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실험으로 독자 궁금증 해소
데이터분석 활용해 입체적 보도
라이브 톡 등 새로운 영역 도전
오픈 채팅방…네티즌 참여 확대

“뉴스실험실을 아시나요?” 이윤석 JTBC 기자
“안되겠어. 리얼리티를 더 살려야겠어.” 셔츠에 마이크를 끼우고 카메라를 보며 거듭 멘트를 수정한다. 염화칼슘, 베이킹소다, 커피가루 등 테이블에 놓인 재료를 들고 어떻게 표현해야 더 자연스러울지 맞춰본다. 방송경력 6년차인 그이지만 카메라 앞에서는 긴장을 놓을 수 없다. 지난 10일 서울 상암동 JTBC 본사 1층 오픈스튜디오. 이윤석 JTBC 기자는 디지털뉴스룸의 새로운 아이템인 ‘뉴스실험실’ 촬영을 위해 카메라맨과 호흡을 맞추며 분주히 움직였다. 그는 “뉴스실험실은 공개되자마자 3일 만에 도달률 300만을 넘기며 페이스북의 새로운 혁신 콘텐츠로 떠오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기자가 기획한 디지털 아이템은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 3월부터 페이스북 라이브를 시작, 이슈 현장을 직접 찾아가 뉴스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이 기자는 특유의 애드리브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그는 “사람들의 반응을 실시간 댓글을 통해 보면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에 여론 움직임에 심리적인 영향을 받게 된다”며 “사람들의 의견을 충분히 고려하고 소개하되, 너무 동요되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기자들에게는 아직까지 출입처가 중요하고 이 분야의 가치를 모르는 사람들은 디지털하면 낮게 평가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방송리포트 이상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온라인 뉴스의 중요성을 알리고, 기자들이 얼마든지 기자 생활을 잘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요. 그러려면 기자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한 시스템부터 갖춰야겠죠.”

이 기자는 온라인 부서에 오기 전부터 디지털에 관심이 많았다. 경제산업부에 있을 당시 방송리포트로 내보내지 못한 뒷얘기를 직접 편집해 ‘손으로 만든 뉴스’라는 타이틀을 달아 개인 유튜브로 전했다. 이는 최다 조회수 19만을 돌파하는 등 큰 인기를 얻었다. 그는 “현장을 가장 가까이서 볼 수 있는 사람은 바로 기자란 책임감을 갖고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콘텐츠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의 혁신에는 JTBC도 한몫했다. 기자들이 아이디어를 내놓으면 간부들이 자유롭게 수용, 개방적인 제작 환경 덕분에 혁신 콘텐츠가 쏟아져 나왔다. 총선이나 구의역 사건 등 굵직한 이슈는 기자가 직접 현장을 찾아 라이브로 담고, 인턴 등이 내놓은 아이디어는 뉴스룸인사이드나 뉴스실험실로 활용됐다. 장혜수 디지털뉴스팀 부장은 “사내 보도국 공모를 통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있다”며 “실제로 최근 큰 반응을 얻고 있는 뉴스실험실 코너의 경우 사내 공모에서 최다 투표를 받은 아이디어”라고 설명했다.

‘한국형 데이터저널리즘을 꿈꾸다’ 함형건 YTN 기자
디지털 실험과 모험을 좋아하는 기자는 YTN에도 있다. 함형건 YTN 기자는 국내에서는 생소한 데이터분석을 언론에 도입, 업계에 이름난 데이터저널리스트이다. 지난 2015년에는 ‘데이터분석과 저널리즘’이라는 책을 펴냈다.

“10년 넘게 기자생활을 하면서 데이터가 제대로 축적이 되지 않고 있다는 걸 알았어요. 기자는 과연 한 발자국 더 들어갈 수 없는 것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죠. ‘해보지 않았을 뿐이지, 충분히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더라고요.”

그가 데이터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건 지난 2012년 미국에 연수를 갔을 때부터다. 당시 미주리대 저널리즘 스쿨은 기자들을 대상으로 컴퓨터 활용 보도 등 데이터와 관련한 전문 지식을 가르쳤다. 우리나라에서는 탐사보도에서 간헐적으로 쓰긴 했지만 취재기자가 직접 분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특히 데이터 지식이 부족한 일반 출입기자가 소화하기엔 역부족인 게 현실이다. 그는 “외국에서는 데이터와 관련해 코딩 등 여러 가지 기술적인 방법을 커뮤니티를 통해 기자들이 서로 공유하고 도와주는 문화가 잘 돼있다”며 “우리도 자료를 정리하고 분석하는 시스템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지난해 5월부터 데이터저널리즘팀을 결성, 8월에 리서처를 채용한데 이어 올 초 기자도 충원해 본격적인 데이터 연구에 들어갔다. 이들이 만든 데이터콘텐츠의 대부분이 방송리포트에 활용되고 있다. 물론 시원스러운 단독이나 특종 프로그램과 같이 데이터저널리즘 그 자체가 이목을 끌기에는 쉽지가 않다.

하지만 보도의 지평을 넓혀주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크다. 그는 “보통 방송리포트는 피해자 인터뷰와 경찰청 통계, 전문가 인터뷰 등으로 나가는 게 기본문법인데, 데이터를 활용하면 기본 작법에서 벗어나 입체적인 보도를 할 수 있다”며 “인터랙티브 뉴스로도 활용돼 독자들이 자발적으로 데이터를 찾아보고 참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패를 모를 것 같은 함 기자에게도 고충은 있었다. 우리나라의 공공데이터는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은데다 그 정보마저도 정보공개 청구 등에서 번번이 막히기 일쑤였다. 그는 “'자전거 사고 지도'를 제작하던 당시 ‘수사기록이기 때문에 못 준다’고 하던 경찰청이랑 1달 이상 싸웠다”며 “이런 식으로 막아놓은 자료가 한 두 개가 아니다. 개인정보는 보호해야하는 게 맞지만 과도한 정보공개 거절은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부실한 공공데이터는 통일성 없이 제각각 나뉘었다. 그는 “데이터저널리즘이 앞으로 진화하려면 언론사들이 협업을 통해 공공데이터를 모아서 클리닝하는 모임을 결성, 한국형 데이터저널리즘 문화를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라이브’와 ‘톡’에 빠진 기자들
온라인 콘텐츠가 빠른 속도로 진화하면서 다양한 기획 기사가 요구됨에 따라 디지털 부서에서 자신만의 혁신 방법을 찾는 기자들이 많다. 이들은 사진이나 동영상, 데이터 등 시각적인 자료를 활용하는 방식으로 디지털 콘텐츠를 발굴하고 있다.

박진호 SBS 기자는 페이스북 라이브를 통해 종합뉴스를 전달한다. 뉴욕 특파원으로 일하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지난 4월 말 뉴미디어실에 발령받고 스브스뉴스 라이브를 진행하게 됐다. 박 기자는 “퇴근길에 스마트폰을 통해 하루에 있었던 이슈를 훑어볼 수 있도록 대담 형식의 콘텐츠를 기획했다”며 “동시 접속자 300명, 누적까지 5만명 이상이 시청했다. 댓글을 읽어주는 식의 쌍방향적 소통이 일반뉴스와 차별화 돼 인기를 끌고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생방송은 메신저와 결합돼 ‘라이브 톡’으로 재탄생되기도 한다. 한겨레 정치팀의 ‘정치BAR’가 개발한 라이브 톡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가 메신저를 통해 대화하는 새로운 포맷의 인터뷰다. 오픈채팅방도 나란히 열려 네티즌이 인터뷰 대상자에게 궁금한 점을 직접 질문할 수 있다. 한겨레 김원철 기자는 “날 것 그대로의 인터뷰를 보여주자는 취지로 기획하게 됐다”며 “카메라보다 메신저가 시공간의 제약을 넘어서 자유롭게 의견을 표현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이 정치인을 민낯으로 만날 수 있는 기회”라고 전했다.

라이브톡은 섭외부터 촬영, 제작까지 공이 많이 드는 작업이다. 또 메신저의 경우 익명으로 인한 사고도 빈번이 일어나 기자의 철저한 관리가 필수다. 그는 “실시간으로 반응이 오기 때문에 재미가 있지만 그만큼 통제를 잘 해야 하는 부분이 있다”며 “많은 대중에게 인기를 얻기보다는 소수의 독자에게 양질의 콘텐츠를 제공하자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김 기자의 노력 덕분에 지난 4월 이재명 성남시장과의 인터뷰로 시작된 라이브톡은 젊은 층을 중심으로 입소문을 타고 있다.

‘카메라에 반하다’ VR뉴스 혁신하는 기자들
최근 동영상이 SNS의 주요 콘텐츠로 떠오르며 영상팀 기자들의 손도 바쁘다. 이진우 중앙일보 디지털뉴스 영상팀 기자는 “이슈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고, 지면에 실리는 내용을 영상으로 어떻게 표현할지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영상팀은 편집이 필수기 때문에 야근을 하기도 하지만 이 기자는 그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편집할 때는 힘들지만 막상 콘텐츠가 페이스북 등을 통해 나가게 되면 사람들의 반응을 보게 되잖아요. 선후배들과 합심해서 만든 게 좋은 반응을 얻으면 기분이 좋죠. 그 느낌 때문에 계속 하게 되는 것 같아요.”

그는 영상을 다루게 되면서 사람들의 변화된 시선도 읽는다. 그는 “기존 포털의 뉴스 컨텐츠는 한 줄 텍스트가 주를 이루고 작은 사진으로만 노출된 반면, 페이스북에서의 영상은 그대로 플레이돼 주목도가 높다”며 “영화, 광고,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표현방식을 익히고 영상감을 잃지 않으려고 노력한다”고 했다.

최근 언론사에서는 가상현실 등이 SNS의 미래가 될 거라는 의견이 나오며 VR뉴스를 개발하는 기자들도 있다. VR보도는 시청자가 실제 사건을 경험하는 것과 같은 느낌을 주기 때문에 파급력과 전달력이 상당하다.

한경닷컴 신세원 영상 에디터는 ‘360도 현장’ 코너를 통해 대규모 집회시위나 현장검증, 극한 한파 체험 등을 선보였다. 신 에디터는 “예전에는 VR기기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 취재에 어려운 점이 많았다. 손바닥만한 기기를 보고 통신장비로 오인해 취재를 막는 경우도 있었다”며 “현장에 VR카메라를 들고 열심히 취재하다보니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이 달라진 것 같아 뿌듯하다”고 했다.

한경닷컴은 신 에디터를 비롯해 뉴스래빗팀의 협업으로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 VR 방송’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신 기자는 “편집을 할 때 소리를 듣고 직감으로 자르는 등 아직 제작 환경이 부족한 상황이지만 조금씩 콘텐츠의 질이 개선되는 것을 보고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했다.

‘재미와 저널리즘’ 두 마리 토끼 잡아야
디지털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고충은 있다. 먼저 슬럼프와 적응 문제다. 출입처에 익숙한 기자들에게는 디지털이 생소할 수밖에 없다. 또 온라인 기사의 특성상 자칫하면 저널리즘과 멀어질 수 있기 때문에, 재미와 저널리즘 두 가지를 적절하게 안배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다.

이윤석 JTBC 기자는 “일부 언론이 단순히 바이럴만을 위해 자극적인 콘텐츠에만 치중하고 있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단순하고 가벼운 콘텐츠가 아닌 무겁고 진지한 소재로도 충분히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전했다.

그는 자신이 만든 콘텐츠로 유튜브에서 광고 수익금을 받아 일부는 기부하고 나머지로 개인 스튜디오를 꾸렸다. 각종 조명 장비로 SNS에 올릴만한 새로운 콘텐츠를 기획하기 위해서다. 그는 “언론의 수십년 노하우가 축적된 종이신문의 가치를 사람들에게 알리고 공감을 이끌어내기 위한 방법을 모색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