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부 기자의 자부심과 의무감이 13년 대장정 가능하게 만들었죠"

'20세기 이야기' 집필 끝낸 김정형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팀장


지난 한 세기 동안 역사의 한 획을 그은 국내외 주요 사건·사고와 인물 등을 총망라한 ‘20세기 이야기’(답다 출판)가 13년 만에 대장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그 주인공은 1988년 조선일보 조사부 기자로 언론계에 입문한 김정형 조선일보 독자서비스센터 팀장.


총 10권으로 구성된 20세기 이야기는 집필을 위해 공들인 시간뿐 아니라 분량부터 압도적이다. 200자 원고지 기준 2만4887장(책 페이지 기준 6220쪽)으로 ‘로마인 이야기’(총 15권)의 한국어판 원고량(2만1000장)에 견줄만하다. 지난할 수도 있는 작업을 김 팀장은 숙명처럼 받아들였다.


“2002년 11월 김태익 당시 조선일보 문화부장(현 논설위원)이 불러 ‘오늘의 소사’ 성격의 글을 신문에 연재하자고 제안했어요. 지면 사정상 원고지 7~8매에 담긴 했지만 그 의미, 원인, 결과 등을 상세히 소개하기엔 무언가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죠.”


1년 만에 신문 연재는 끝났지만 그 뒤로도 주간조선에서 2년(2004년 9월~2006년 8월)간 관련 글을 썼지만 아쉽다는 생각이 항상 머릿속을 맴돌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단권짜리 ‘20세기 교양사전’을 정리해보자는 생각에 뛰어들어 2004년부터 자료를 수집하고 원고를 쓰는데 불쑥불쑥 새로운 사실들이 튀어나오면서 욕심이 생겼죠. 욕심이 생기면서 10년 단위로 총 10권짜리를 만들어보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퇴근 이후 휴식이나 휴일을 반납하고 집필 활동에 매진한 결과, 작업에 파묻힌 지 8년 만인 2012년 12월 첫 2권(1960·1970년대)이 빛을 보게 됐다. “첫 두 권을 낼 때 전체 원고량의 80~90%가량이 완성됐지만 새로운 자료를 찾다보니 6~7개월마다 한권씩 책을 내게 됐습니다. 독자들의 관심도를 고려해 1960년대, 1970년대, 1980년대, 1990년대 순으로 갔다가 다시 1950년대부터 1900년대로 내려왔죠.”


열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듯이 한권 한권에 그의 땀과 고뇌의 흔적이 고스란히 묻어나 있다.
“1920,30년대가 글도 내용도 맘에 든 반면 1960,70년대는 책을 빨리 내야 한다는 생각 탓에 늘 아쉬움이 남죠. 힘든 작업이었지만 한 번도 포기해야겠다는 생각을 갖지 않은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반드시 마무리해야 한다는 의무감이 컸습니다.”


이처럼 이 책이 부담이 아닌 의무로 다가오는 것은 진영논리이나 당파성에 빠진 역사서가 많아서다. “젊은 기자들에겐 다소 낯설겠지만 조사부 기자는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해 누구나 활용하기 쉽게끔 만들어주는 게 역할이었죠. 그런데 역사서를 보면 당파성 혹은 진영논리에 따라 쓴 경우가 많습니다. 제 생각을 최대한 줄이고 양 진영의 주장을 소개하면서 독자들이 종합적으로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책을 썼습니다.”


그에게 이번 9,10권이 ‘20세기 이야기’의 마침표가 아닌 또 다른 목표를 위한 이정표다. “현재 8종의 국사 교과서에 나온 근현대사 내용을 청소년들에게 맞도록 한 단면이 아닌 양면을 소개하는 책 3권으로 이번 작업을 마무리하고 싶죠. 누가 보면 무식한 짓으로 볼 수도 있지만 조사부 출신이다 보니 이런 일에 익숙하고 그런 의무감의 연상선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창남 기자 kimcn@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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