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가 사라지고 있다

[언론 다시보기]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

사회가 복잡해질수록 언론의 구실이 더욱 중요하고 필요해야 마땅하다. 그런데 전통적인 언론들은 외려 위기에 봉착했다. 신문이 사양 산업이라는 말은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방송도 위기다. 매체들의 주 수입원인 광고가 점점 인터넷 매체로 그리고 지금은 모바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기술의 발전으로 수용자의 수용행태가 바뀌고 광고의 효과를 쫓아 광고주가 이동하는 것은 불가피한 현실처럼 보인다.


그런데 큰 흐름을 거스르기 어렵다 하더라도 위기 상황을 더욱 가속화하는 또 다른 요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사람들은 이전만큼 언론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언론이 언론으로서 존재 이유를 증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저널리즘 측면에서 그렇다. 언론의 신뢰성이 점점 하락하고 있다. 우리 사회에서 공정성의 붕괴를 의미하는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표현은 오래 됐다.


그래서 기계적 중립성이라도 지키면 다행이라는 정도로 기대수준이 낮아졌다. 정말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것으로 충분할까? 수용자들이 그런 언론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언제부터인가 우리 언론에서 취재가 사라졌다. 기자 고유의 구실이 사라진 것이다. 물론 언론에 기획 또는 심층 취재 기사가 전혀 없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많은 기사들이 사안의 양 당사자들 이야기를 옮겨주면 그것으로 공정한 ‘기사’가 됐다고 착각한다.


예를 들어 보자. 백남기 농민의 부검 필요성을 강조하는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이 백남기 농민이 두개골절과 안와골절을 동시에 당했다는 사실에 의문을 제기했다. 물대포에 뼈가 부러지는 것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이다. 물론 이를 다룬 기사들은 부검이 필요하지 않다는 유가족이나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실어줬다. 반론 기회를 줬고 기계적으로 ‘공정’한 것이었다.


하지만 김진태 의원이 의문을 제기한 핵심근거인 안와골절 문제는 남아 있다. 서울아산병원이 제공하는 정보에 따르면 안와골은 ‘눈 주위의 뼈(안와골)로 안구와 눈 속 근육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는데 매우 얇고 섬세하기 때문에 작은 충격에도 쉽게 손상이 된다’고 한다. 물대포를 눈 부위에 맞았을 경우 안와골절은 충분히 가능한 것이다. 하지만 김진태 의원의 문제 제기만 옮겨 논 기사를 본 수용자들은 물대포가 정말 뼈를 부술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을 가질 것이다.


최근 국정감사에서 새누리당 이은재 의원과 조희연 교육감의 질의응답 과정이 화제가 됐다. 물론 도하 언론이 기사로 다뤘기 때문이다. 이은재 의원이 컴퓨터의 기본상식도 모르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물론 이은재 의원은 공정거래위원회에 질의했어야 할 내용을 조희연 교육감에게 질의하고, 자신의 뜻이 전달 안 된다고 큰소리친 잘못은 있다. 하지만 현장중계식 보도는 초점을 흐렸다. 그런 점에서 이은재 의원이 아래아 한글 수의계약 문제를 지적하려다 오해가 번졌다는 점과 공정거래 문제로 따져볼 지점이 있음을 지적한 오마이뉴스 후속 기사는 적절했다.


안와골절 문제는 김진태 의원 주장의 핵심이다. 기자들이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주장에 설득력이 없음을 알 수 있는 사안이다. 모름지기 기사가 되려면 기자가 안와골에 대한 정보를 동시에 제공하거나 그 주장의 적절성을 따졌어야 마땅하다. 이은재 의원 건도 오마이뉴스처럼 본질이 무엇인지 따져서 결론이 난 후 기사화를 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의 기사들은 그렇지 못하다. 좀 단순하게 표현하면 현장에 있던 문장 솜씨 좋은 일반인이라면 충분히 쓸 수 있는 기사들이 넘쳐난다. 수용자들은 당연히 ‘왜 언론이 필요하지’라는 의문을 갖지 않을까? 언론을 불신하고 언론이 유용하지 않다는 생각은 커지고 있다. 언론은 기사의 질 향상을 통해 존재 이유를 증명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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