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 참가하려면 300만원 내라?

일반인에게 문턱 높은 포럼, 참가비 100~300만원 호가
포럼 취지 온데간데 없고 이익챙기기 수단 전락 지적

언론사들이 주최하는 포럼이나 콘퍼런스 참가 금액이 지나치게 높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글로벌 규모의 포럼 등은 참가비가 개인당 100만~300만원을 호가하고 대학생, 장애인, 국가유공자 할인을 받더라도 50만~200만원 수준이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기업 협찬을 받음에도 일반 참가비를 받는 것에 의문을 제기하는 한편 공익적 목적을 담보해야 할 포럼이 이익 챙기기 수단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종합일간지와 경제지들이 주최한 글로벌 규모의 포럼과 콘퍼런스 참가비는 대부분 몇 백만 원 수준이다. 경향신문이 오는 28일 개최하는 경향포럼은 개인 110만원, 법인 330만원(3명까지 입장 가능)이고 매일경제가 내달 11일 주최하는 세계지식포럼은 일반 참가비가 330만원이다. 지난 5월17일 조선일보가 주최한 아시안 리더십 콘퍼런스도 일반 참가비가 250만원이었으며 지난해 10월28일 개최한 한겨레의 아시아미래포럼도 일반 참가비가 120만원 수준이었다. 


몇 백만 원 수준의 참가비를 받는 포럼에 일반인이 참가하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언론사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비싼 참가비를 받는 포럼과 콘퍼런스의 참석자들은 대부분 기업 홍보팀 관계자들이다. 경제지 A 부장은 “무료로 하는 포럼과 콘퍼런스에는 일반인이나 학생들이 많이 참석하고 각 대학교에서도 단체로 온다”며 “그에 비해 비싼 참가비를 받는 행사에는 주로 기업 홍보팀 관계자들이 온다”고 말했다.


기업 홍보팀이나 기업 관계자들은 이런 행사에 동원되기 일쑤다. 2013년 한국광고주협회가 회원사 200여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한 회원사 전부가 언론사 행사에 협찬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고 연간 협찬 횟수를 묻는 질문에는 15건 이상이 42.5%로 가장 많았다. 광고주들은 이 조사에서 “한 달간 들어온 협찬 요청이 스무 건이 넘는다” “행사에 자리를 채워달라는 인력동원 요청도 줄을 이어 사무실 자리를 지키기 힘들다”고 토로했다. 건설사 홍보팀 관계자 B씨도 “각 기업 당 10명 정도는 포럼에 차출되는 것 같다”며 “안 가면 불이익이 있으니 불참해도 참가비를 낸다”고 말했다. 


언론사들도 할 말은 있다. 글로벌 규모의 포럼이나 콘퍼런스를 준비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종합일간지 C 실장은 “연사 초청에 드는 비용이 상당하다. 유명한 연사가 와야 포럼의 규모나 수준도 올라가는데 그런 분들은 강의료가 워낙 높다”면서 “비행기값, 숙소비, 행사 장소 대관료 등을 대려면 참가비가 비쌀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른 종합일간지 D 부장도 “포럼을 하려면 적게는 5억, 많게는 10억이 들어간다고 하는데 일반 참가자들을 수용하는 데도 한계가 있어 가격을 높게 책정할 수밖에 없다”며 “국내 연사를 초청해서 싸게 할 수도 있지만 어찌됐든 좋은 프로그램을 짜려면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돈을 많이 받으려고 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포럼 중간 무료 특별 세션을 열어두기도 한다”고 말했다.


일선 기자들도 이런 생각에 공감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경제지 E 기자는 “뉴스만으로 먹고 살 수는 없고 사업 다각화 차원에서 포럼 같은 행사를 주최해야 한다는 데는 동의한다. 독자들과 소통하고 다양한 정보를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포럼에는 긍정적인 측면이 분명 있다”면서 “다만 주로 일반 참가자보다 기업 홍보팀 관계자들이 오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언론사들이 최대한 참가비를 줄여 일반인들이 오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경제지 F 기자도 “포럼, 콘퍼런스 등이 점점 많아지다 보니 행사를 위한 행사가 되고 차별성이 없어지는 것 같다”며 “수요에 비해 공급이 너무 많다. 이익 추구에 골몰하기보다 본연의 공익적 목적에 맞게 행사를 주최해야 한다”고 말했다.  


유명한 연사 모시기 등에 치중하기보다 시류에 맞는 행사를 열어 기업에 대한 티켓 강매 등을 없애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한 경제지 G 기자는 “시장의 수요를 예측하고 시류에 적합한 행사를 진행하면 누구나 오고 싶어 할 것”이라면서 “당당하게 협찬도 요청할 수 있고 굳이 강매하지 않더라도 알아서 티켓을 사서 올 것”이라고 했다. 종합일간지 H 기자도 “기업 관계자들이 순수하게 자발적으로, 마트에서 물건을 사듯 티켓을 구매해 포럼에 참가할 만큼 좋은 행사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어쩔 수 없이 티켓을 사게 하는 건 경제적 부담을 떠넘기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아영 기자 sbsm@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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