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부와 다를 게 없는 박근혜 정부 언론정책
[언론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2.26 15:5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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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서중 성공회대학교 교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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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정부가 1년을 맞이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 방송은 황폐화했다. 공영방송의 독립성은 무너지고, 소위 ‘조중동매’의 종편 등장으로 저널리즘이 오염됐다. 공영방송 독립을 위해 저항하던 방송인은 해직 또는 징계 처분됐다. 비록 새누리당의 연속선상에 있지만 새롭게 시작하는 박근혜 정부가 취해야 할 언론 정책의 첫발은 최소한의 원상회복을 통해 신뢰를 확보하는 것이어야 했다. 정책은 정책 시행자와 수혜자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수혜자들이 정책에 능동적으로 호응할 때 비로소 그 효과가 나타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1년은 신뢰회복과 거리가 멀었다. 출범 초기에는 정부 조직 개편으로 언론계를 대혼란으로 밀어 넣었다. 방송의 공공성을 책임질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오직 규제 권한만 남겨 놓고 모든 정책 권한을 미래부로 이관하려 했다. 방송정책을 진흥과 규제라는 단순 이분논법으로만 이해하는 한계를 보인 것이다. 사영방송을 확대하면 진흥정책일까 규제정책일까? 외견 상 당연히 진흥정책이다. 하지만 공공성을 담보해야 할 공영방송에게는 사영방송의 확대는 공영방송의 사활이 걸린 문제다. 동일한 방송시장에서 사영방송과 경쟁해야 하는 공영방송은 그 성격 변화까지 요구받을 수밖에 없다. 종편의 등장으로 재원에 압박을 받고, 저질 저널리즘의 확산으로 저널리즘 포기 압박을 받는 작금의 지상파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비록 일부 기능 조정은 했지만 방송 정책 부처는 결국 방송통신위원회와 미래부로 양분됐고 정책은 혼란스럽다.
대선 당시 박근혜 후보의 언론 정책은 과거 방송 장악을 시도했던 대부분의 권력들이 즐겨 쓰던 ‘방송은 장악할 수도 없고 장악해서도 안 된다’는 구호를 반복하는 수준이었다. 구체성이 결여됐던 것이다. 그럼에도 한 가닥 기대했던 것은 후보 시절 대리인의 비공개만남을 통해 약속했던 MBC 해직자 원직 복귀 문제였다. 하지만 정권을 잡은 후 이 논의는 오리무중에 빠졌다. 2014년 1월 17일 서울남부지법이 방송의 올바른 여론 형성, 객관성과 공정성 유지 등을 방송의 기본 책무로 인정하고, 공정방송 이행이 노사 양측의 의무이며 동시에 근로조건에 해당함으로 방송 공정성을 수호하기 위해 저항한 MBC 노조원들에 대한 해고처분은 재량권의 일탈 남용에 해당된다고 판결했다. 그런데 MBC는 수용은커녕 즉각 항소했다. 애초 후보의 약속을 믿었던 게 잘못일까?
이명박 정부는 종편을 탄생시켰다. 이명박 정부가 내세웠던 방송산업화, 여론다양성 논리가 학계에서 부정당했음에도 미디어 관련법 개정을 강행하고, 이에 근거해 신문사들이 주도하는 종편을 도입했다. 방송산업 논리에서 보면 정상적인 경쟁 조건에서는 종편 하나도 생존하기 어렵다는 것이 학계의 예측이었다. 그런데 무려 네 개를 승인하고, 각종 특혜를 제공했다. 그럼에도 종편은 경영에 실패했다. 경영에 실패했으면 자동 퇴출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그렇게 예측하는 사람은 없다. 애초 도입이 정치적으로 이루어진 일이기 때문에 퇴출 여부도 정치적 결정으로 이루어질 것이라 보기 때문이다.
문제는 종편에 대한 다양한 특혜가 종편을 살리는 효과보다는 지상파를 상업적 경쟁으로 몰아넣는 압박 효과를 더 발생시킬 것이기 때문이다. 방송과 광고주의 유착을 억제하는 미디어렙 도입은 종편에는 적용되지 않았다. 3년 유예 결정을 했기 때문이다. 그 시한이 다가 오지만 유예를 철회하겠다는 움직임은 어디에도 없다. 종편에 의한 광고시장의 잠식은 종편 특혜 철회 요구보다는 역으로 지상파에 대한 규제 철폐 요구를 부추긴다. 방송 전체의 황폐화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다. 곧 종편 재승인 심사가 있는데 공정한 심사가 이루어질까?
방송이 공정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도록 일탈 내용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한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외려 공정성과 객관성 개념에 대혼란을 야기했다. 공정성과 객관성 판단에서 사회 여론과 역행하고, 사안에 따라 기준이 달라진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방송이 징계를 받지 않기 위해 특정 세력의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다.
적어도 언론정책에서 박근혜 정부의 1년은 이명박 정부의 6년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