是非는 없고 馬主만 있는 수도권 광역단체장 보도
[스페셜리스트│지역]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갱상도문화학교추진단장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2.12 15: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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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훤주 경남도민일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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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에는 두 가지 선거가 있었다. 하나는 국회의원 선거였고 다른 하나는 대통령 선거였다. 당시 통합진보당 소속이던 손석형 경남도의원이 창원을 국회의원 선거에 나서기 위해 도의원을 그만뒀고 민주당 소속 김두관 당시 경남도지사도 대통령 선거 출마를 위해 도지사직을 그만뒀다.
이 때 손·김 두 사람의 ‘중도사퇴’를 두고 지역에서는 비난·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의원직이든 도지사직이든 도중에 그만두는 일은 취임할 때 했던 선서와 어긋날 뿐 아니라 자기를 뽑아준 유권자에 대한 배신이며 다시 선거를 치러야 하기에 예산 낭비이며 사회 전체의 피로도까지 높인다는 얘기였다.
그랬던 때문인지 손석형 의원은 처음에는 당선 가능성이 가장 높았음에도 떨어졌고 김두관 경남지사는 민주당 경선 문턱도 넘지 못한 채 주저앉고 말았다. 특히 김두관 지사의 경우 경남 민심이 받쳐주기만 했으면 어쩌면 크게 판을 흔들 수도 있었을 텐데 자기 욕심에 스스로 떠밀려 중도사퇴하는 바람에 완전 가라앉고 말았던 것이다.
지금 수도권 광역 단체장 선거 보도를 보면 중도사퇴 얘기가 나와야 마땅한 국면인데도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여야를 가릴 것 없이 서울시장 거론 후보 이혜훈·정몽준 의원, 경기도지사 거론 후보로 원유철·정병국·원혜영·박기춘·김진표 의원, 인천시장 거론 후보 박상은·이학재 의원은 모두 현역 의원이다.
19대 국회의원 임기가 2012년 5월30일 시작됐으니까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이들이 광역단체장 선거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한다면 2012년 경남에서 크게 지적됐던 바와 같은 폐해들이 수도권에서 고스란히 재현되는 셈이다.
그런데도 문제제기가 보이지 않는다. 시민사회 영역에서도 문제 제기가 없는 것 같고 보도 매체도 이 문제를 전면에 들고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종편’은 허구한 날 말도 안 되는 소리를 그것도 되풀이해 뱉어대면 됐지 이런 중도사퇴 따위는 전혀 다루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다.(모른다. JTBC의 손석희가 할지 안 할지는….)
서울에 본사가 있는 매체들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보도는 천편일률로 경마 중계식이다. 박원순이 앞서고 있습니다. 정몽준이 뒤따릅니다. 김황식도 만만찮습니다. 정몽준과 김황식 두 말의 마주(馬主)인 새누리당이 한 말로 정리하고 날개를 달아주면 추월할 수도 있습니다.
안철수 마주도 출마시킬 기대를 받고 있습니다. 안철수가 말을 내보내면 박원순과 부딪혀 상대방에 어부지리를 넘겨줄 수 있습니다. 박원순의 마주인 민주당에서 안철수 마주를 견제하는 발언이 쏟아지는 까닭입니다. 이밖에 돈 안 되는 군소 마주들도 있는데 이들은 어떤 말들을 내보낼지 골라보고 있습니다. 운운.
지금 광역단체장 선거에 나선답시고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들이 출마를 위해 중도사퇴하면 그 예산 낭비는 얼마나 되는지 왜 묻지 않는지 모르겠다. 정치에서 선거에서, 결과만 좋으면 과정은 개판이어도 관계 없다는 얘기인지 정당과 거론 후보에게 왜 따지지 않는지도 모르겠다. 2012년 국회의원 선거에서 했던 공약 따위를 제대로 지켜냈는지도 함께 말이다.
이렇게 물으면 무슨 대답이 나올까? 그런 따위가 뭐 중요하냐고 되묻겠지. 아니면 사람들 관심을 끌기 어려워 상품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고 솔직하게 말할까? 어쨌든 단순 중계하는 식으로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대로 받아쓰기만 해주면, 가장 힘센 마주에게 당연히 발언·행동 기회가 많으니까 가장 유리할 수밖에 없다.
서울에 본사가 있는 매체들의 수도권 광역단체장 선거 관련 보도는 선거판 자체보다 더 과열돼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자기 본래 역할이라 할 수 있는 시비(是非)도 보이지 않는다. 신문이든 지상파방송이든 종편방송이든 통신이든 마찬가지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