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성공하려면 창업자 애착 극복해야
[스페셜리스트 | 금융] 이진명 매일경제 산업부 차장
이진명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차장 jak@journalist.or.kr | 입력
2014.06.25 14:3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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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진명 매일경제 산업부 차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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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부그룹이 백척간두에 섰다. 핵심 계열사인 동부제철이 내달 초 700억원 회사채 만기가 돌아오는 것을 비롯해 8월 400억원 등 4000억원이 넘는 회사채가 만기를 기다리고 있다. 작년 말 기준으로 동부제철 총 차입금은 2조3080억원이다. 자금난을 타개하기 위해 동부제철 인천공장과 동부발전당진을 묶어 포스코에 매각하는 것을 추진 중이지만 녹록치 않다. 채권단은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을 향해 당초 약속대로 1000억원 사재를 털어 동부제철 유상증자에 참여하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동부그룹은 김 회장의 사재는 동부메탈과 동부팜한농의 대주주인 동부DBI 지원에 써야 한다며 버티고 있다.
동부 외에도 성동조선 한진 한라 금호아시아나 등 13개 기업이 채권단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고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다. 어느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생산과 수출, 고용 등에서 한국경제에 치명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
위기가 코앞에 닥친 동부그룹에 빗대 구조조정의 성공을 위한 팁을 골라 보았다. 첫째, 창업자의 애착을 극복해야 한다. 동부그룹은 아직 창업자가 경영일선에 있는 보기 드문 대기업 중 한 곳이다. 김준기 동부그룹 회장이 1969년 설립한 미륭건설이 그룹의 모태다. 대다수 청년들이 취업을 선택하던 시절 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창업에 도전해 70년대 중동 진출에 성공하면서 그룹의 토대를 닦았다. 그래서 김 회장의 그룹에 대한 애착은 누구보다도 강하다.
하지만 그 애착이 오히려 수술대에 오른 동부그룹의 발목을 잡고 있는지 모른다. 최근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에 들어간 기업들 중에 웅진, STX, 팬택이 있다. 웅진의 윤석금 회장이나 STX 강덕수 회장, 그리고 박병엽 팬택 회장에 이르기까지 모두 창업자가 직접 경영했다는 공통점이 있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김우중 회장의 대우그룹이 있다.
반면 이미 2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간 기업들은 상황이 다르다. 창업자가 갖고 있는 각별한 애착이 없는 탓에 좀더 객관적으로 회사를 바라볼 수 있었다. IMF 외환위기 당시 삼성그룹의 구조조정은 지금 돌이켜보더라도 아찔할 만큼 과감하고 거침없었다. 요즘에는 멀쩡한 기업들도 상시 구조조정이 한창이다. 한화그룹은 한화케미칼 자회사인 한화L&C의 건축자재사업부와 제약 자회사 드림파마의 지분 매각을 진행하고 있다. SK그룹도 SK네트웍스가 최근 단말기 소매유통사업을 SK텔레콤으로 양도했고 대치동 신사옥 매각을 진행 중이다.
둘째, 오랜 구조조정 경험을 가진 구조조정 전문가들은 “헐값 매각을 피하기 위해 매각 시기를 놓쳐서는 안된다”고 조언한다. 지난 해 법정관리에 들어간 동양그룹의 경우 동양매직과 웨스트파인골프장, 동양파워 등을 내놓았다가 기대했던 값을 받지 못할 것 같자 매각을 차일피일 미뤘고 결국 시기를 놓쳤다. 웅진코웨이 가격 문제로 협상이 결렬된 웅진그룹도 마찬가지다. 반면에 두산그룹의 OB맥주와 이랜드그룹의 홈에버는 현금흐름이 좋은 ‘알짜’ 핵심 계열사임에도 불구하고 선제적이고 과감하게 매각을 추진해 그룹의 토대를 지켰다. 동부그룹도 ‘알짜’ 계열사에 집착하고 있지는 않은지, ‘제값’을 받기 위해 매각 시기를 놓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진지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다.
셋째, 정치적인 해결 시도만큼 위험한 것도 없다. 김 회장은 최근 채권단을 만나 “신용등급 하락은 내가 책임지고 막을테니 대출에만 신경 써주면 좋겠다”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말을 전해들은 금융권 관계자는 “위험천만한 일”이라며 “정치적인 해결이 통하지도 않을 뿐더러 결국 더 큰 화를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동양그룹의 현재현 전 회장도 서울대 법대 인맥을 활용해 그룹을 지키려다 일순간에 무너졌다.
동부그룹이 지난 4월 최연희 전 국회의원을 건설·디벨로퍼와 농업·바이오 사업부문 회장으로 영입한 것이 이 같은 우려를 더하고 있다. 최 회장은 성추행과 불법 정치자금 수수 파문에 연루됐던 인사다.
시간이 많지 않다. 동부그룹과 여타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은 현재의 위치를 냉정하게 되짚어봐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