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찾아가며 공부…선배들 도움 많이 받았죠"

이달의 기자상 3개월 연속 수상 전시언 경인일보 기자

전시언 경인일보 기자는 지난 3달 연속(2~4월) ‘이달의 기자상’ 수상자에 이름을 올렸다. 한 기자가 석 달간 연달아 기자상을 받는 일은 흔치 않다. 입사 3년차인 그는 “선배들과 경인일보라는 시스템 덕분”이라고 공을 돌렸다.


그에게 기자상을 안긴 기사는 탐사보도와 장기 기획물이다. 끈질긴 취재가 빛을 본 것이다. <학교용지부담금 반환 사태>는 5개월간의 추적 끝에 탄생했고, <전국 정수장 ‘저질 활성탄’ 납품비리>는 10개월간 관련 보도가 30여편에 달한다. 지난해 6월 기자상을 수상했던 <이천 SK하이닉스 주변 논 황폐화>는 취재 시작부터 첫 보도까지 1년2개월이 걸렸다. 이번 인터뷰도 지난 2일 부동산 관련 탐사보도를 위해 대구로 향하는 취재차량에서 전화통화로 이뤄졌다.


“저 혼자 탄 게 아니라 선배들과, 경인일보가 수상한 겁니다. 2월 수상작인 <아스콘 공장發 건강·주거권 경보>는 앞서 김순기 사회부장께서 보도했던 걸 기획으로 확장한 기사예요. 저는 취재팀 구성원으로 상을 받았고요. 다른 기사들은 제가 시작했지만 기자 한 명이 취재할 순 없었어요. 검찰, 법원, 국회, 지자체 등 각 출입처 선배들과 팀을 꾸렸습니다.”



어느 하나 쉬웠던 취재는 없었다. 생소한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도서관, 전문가를 찾아가며 공부했다. 관계자들과 기업, 정부기관의 비협조적 태도에 숱하게 부딪히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선배들은 방패막이가 되어주었다. “불편한 기사들이잖아요. 실제로 보도 후에 구속된 사람들도 많고요. 취재과정에서 외부 압력도 있었을 텐데, 선배들은 후배가 원하는 취재를 모두 할 수 있게 해주셨습니다.”


선배들에게 배운 점도 많다. 그는 “기사 숙성시키는 법”을 익혔다고 했다. “입사 초기엔 제보를 받으면 빨리 보도해야 한다는 조급함이 있었어요. 단독을 뺏기면 어쩌지 하고요. 하지만 확실하게 공부하고 증거를 찾아야 기사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걸 배웠습니다. 물론 바로 보도해야 할 주제도 있지만, <SK하이닉스 논 황폐화> 기사는 취재 1년이 지나면서 더 좋아졌거든요.”


연속 3개월의 기자상 수상은 ‘기자를 계속해도 된다’는 확신을 줬다. 지난 3년간 기자로 살아오며 문득 ‘잘 하고 있는 건가’라는 의문이 들 때가 있었다. <정수장 ‘저질 활성탄’ 비리> 보도로 구속된 관계자들의 재판에 증인으로 섰던 날이 그랬다. “제 앞에 그분들이 앉아있는데…. 기자 생활 못 하겠더라고요. 그래도 상을 타고나니 ‘공익을 위해서였다, 열심히 했다’는 걸 인정받은 것 같아 마음이 놓였습니다.”


전 기자는 이웃의 이야기를 바로 옆에서 듣는 기자가 되겠다고 했다. “한국 OECD 자살률 1위보다 우리동네 슈퍼에서 아이스크림 90% 세일한다”처럼 시민들에게 와 닿는 기사를 쓰겠다고 덧붙였다. “웹툰이 원작인 드라마 <송곳>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시시한 약자가 시시한 강자와 싸우는 것.’ 이 싸움에 끼는 게 기자가 해야 하는 일 아닐까요?”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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