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새노조, "이인호 이사장 당신이 파업 이유다"

지난 15일 이 이사장 '고대영 지키기' 발언 반박

이인호 KBS이사장이 “새노조는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상황”이라며 고대영 사장 퇴진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혔다. 언론노조 KBS본부(새노조)는 불공정 보도 등 KBS현 상황의 근원으로 이 이사장을 지목하며 '고대영 지키기 선언'이라고 일축했다.


이인호 KBS이사장은 지난 15일 KBS 임시이사회에 앞서 입장문을 내고 사장퇴진 요구와 총파업 상황과 관련 “우리 방송문화의 견인차였던 KBS가 거대한 공룡처럼 스스로의 몸도 가누기 어렵게 된지는 훨씬 오래된 일”이라고 말문을 열었다.


이 이사장은 “사태의 연원에 대한 설명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 중 가장 결정적인 원인은 방송사가 정치권력의 부당한 간섭을 막아내지 못하고 권력을 견제한다는 명분 아래 방송노조 스스로가 정치권력화 함으로써 방송인들이 방송인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기 시작한 데 있다고 저는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KBS와 함께 공영방송의 양대 축이었던 MBC 김장겸 사장이 11월13일 임기 2년 반을 앞두고 강제퇴출 당한 것이 가장 비근한 사례”라고 덧붙였다. 공정보도 등을 요구하며 총파업을 진행 중인 KBS구성원들이 '고대영 사장, 이인호 이사장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면 이 이사장은 현 상황의 근원으로 노조를 지목한 것이다.  

이인호 KBS이사장이 지난 9월 영화 '공범자들' 관람 후 KBS구성원들과 마주한 모습. (새노조)

이 이사장은 노조에 이어 현 정부에 대한 비판도 가했다. 이 이사장은 “정부가 ‘적폐청산’이라는 포괄적 구호 아래 옛 공산당의 ‘정적 숙청’을 상기시킬 정도로 국가권력을 무소불위로 동원하는 위협적인 모습을 보이는 데도 민노총의 산하기구인 ‘언론노조 KBS본부’ 일명 새노조는 방송장악 계획을 실천에 옮기려는 새 정권의 홍위병 노릇을 자처하는 상황”이라고 했다. 구성원들의 퇴진요구는 “사장이 노조나 정부의 압력으로 임기 전에 밀려나는, 방송의 자율과 독립성에 직접적으로 저해가 되는 나쁜 선례가 또 하나 추가될 뿐”이라고 했다.


이 이사장은 그러면서 KBS사장 임기 보장·방송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 이사장은 “입법권을 갖고 계신 국회의원들에게 호소한다. 방송법 개정을 서둘러 달라”며 “시청자-국민 전반의 신뢰와 지지를 받는 이사진과 사장이 정치권의 개입 없이 선출될 수 있게 선거인단 규모를 확대 개편하고 소신껏 일할 수 있도록 선출된 사람들의 임기를 보장하는 것이 관건일 것”이라고 했다.


KBS이사들의 법인카드 사적사용 의혹에 대해서도 이 이사장은 입장을 밝혔다. 그는 “문재인 정부에 호소한다. KBS사장과 이사장, 그리고 일부 이사들을 강제 퇴진 시키기 위해 그들 주변을 괴롭히거나 그들을 범죄자로 엮으려 하는 비열한 행위를 즉시 중단시켜 달라”고 했다.


이 이사장의 이 같은 발언들은 최근 고대영 사장이 “방송법 개정이 되면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입장을 밝힌 것과 궤를 같이 한다. 방송법 개정과 자신의 거취를 연관지은 이 같은 발언에 KBS구성원들과 여당에서는 ‘시간끌기’, ‘임기보장’을 위한 꼼수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낸 바 있다. 법안이 당장 통과돼도 새 사장 선임까지는 6개월이 더 들어 임기를 대부분 채우게 되고, 일부 조항 때문에 여야 간 논의가 한없이 지체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KBS일부 이사들이 법인카드를 애견활동에 이용하는 등 사적유용 의혹이 제기되며 감사원은 감사를 진행 중이다. 이사의 비위가 드러나 해임까지 이르게 될 경우 KBS사장 해임이 가능한 이사회 구도가 될 수도 있다.


새노조는 이 이사장의 입장문을 ‘고대영 지키기’로 보고 즉각 반박하고 나섰다. 새노조는 같은 날 낸 성명에서 “우리의 파업 이유는 이인호 이사장 당신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권의 사전 낙점을 그대로 이어받아 KBS사장에 앉힌 당신이 KBS를 망쳤다.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시절 두 번이나 구성원들에게 탄핵당한 불량 인사를 사장에 앉힌 건 이인호 이사장 당신”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인호 이사장과 고대영 사장의 동거가 시작된 2015년11월 이후 추락은 더욱 극심하다”며 “국민들은 더 이상 KBS를 믿지 않는다. 우리의 파업 때문이 아니라 박근혜의 국정농단에 눈감도록 KBS를 망쳐 놓은 당신 때문이다. 더구나 평창올림픽 방송이 망가지든 재난재해 방송을 못하든 아랑곳하지 않은 채 알량한 임기나 채우며 업무추진비, 조사비나 챙기고자 하는 건 이인호 이사장 당신”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새노조는 KBS이사 법인카드 사적사용 의혹에 대한 감사원 감사를 이 이사장이 비판한 데 대해서도 적극 반박했다. 이들은 “부끄러운 줄 아시라. 국민이 낸 수신료로 업무추진비를 만들어줬더니 온갖 비싼 식사로 배채우고 강아지 키우는데 쓴 이사들 아닌가”라며 “직원들은 법인카드로 1000원을 써도 누구와 왜 썼는지 소명해야 하는데 이사들은 무슨 특권이라도 있는가. 업무가 아닌 개인용도로 썼으면 이에 따른 마땅한 처분을 받아야 하는 건 당연한 이치”라고 지적했다.


새노조는 “친일을 옹호하고 독재를 미화해 온 이인호 이사장 당신은 그간의 행실과 언행만으로도 공영방송 이사장 자리는 가당치 않다”며 “김장겸이 고대영의 미래이듯 곧 닥칠 이인호 이사장의 미래는 고영주임을 깨닫기 바란다”고 강조했다.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