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산다"… 공동 네트워크로 온라인 광고시장 겨냥

[혁신 미디어 비즈니스 모델을 찾아서] (4·끝)영국

IT기업 온라인 광고 독식에 언론사간 연합전선 구축 늘어…가디언·FT 등 ‘판게아 연맹’
지역언론 ‘1XL’ 광고 플랫폼 독자 2천500만명 시장 형성…광고주에 독자 취향 등 제공


디지털 시대를 맞아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유료 구독자 감소와 광고 수익 감소로 경영난을 겪고 있다.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기사를 보는 독자는 늘어나고 있지만 구독료와 광고료 수입으로 연결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신문 구독자가 많은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세계신문협회 통계에 의하면 2014년 영국의 신문시장은 지속적으로 위축됐다. 유료 일간지 발행부수는 5년 전에 비해 21.9% 감소했고, 광고 매출액도 18억9770만 파운드로 2010년의 27억4640만 파운드에 비해 31% 줄었다. 2000년 이후 영국의 전국지 발행부수도 1000만부에서 2013년 600만부 수준에 머물고 있다. 지역신문 독자 감소세는 전국지보다 더욱 가파르게 진행되는 중이다. 이런 흐름 속에 살아남기 위해 영국의 신문들은 인터넷을 통해 독자들을 확보하는 데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러나 과연 전망은 밝은가. 지난달 26일 방문한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영국 언론의 미래를 부정적으로 내다봤다. 영국 옥스퍼드대 안에 자리하고 있는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는 매년 ‘디지털 뉴스 리포트’를 비롯해 글로벌 환경에서의 저널리즘과 뉴스 소비자 분석 등 다양한 연구를 수행해왔다.


3층 접견실에서 만난 라스무스 닐슨 연구소장은 “1990년대 초반과 달리 지금은 경쟁이 치열한 시대이며 모바일 시장으로 갈수록 광고도 제한적”이라면서 “갈수록 종이신문을 비롯해 디지털 뉴스에서 수익을 내기가 힘들어질 것이다. 현재 영국은 디지털 유료 구독자가 종이신문 유료 구독자 감소폭을 상쇄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5’에 따르면 영국의 종이신문 유료 구독자의 비율은 46%지만 온라인 뉴스 구독자 비율은 6%에 불과하다. 디지털 유료 구독자들이 지난 1년간 지불한 구독료의 월 평균 금액도 10파운드에 그쳤다. 지금까지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구독한 적은 없지만 앞으로 돈을 지불할 의사가 있다는 응답자 비율은 현재의 유료 구독자 수와 비슷해 잠재적 총 고객이 1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 때문에 파이낸셜타임스와 같은 일부 경제지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신문들이 가디언처럼 유료화를 포기한 상태이다.


유료화를 포기한 신문들은 뉴스 소비 과정을 서비스로 개발하거나 다양한 형태의 뉴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실시간 비디오 스트리밍과 모바일 메신저를 활용하는 등 플랫폼을 다양화하고 있다. 그러나 닐슨 연구소장은 “가디언의 글로벌 경영 전략이나 열린 뉴스 서비스 등은 독자 유지에 포커스를 맞춘 것일 뿐 수익과는 큰 관련이 없다. 사실상 가디언은 많은 돈을 잃고 있는 중”이라며 “여러 언론사에서 시도하는 크라우드 펀딩도 언론사의 수익과 연결하면 크게 성공한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 온라인 광고의 대부분을 구글, 페이스북 등 거대 IT기업이 독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디지털 광고에서도 수익을 올리기가 쉽지 않다”고 평했다.


그러나 그는 라이벌 관계에 묶여 있던 언론사들이 협동해 광고나 정보, 기술을 교환하면 살아남을 확률이 높아진다고 조언했다. 닐슨 연구소장은 “혼자 힘으로 하기 힘든 것도 다른 회사와 손을 잡으면 가능해지는 것들이 있다”며 “제휴와 상호적인 측면에서 연맹은 미래에 더욱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의 말처럼 영국에서는 언론사 간 손을 잡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 지난 3월 가디언, CNN, 로이터, 파이낸셜타임스, 이코노미스트 등이 연합해 출범한 ‘판게아 연맹’이 그 예이다. 이들은 각 사의 사이트에 접속하는 전 세계 1억1000만 독자들의 데이터를 병합해, 독자 신상정보와 구독정보를 분석하고 프로그램 광고(검색엔진이 독자 데이터 분석을 통해 만든 알고리즘을 이용해 빈 광고지면을 찾아 자동적으로 광고를 판매하는 방식)시장에서 프리미엄 광고료를 받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양질의 독자 데이터를 결합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한시적인 성격의 연맹으로 아예 체계적인 단체를 설립한 언론사들이 있다. 영국 지역지 대부분의 시장을 차지하고 있는 뉴스퀘스트, 로컬 월드, 존스톤 프레스 등이 그곳이다. 이들은 지난해 11월 온라인 광고시장 공략을 위해 상호제휴를 맺고, 광고 플랫폼 1XL을 출범시켰다. 3개 계열사의 지역신문 독자를 결합해 하나의 거대한 광고시장을 만든 것이다.


1XL은 창립 초기 3개 계열사 800여개의 사이트를 회원사로 보유하고 있었으나 현재는 그보다 더욱 늘어나 1000개의 지역 인터넷 언론사와 24개의 지역 신문사가 가입돼 있다. 지역에 기반을 둔 언론사 중 3곳을 제외하고 모두 회원사인 것이다. 그러나 이들을 관리하는 1XL의 규모는 그다지 크지 않다. 지난달 22일 영국 런던 플릿 스트리트 안쪽 골목에 위치한 1XL 사무실을 찾았을 때 1XL 사무실이 입주한 건물과 사무실에는 1XL을 인식할 만한 그 어떤 표지판이나 간판도 없었다.


스코트 길 1XL 상무이사는 “세일즈 팀은 런던 9명, 맨체스터 3명, 스코틀랜드 1명 수준이다. 광고관리자는 6명, 프로그램 관리자는 4명으로 3개 사무실에 총 23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이 적은 인원으로도 모든 일을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1XL 직원들이 하는 일은 전체 회원사의 웹사이트를 관리하는 일이다. 웹사이트에 들어오는 독자들의 데이터 통계를 관리하고 트래픽이 얼마나 나오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호주, 미국, 유럽 등에 기반을 둔 글로벌매니지먼트 컴스코어가 1XL의 구독자 수를 집계한 결과에 따르면 1XL의 구독자 수는 영국 인터넷 이용자의 54%로, 2500만명 수준이다. 이들은 이 구독자들의 성별과 자동차 소유 여부 같은 재산 상황, 인터넷 접근 빈도 등 기본적인 정보를 비롯해 어느 지역에서 휴가를 많이 보내는지, 어느 지역에서 예거마이스터를 많이 마시는지 등 자세한 취향과 습관, 소비 패턴까지 분석한다. 그리고 이 정보를 바탕으로 광고주들이 광고 내기를 요청하면 그 광고주의 광고 효과가 극대화될 지역이나 언론사에 광고를 보내는 역할을 한다.


길 이사는 “광고주들이 우리를 통하면 매우 만족해한다”며 “지역 언론사에 광고를 낼 때 일일이 개별 언론사와 계약을 맺어야 하는 번거로움을 해소시켜 줄 뿐만 아니라 알아서 원하는 곳에, 타겟팅까지 가능하기 때문이다. 20번이나 전화할 것을 1번의 전화로 끝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1XL은 광고주뿐만 아니라 지역 언론사에게도 생존의 길을 열어주는 돌파구다. 소규모 지역 언론사들이 큰 광고주들을 끌어 모을 수 있기 때문이다. 길 이사는 “큰 광고주들은 지역 언론사를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그러나 지역 언론사들이 힘을 합치면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된다”며 “더 광고를 쉽게 받기 위해 만들어진 회사라고 보면 된다”고 말했다.


지역 언론사들이 뭉쳐 만든 회사이기 때문에 1XL 자체에서는 큰 이득을 취하지 않는다. 그저 지역 언론사들과 5% 수준의 광고 수수료를 책정하고 광고주들에게 받은 비용의 일부만 가져갈 뿐이다. 광고비는 바로 지역 언론사에 보내고, 광고주에게는 따로 돈을 받지 않는다.


더 많은 광고를 수주하기 위해 연구도 끊임없이 한다. 컴스코어와 함께 지역 신문사 웹사이트에 광고를 올릴 때 나타나는 효과와 야후 등 포털에 동일한 광고를 했을 때의 효과 차이 등을 비교 분석하는 조사도 수행한다.


길 이사는 “이 수익모델은 지속 가능하고 사실상 현재 미디어 환경에서는 이것밖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최선의 방법이다. 개인적으로 언론사들이 포털에 발을 들이지 말고, 경쟁보다는 협동을 추구해야 살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 미디어 환경에도 이는 충분히 적용 가능한 모델”이라며 “정치적인 문제를 어느 정도 생각해야겠지만 관리를 잘 한다면 아주 좋은 기회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계적인 미디어 경제학자인 로버트 피카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디지털 세상에서는 구글, 야후 같은 포털이 광고를 지배하는 소수의 큰 플레이어들”이라며 “그러나 언론사는 더 큰 광고 지분을 원하고, 그 때문에 동업을 결정하고 있다. 신문분야의 광고매출은 줄어들지만 디지털 광고가 급격하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이는 고무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영국=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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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비자 원하는 독창적 콘텐츠 생산해야”
로버트 피카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


“무엇이 소비자에게 가치를 만드는지 생각해야 한다. 기자 스스로 가치를 정하지 말고 소비자에게 어떤 가치가 중요한지 주목해 그에 맞는 독창적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난달 26일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서 만난 로버트 피카드 영국 옥스퍼드대 교수는 구독자들을 잘 이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자들의 정보를 모아 더욱 정교한 마케팅을 해야 할 것”이라면서.

-많은 언론사들은 다양한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데 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년 전에는 다수의 신문사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 많은 것들을 시도했다. 신문도 팔았지만 다른 상업 인쇄물과 책을 팔았다. 20세기부터는 광고업이 강해져 상대적으로 다른 사업을 할 필요가 없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는 과거로 돌아가고 있다. 언론사들은 수익을 내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찾고 있다. 타임스는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뉴욕타임스는 와인을 팔고 있다. 가디언은 유료 이벤트들을 제공하고 있고 싱가포르의 더 스트레이트 타임즈는 스포츠 바를 운영하고 있다. 이미 주요 언론사들은 평균 5~6개의 수익원들로 손실을 보상하고 있다. 사업을 다각화한다면 충분히 수익을 내는 것이 가능하다.”

-과거의 비즈니스 모델을 변화시키기 위해 언론사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가.
“언론사는 광고인들보다 소비자와의 관계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이제는 소비자들을 잘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요즘 논쟁은 ‘우리는 어떠한 정보를 필요로 하는가’ ‘그것들을 어떻게 구할 것인가’ ‘정보를 모으기 위해서는 어떠한 기술이 필요하나’이다. 핵심 소비자들이 뭘 원하는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그들의 정보를 모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디지털 뉴스 리포트 2015’에 따르면 영국 응답자의 75%가 온라인 뉴스를 유료로 구매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많은 기자와 언론사들의 가장 큰 문제점은 모든 사람들이 자사의 신문을 읽기 위해 돈을 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매일 신문을 읽고 싶어 하지 않는다. 그들은 데일리 뉴스보다 스포츠, 요리, 오토바이 등 다른 것들에 더 관심이 많다. 오래 전부터 그래왔고 20세기 신문에 연예, 영화, 생활 등 다양한 섹션이 추가된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날에는 심지어 이 모든 정보를 TV, 인터넷, 잡지를 통해 찾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왜 사람들이 디지털 뉴스를 위해 돈을 내야 하는가. 대부분의 나라에서 오직 인구의 20~40%만 신문을 위해 돈을 내고 있는데, 우리는 이런 상황에 익숙해져야 한다. 대신 이 한정된 마켓에서 사람들이 돈을 계속해서 지불할 수 있도록 콘텐츠의 혁신을 꾀해야 할 것이다.”

-콘텐츠 혁신에 있어 가장 중요하게 여겨야 할 가치는 무엇인가.
“무엇이 소비자에게 가치를 만드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기자들은 ‘우리가 가치 있는 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그 안에는 스스로가 가치를 정한다는 뜻이 숨어 있다. 스스로 가치를 정하지 말고 오늘날 소비자들이 어떤 가치에 주목하는지 살펴야 한다. 그들이 가치 있게 생각하는 것과 관련해 다른 잡지나 신문, 포털에서 생산할 수 없는 콘텐츠를 만들어내야 한다.”        

강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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