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 정문 앞. 보도정상화와 보도책임자 사퇴를 촉구하는 피케팅 시위가 연일 이어졌다. MBC 취재기자뿐만 아니라 카메라기자, PD 등도 가세해 힘을 보탰다. MBC 기자들은 “지금까지 수십여 명의 기자가 징계를 받고 쫓겨나 있다. 조금이라도 항의하면 징계 받는 걸 알면서도 더 이상 참지 못한 기자들이 거리로 나오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지난 2012년 MBC 기자들은 공정방송을 기치로 내걸고 170일간 파업을 벌었다. 사측은 파업 가담자에 대해 해고와 전보로 대응했고, 보도국 내 빈자리를 시용기자로 채웠다. 현재 보도국 내 필드를 뛰고 있는 기자들은 대개 파업 이후 채용된 경력기자다.
장기전으로 이어지고 있는 노사 소송 공방과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축소 보도 논란, 시청률 2%까지 떨어진 뉴스데스크 등 잡음이 끊이질 않는 MBC 내부 상황 속에서 해법은 있을까. 기자협회보는 이날 신임 MBC 기자협회장으로 선임된 왕종명 기자를 만나 MBC가 처한 상황과 보도 정상화에 대한 입장을 물었다.
-신임 기자협회장으로서 계획은.
“MBC 뉴스를 재건하는 게 목표다. 구멍가게도 매출이 안 나오면 업종을 바꾸든가 가게 문을 닫거나, 서비스 품질을 개선하는 등의 조치를 하지 않나. 변화 없이 간다는 건 자리를 연명하기 위해 뉴스를 볼모로 삼는 꼴밖에 안 된다. 상황적으로나 지표적으로 철저하게 망가졌다는 게 증명된 만큼 보도본부장과 보도국장의 퇴진이 상식이다. 또한 출입처 의존적인 기존의 취재 관행 등을 바꿔 시청자들의 신뢰를 되돌려야 할 때다.”
-구체적인 방안이 있나.
“기자협회는 기수별로 운영위원이 있다. 이들을 통해 구성원들의 의견이 전파되고 수렴됐으면 한다. MBC 뉴스가 실패한 원인을 진단하고, 개조 작업을 어떻게 해나갈지 내·외부 전문가와 시민들과 소통을 통해 진행할 것이다.”
-정권의 보도 개입 해법은.
“어떤 정권, 정당이 들어와도 그들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고유의 기능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 공정방송의 가치 속에서 우리가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돼야 한다. 계류 중인 방송법 개정안이 이를 담보할 수 있는 장치라고 믿고 있다. 정치 외적인 것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법적 시스템이 절실하다.”
-MBC의 해고자 복직 문제는.
“파업 이후에 벌어지고 있는 부당 징계, 해고에 대해 소송이 진행 중이다. 우리는 끊임없이 해고자 복직 요구를 할 것이다. 대법원이라고 계속 깔고 앉아 있을 순 없을 것이다. ‘다시 잘 해보자’는 의지와 함께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 우리 방식대로 요구할 것이다.”
-징계 받은 기자들이 다시 보도국 들어온다면 기존에 있던 보도국 경력공채 인력도 문제다. 어떻게 할 예정인가.
“MBC 재건 과정에서 분명히 기준을 마련해야 하는 문제다. 재건을 위해서는 시스템 변화가 필요하고 거기에 맞물려서 인사도 가능하지 않겠나. 본격적으로 논의할 시점이 올 거고 명확한 기준이 있어야 할 것이다.”
-MBC 후배들에게 한 마디.
“지난 4일 막내들이 만든 동영상을 보고 부끄러움과 미안함이 들었다. 난 MBC 뉴스의 가치를 경험했지만, 막내들은 MBC의 가치를 보고 입사했는데 와서 계속 추락하는 경험만 한 것 같아 안타깝다. 하지만 곧 후배들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올 것이고 그 시간을 당기기 위해 선배들이 고민하고 행동하고 있다는 걸 전하고 싶다. 마음의 상처를 빨리 거둬내고 MBC를 재건하는데 힘을 모으길 바란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