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와 언론의 자유
[언론다시보기]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위원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위원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5.07 14:4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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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위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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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같은 쓰레기의 자유가 보장된다면 당연히 당신들 같은 1등, 2등 시민들의 자유는 저절로 쟁취되는 것이다.”
1997년에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금곰상을 받은 영화 ‘래리 플린트’에서 포르노 잡지 ‘허슬러(Hustler)’의 편집자이자 발행인 래리 플린트(72)가 표현의 자유를 둘러싸고 대법원에 항소할 때 주장한 말이다. 소송은 미국 국민들로부터 많은 신임을 받는 제리 포웰이라는 원리주의 계열 기독교 목사가 어린 시절 자신의 엄마와 근친상간했다는 내용의 만화광고를 허슬러에 실었기 때문이었다.
제리 포웰 목사는 플린트를 상대로 명예훼손죄로 고소했고 플린트는 1심에서 25년 형을 받았지만,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3심에서는 미국 수정헌법 1조의 적용여부가 주목받았다. 수정헌법 1조는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 정부에 대한 탄원을 허용하고 있다. 1980년대 초반 미국의 대법원은 한국적인 상식으로는 불가능한 결과를 내놓았다. “수정헌법 제1조와 제14조는 공무원이나 공적 인물이 자신을 풍자하는 만화 광고를 이유로 불법 행위의 책임을 부과하는 것을 인정하지 않는다”라며 플린트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대통령을 쥐로 표현했다고 2011년 예술가에게 벌금형을 내리는 한국과는 판이하다.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포르노 잡지 발행인과 남의 나라 사례를 이렇게 장황하게 늘어놓은 이유는 지난달 16일 발생한 ‘세월호 침몰’로 형성된 여론에 대처하는 정부와 여당의 움직임이 헌법 21조가 허용한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도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저런 가능성을 두고 국민들은 논의하고 있는데, 과연 이것을 ‘유언비어’라고 낙인찍을 수 있는가. 이른바 ‘공영방송’과 보수신문 등 주류언론이 세월호 침몰 참사와 관련해 국민이 납득할만한 수준으로 보도하고 있지 못한 것이 문제가 아니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여당 소속 한선교 국회의원 등 10명의 새누리당 의원들이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 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내놓았다. 개정안은 “국가·사회적 위난이 발생하거나 그 가능성이 긴박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국가의 위난 관리를 방해하거나 공중의 정확한 정보의 형성·유통에 지장을 초래할 목적으로(저자 강조) 위난의 발생 여부 및 발생 원인, 정부의 위난 관리 정책 또는 위난과 관련된 사망·실종·상해 등의 피해에 관해 허위 사실이 포함된 정보를 유통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는 것이다.
정부에 불리한 정보가 인터넷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돌아다닌다고 트위터나 구글 등을 막는 일당 독재국가들과 무엇이 다른가 싶다. 또한 ‘국가의 위난 관리를 방해하거나 공중의 정확한 정보의 형성·유통에 지장을 초래할 목적으로’는 대체 누가 판단하고 결정한단 말인가? 결국 이런 개정안으로 여론을 통제하겠다는 착상인데, 이는 미국의 수정헌법 1조에 비견될만한 한국의 제6공화국 헌법 21조 1항의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는 규정을 명백하게 위반하고 있는 위헌적인 행위인 것이다.
국제적인 언론감시기구인 ‘프리덤하우스’가 지난 1일 ‘2014년 언론자유 보고서’에서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국(partly free)’으로 발표했다. 부끄럽다. 프리덤하우스(www.freedomhouse.org) 홈페이지에서 확인해보면 한국은 2002~2010년까지는 언론자유국(free)으로, 생생한 초록색으로 표시돼 있다. 언론 자유국에서 지위가 추락한지 2011년부터 4년째다.
프리덤하우스가 한국을 부분적 언론자유국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헌법에서 언론과 표현의 자유 등을 허용하고 있지만 1948년 이래 국가보안법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얻는 것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가보안법 7조는 서방의 자유민주주의 국가들로서는 용인하기 어려운 모양이다. 2013년 평가서에는 이명박 정부가 들어온 뒤로 언론의 환경이 퇴보(set-back)하고 있고, 올해와 2012년에는 특히 인터넷 검열을 우려했다. 언론자유에서 북한은 197위로 꼴찌니까, ‘부분적 언론자유국’도 잘하고 있는 것이라고 정부여당은 주장하고 싶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