하고 있다고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노조가 파업에 들어간 9일 KBS 뉴스9를 예로 보면, 총 6개 리포트 중 노조 파업의 근거인 민영화 논란을 다룬 것은 1꼭지였다. 나머지는 교통 불편과 물류대란 등 경제적 손실을 강조했다.

특히 지난 15일 한 할머니가 서울 지하철 4호선 정부과천청사 역에서 전동차에 발이 끼어 숨지는 비보가 전해지자 철도노조 파업 언론보도는 균형을 완전히 잃기 시작했다. “실체가 없는 민영화 반대” “철밥통 방만경영” “정부는 떼법에 굴복하지 말라” 는 등 표현 수위도 점점 강해지고 있다.

파업 이후 시민들의 불편이 늘어나고 안전이 우려되는 것은 사실이다. 경제에도 좋은 영향을 줄 리 없다. ‘시민의 이익’이 비판의 준거로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언론은 시민의 이익을 더욱 구조적으로 위협할 수 있는 철도 민영화 가능성에 대해서도 같은 잣대를 적용해야 한다.

정부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강변하지만 철도노조가 의구심을 지우지 못하는 이유는 설득력이 있다. 이미 수서발 KTX 자회사 설립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민영화 방안으로 추진된 전례가 있다.

정부가 바뀌었지만 국토부가 여전히 철도 민영화를 검토하고 있다는 문건이 뉴스타파의 보도로 알려진 바 있다. 자회사 설립이 코레일 적자 해소 때문에 불가피하다는 주장은 경쟁체제 도입이 필요하다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반론이 나오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프랑스 방문 중 공공부문을 개방하겠다고 밝혀 현지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철도시장 개방을 포함한 WTO 정부조달협정이 국무회의에서 전격 통과된 것은 그 직후다. 몇 년 전만 해도 철도 운영기관 다원화는 사고 위험을 키운다며 철도공사의 몸집을 더 키워 경영 효율화를 꾀해야 한다던 최연혜 코레일 사장의 소신이 왜 갑자기 바뀌었는지도 석연치 않다. 이 정도면 누구라도 충분히 합리적 의심을 품을 만하다.

정부정책은 협상 대상이 아니라며 노조 파업을 불법으로 모는 정부의 강경한 태도 또한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 대량 직위해제, 노조 사무실 압수수색, 지도부 체포가 일사불란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근로조건이 걸린 명백한 합법 파업이라 해도 정부와 언론의 비판은 계속 됐을 것이다. 다수의 언론은 지금까지 노조가 근로조건 개선을 내세워 파업하면 항상 밥그릇 싸움이라고 비난했다. 근로조건 외에 정치적 명분을 걸고 파업하면 정치파업이라고 몰아세웠다. 이쯤 되면 노동법을 고쳐 아예 파업을 못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 솔직한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법하다.

오히려 정부의 강경 대응만을 촉구하는 듯한 언론의 보도 태도는 파국을 부추길 뿐이다. 파업을 바라보는 언론의 관점이 지나치게 정부와 자본의 논리에 치우쳐 있기 때문에 나오는 결과다. 언론이 ‘안녕들하십니까’라는 대자보를 쓴 대학생이 해고와 직위해제도 구별 못한다고 힐난할 게 아니라, 사회적 갈등을 공론장으로 유도하는 지혜를 이끌어내야 할 때다. 나아가 최근 들어 사회 각 분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갈등이 해법을 찾지 못하고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데 언론의 책임은 없는지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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