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편집국장(뉴스룸국장)이 창간 이래 한 번도 나오지 않았던 한국일보에서 성차별적 인사 기준과 처우, 조직문화 등을 총체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회사의 인사 기준 등에 대해 상당 구성원들이 ‘여성 국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일보지부는 12일 발행한 노보 <우리는 국장이 될 수 없는가, 여성 기자들이 묻는다> 기사를 통해 회사의 인사 기준에 대한 구성원 중론을 전했다. 지난 1월 조합원 대상 설문에서 뉴스룸·콘텐츠제작부서 응답자 41.6%(64명)는 이성철 사장의 주요 인사 기준으로 ‘여성 기자의 고위직 진출 배제’를 꼽은 바 있다.
한국일보지부는 노보에서 앞선 설문과 관련해 “취재 부분에서 절반가량이 여성인 기수가 최초로 뉴스룸국장 후보군 기수로 부상하자, 그 기수 전체를 아예 건너뛰는 결정을 내리면서 절대 여성국장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상당수 구성원들이 받아들인 것”이라며 “10년차 안팎 여성 기자들 사이에서 조차 ‘아무리 열심히 일하고 성과를 내도 우리는 국장이 될 수 없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라고 전했다.
실제 한국일보는 여성 편집국장이 창간 이래 나오지 않은 10대 종합일간지 4곳 중 하나다. 2005년 한겨레(권태선)를 시작으로 2013년 세계일보(황정미), 2016년 서울신문(김균미)·경향신문(김민아), 2017년 중앙일보(이정민), 2025년 조선일보(강경희)에서 여성 편집국장이 배출됐다. 국민일보, 동아일보, 문화일보, 한국일보에선 아직 전례가 없다.
한국일보지부는 이 같은 현실을 언급하며 “과연 고의성 없는 우연이기만 할까. 한국일보 사회부장 명단을 약 15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봐도, 불가피한 사유를 제외하면 뉴스룸국장 지명이 안된 기자는 단 2명, 모두 여성이었고 나머지 남성들은 모두 국장으로 지명됐다”고 지적했다.
최근 한국여성기자협회 집계 등에서 볼 때 한국일보의 고위직 여성 비율이 전 부문에 걸쳐 업계 평균을 밑돈다는 평가도 포함됐다. 지난해 말 조사에서 10개 중앙일간지의 전체 여성 임원 수는 51명 중 5명(9.8%))이었는데 한국일보는 0명이었다. 당시 4명(현재 5명)의 임원 모두 남성이었다. 10개 사의 국·실·본부장 중 여성 비율의 평균이 29.79%(47명 중 14명)인 반면 한국일보는 17%(6명 중 1명)에 머물러 있었고, 부국장급 인사에선 신문사 평균이 20.34%(59명 중 12명)였으나 한국일보에선 7명 중 0명이란 점도 언급됐다.
처우 역시 성차별적이라고 노조는 꼬집었다. 한국일보지부는 “노조 조사 결과, 1999년 장명수 사장 이후 한국일보 여성 기자 중 부장 직급보다 많은 임금을 받은 경우는 한 명도 없었다”며 “부문장과 실장 직책을 맡았던 여성 선배도 퇴사할 때까지 부국장 승진이 이뤄지지 않았다. 현재 부국장 대우의 여성 선배가 있지만 ‘대우’ 직급은 임금에 반영되지 않는다. (중략) 실장이라도 한국일보 여성은 부장 월급을 받는다”고 부연했다.
한국일보지부는 “국장 지명에서 여성 기자들이 포진한 기수를 건너뛴 것에서 알 수 있듯, 고위직 여성 인력이 부족하다는 말은 더 이상 통용되지 않는다. 본보 부장·팀장급 여성 비율은 27%로 업계 평균(31.9%)에 근접한 수준”이라며 “뉴스룸의 허리 단계까지는 역량을 갖춘 여성 기자들이 충분히 포진해 있음에도, 결정권을 쥔 상급 보직으로의 진입이 차단된 것이다”이라고 했다. 또 “다수의 여성 구성원들은 남성 후보자들이 뉴스룸국장 임명동의 투표에서 잇따라 낙마하는 상황에서도 여성 기자가 후보군에조차 오르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착잡함을 드러내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일보지부는 그러면서 “성비 불균형은 단순히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뉴스 가치를 판단하고 지휘하는 능력의 감소 및 시선의 비대칭을 의미한다. 동질적인 배경을 공유하는 남성 간부들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는 구조에서는 사회의 다원적 가치를 온전히 담아내고 여러 독자층에게 소구하는 저널리즘을 구현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