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새 사장, 저널리즘 원칙 지키는 개혁적 인물이어야"

<김연국 언론노조 MBC본부장>
노조 상대 소송남발 경영진에 배임죄 등 법적 책임 묻겠다
조합원 설문·심층면접 바탕, 세월호·국정농단 등 백서작업
보도 공정성 위한 규약 편성하고 내부 토론 활성화 시스템 구축

“총파업 72일째를 맞은 오늘 김장겸 사장의 해임으로 MBC 정상화의 발판이 마련됐음을, 우리 총파업이 승리했음을 국민에 정식으로 고합니다.” 그는 결국 울컥했다. 투쟁의 기록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는 순간이다. 72일간의 파업 동안 그의 어깨는 유독 무거웠다. 해직 상태를 5년째 이어가고 있는 선배들, 상암동 밖으로 떠돌이 생활을 한 동료들, 자괴감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는 후배들까지 모두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이 품어야 할 존재였다.


비장한 각오로 시작된 싸움은 승리로 끝이 났다. 아니, 이제 시작이다. ‘MBC 정상화 과제’는 여전히 살아 있다. 파업은 끝났지만 내부에 적폐 간부들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개혁을 일궈낼지 고민이다. 기자협회보는 14일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두 달간의 총파업을 마친 김 본부장을 만나 향후 방안을 물었다.


김연국 전국언론노조 MBC본부장이 지난 8월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열린 ‘언론개혁 쟁취를 위한 언론노조 총력투쟁 선포식’에서 김장겸 사장 퇴진을 촉구하는 모습.			  (뉴시스)

-향후 투쟁 방안에 대해서.
“총파업은 15일 오전 9시부터 철회하고, 보도, 시사, 아나운서 부문은 제작거부를 이어갈 방침이다. 유배지를 폐쇄하고 파업에 동참한 조합원들도 상암동에 머물며 조합 활동을 이어나간다. 제작거부 기간 동안 모든 조합원들은 앞으로 새 경영진이 와서 망가진 뉴스를 어떻게 재건할 지 머리를 맞대고 토론하는 시간을 가질 것이다.”


-비파업자들과의 갈등 문제는.
“이번 파업은 방송 종사자로서 당연한 의무였다. 파업에 참여하지 않은 사람들은 부역 행위를 했거나 그런 부역행위를 방조, 침묵한 사람들이 대다수다. 이 사람들은 사규에 따라 엄정하게 징계해야 한다고 본다. 경영진은 또한 수많은 노동법 위반 행위를 저질렀다. 노조를 상대로 소송을 남발하며 국민의 자산을 소송비로 남용했다. 이와 관련해 배임죄 등 법적 책임을 끝까지 묻겠다.”


-해직자 문제가 남아 있는데.
“해직 문제는 고법 판결이 나온 지 2년이 넘도록 대법원 계류 상태다. 대법원은 더 이상 정치권의 눈치를 보지 말고 법리에 따라 정의를 실현하길 바란다. 새 경영진 또한 대법원 판결에 기대지 않고 풀 방법이 있다. 사측이 상고를 취소하면 된다. 다만 2심 판결이 언론 노동 문제에 있어서 의미 있는 판결인 만큼, 대법까지 기다리는 게 좋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직 언론인들과 논의해서 풀어갈 계획이다.”


-방송장악 백서 작업 등 뉴스혁신에 대해서.
“세월호와 촛불, 국정농단, 뉴스사유화 등 10여개의 이슈와 관련해 보도부문 조합원들의 설문과 심층 면접을 바탕으로 백서를 완성해 나가고 있다. 기자와 카메라기자, 영상편집 등 총 130여명의 보도부문 조합원이 참여했다. 이달 말쯤 보도부문 조합원 전체를 대상으로 공유할 계획이다. 백서 작업은 권력의 방송장악 역사에 대한 기록 내지는 MBC가 왜 그렇게 쉽게 무너질 수밖에 없었는지 스스로에 대한 반성이기도 하다.”


-새 사장 선임 절차와 바라는 점은.
“정부와 정치권은 MBC 사장 선임에서 손 떼야 한다. 공영방송 사장은 정치적 독립과 저널리즘에 대한 확고한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리고 적폐를 확실히 청산할 수 있는 개혁적인 인사여야 한다. 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런 과제를 추진함에 있어서 국민과 내부 종사자의 신뢰를 이끌어내는 사람이어야 한다.”


-MBC 개혁 방안은.
“보도 공정성과 제작 자율성을 위한 규약을 편성할 것이다. 또한 조직의 관료주의를 떨쳐내고 내부 토론을 활성화하는 등 합리적인 의사 시스템을 구축하겠다. 좋은 제작 환경을 만들지 않고는, MBC에 미래가 없다. 비정규직의 처우 개선도 도모하겠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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