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 패러다임의 대이동

[언론 다시보기]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 예병일 플루토미디어대표  
 
언론 환경이 급속히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다. 미디어 플랫폼의 변화 때문이다. 지난달 말 발표된 카카오의 다음커뮤니케이션 인수는 이 같은 환경 변화를 단적으로 보여준 상징적인 사례다. 그건 PC환경에서 유선 인터넷 플랫폼의 ‘원조 강자’였던 다음이 스마트폰 환경에서 모바일 플랫폼의 ‘신생 강자’로 떠오른 카카오에 인수된, 하나의 ‘사건’이었다. 모바일이 유선 인터넷을 삼킨 것이고, 미디어 환경이 인터넷에서 모바일로 이동했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리 언론이 이제부터 모바일에 더욱 집중해야 하는 이유다.

이 같은 변화는 우리가 사는 모습만 보아도 알 수 있다. 언제부턴가 PC를 부팅하기보다는 스마트폰을 드는데 익숙해졌다. 귀가해 저녁 내내 PC를 켜지도 않고 지내는 날도 늘어나고 있다. 훨씬 편한 스마트폰만으로도 뉴스 읽기, 페이스북이나 트윗 확인하기 등 웬만한 일들을 처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필자가 신문사에서 나와 인터넷 분야에 뛰어들었던 2000년대 초반에도 모바일은 중요한 화두였다. 하지만 디바이스와 네트워크의 한계가 모바일 세상을 ‘미래의 과제’로 머물게 했다. 그런데 2009년 11월 우리나라에 애플의 아이폰이 출시되면서 스마트폰 시대가 개막되고, LTE 가입자가 2013년 중반에 3G 가입자를 넘어서면서, ‘다운로드&플레이’가 아니라 ‘스트리밍’이 가능해진 본격적인 모바일 시대가 열리면서 모든 것이 달라졌다.

이 같은 모바일 시대의 변화 모습은 통신사 KT의 광고인 ‘All-IP’라는 표현에서 가늠해볼 수 있다. ‘모든 인터넷 프로토콜’… 즉, 언제 어디서나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에서 다양한 디바이스를 통해 끊임없이 콘텐츠를 소비할 수 있는 세상이 오고 있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스마트폰, 태블릿은 물론 스마트 워치나 구글 글래스 같은 다양한 웨어러블 디바이스를 통해 편하게 콘텐츠를 접할 것이다. 신문기사나 방송뉴스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 충격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ABC협회가 이달 초 발표한 ‘일간신문 인증 결과’를 보면 일부를 제외한 다수 신문사들의 2013년 유료부수가 전년보다 1~12% 감소했다. 신문보다는 인터넷, 특히 모바일 디바이스를 통해 기사를 보는 독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 언론은 이런 모바일 시대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는가. 이와 관련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뉴욕타임스의 ‘혁신보고서(Innovation)’는 주목할 만하다. ‘반성’의 내용들이 담겨 있는 이 보고서는 자사가 종이신문의 1면이나 홈페이지의 첫 화면을 만드는 일에 역량의 너무 많은 부분을 투입하고 있다며, 이런 한계에서 벗어나 디지털 뉴스 생산에 집중하는 ‘디지털 우선 전략(Digital First)’을 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24쪽에는 이런 인상적인 구절이 있다. “뉴욕타임스에는 발행 버튼을 누르면 기사가 완료됐다고 생각하는 기자와 편집자들이 많지만, 허핑턴포스트에서는 발행 버튼을 누른 순간부터 그 기사의 일생이 시작된다(At Huffington Post, the article begins its life when you hit publish).”

그렇다. 소셜과 모바일 시대에는 기사를 마감시간이 있는 ‘완성품(product)’이 아니라 실시간으로 끊임없이 만들어가는 ‘과정(process)’으로 인식해야 한다. 허핑턴포스트나 버즈피드처럼. 그래야 독자들에게 전달된다. 언론인들에게는 피곤한 일이겠지만, 이미 그런 방식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새로운 매체들이 등장하고 있고 그들과 경쟁해야 한다.

언론이 종이신문과 TV 또는 홈페이지를 통해 독자에게 기사를 일방적으로 ‘보여주는’ 시대는 막을 내렸다. 이제 청중들에게 ‘전달’될 수 있도록 콘텐츠를 소셜과 모바일 네트워크에 파고들게 만들고 스며들게 해야 하는 시대다. 그러기 위해서는 콘텐츠가 사람들에게 전달되는 ‘길목’에 주목해야 한다. 그 길목은 지난번 칼럼의 주제였던 ‘소셜’과 ‘큐레이션’, 그리고 ‘모바일’에 존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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