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감각과 활발한 소통으로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만들겠다.” 현직 중앙일간지 편집국장 가운데 가장 젊은 김영기 서울경제 편집국장은 젊다는 수식어에 부담을 느낀다면서도 ‘젊음’의 장점을 극대화하겠다고 했다.
김 국장은 취임 전부터 언론계의 이목을 끌었다. 상대적으로 낮은 연차(1994년 입사)로 편집국장 자리에 올랐기 때문이다. 현재 종합일간지, 경제지 편집국장 대부분은 1991년 이전 입사자다.
취임 일주일 만인 지난 10일 기자와 만난 김 국장은 “경륜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있겠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와 소통, 추진력으로 조직에 활력을 불어넣겠다”고 말했다.
김 국장은 이달 초 치러진 편집국장 신임투표에서 지지율 76%를 얻었다. 그는 앞서 열린 간담회에서 편집국 구성원들에게 10대 공약을 약속했다. 서울경제의 존립 의미 되찾기, 조직의 안정과 화합, 탐사기획팀 신설, 원칙 있는 인사 등이다.
그는 “큰 틀에서 보면 10가지지만 세세한 항목까지 포함하면 수십개”라며 “임기 내에 모두 지키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그러면서 “정견발표문을 항상 책상에 두고 실행한 것들을 파란 펜으로 지워나가고 있다”며 “이 종이가 파란색으로 가득 찰 것”이라고 확신했다.
김 국장은 공약대로 탐사기획팀을 신설했다. 경험 많은 고참기자에 팀장을 맡겼고 팀원은 선임기자 1명, 11년차, 10년차 기자 등으로 구성했다. 기존 2명이던 선임기자에 4명을 더 발령하기도 했다. 속보경쟁을 벗어나 깊이 있는 기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에서 나온 결과다.
온라인뉴스총괄 에디터 직을 신설하거나 중장기적 발전모델을 만들기 위한 TF 구성도 새로운 시도다. 신문 2면엔 ‘이야기’를 강조하는 새로운 코너도 선보였다. 김 국장은 “방향성을 잡으면 주저하지 않고 과감하게 실행하는 성격”이라며 “빠르더라도 정교하게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변화로 경제지를 바라보는 편향적 시각을 극복하고 싶다는 바람도 내비쳤다. 김 국장은 “경제지라면 무조건 기업을 두둔할 것이란 고정관념을 벗어나고 싶다”며 “시장원리를 추구하되 ‘따뜻한 시장’을 말하겠다. 경제·사회적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 소홀하지 않겠다”고 했다.
서울경제에서 기자 생활을 시작해 지금껏 자리를 지킨 그는 가족 같던 분위기가 언젠가부터 경직된 관료문화로 변질했다고 했다. 소통의 통로를 다시 만드는 게 자신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김 국장은 “부장단 회의에서 브레인스토밍하면서 회의시간이 예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기수별 대화도 시작했다”며 “토론하는 문화가 자리 잡길 바란다”고 말했다.
또 그는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일을 못 해서, 윗사람에게 다가가지 못해서, 조직의 발전 속도 때문에 혼자 아파하지 말아달라”며 “언제든 찾아와 함께 아파하고 기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