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방송' 깃발 아래 최남수씨와 함께 하기를 거부합니다"

YTN노조, 최남수 사장 내정자 자진사퇴 촉구

“'언론개혁''공정방송' 실현이라는 한 깃발 아래 최남수 씨와 함께 하기를 거부합니다. 당신을 믿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믿을 수 없습니다. IMF 외환위기 때, 이명박 정권이 방송 장악을 노골화했을 때, YTN이 크게 휘청거릴 때마다 뛰쳐나간 이를 어떻게 믿습니까. 최남수씨가 최우선 과제로 내세운 YTN 바로 세우기, 당신이 물러나는 게 그 첫 단추가 될 겁니다.”(2013년 입사자 15기 성명 )

 

두 번이나 탈영했던 탈영병이 최고 지휘관이 되겠단다. 우리는 당신의 처세술과 능력 따위엔 관심 없다. 오로지 YTN 안의 적폐 청산과 공정방송이 우리의 관심이다. 당신은 적임자가 아니다. 통합을 이야기하지만 오히려 분란을 일으키고 있다. 최후 통첩이다.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 수치스럽게 들이대지 마라.” (1996년 입사자 4기 성명 중)

 

17일 서울 상암동 YTN 로비에서 열린 최남수 사장 내정자 자진사퇴 촉구 집회.

지난 89년 만에 해직기자들이 복직하며 또다시 YTN에 투쟁의 바람이 불지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이제 고난은 없고 나아갈 일만 있을 줄 알았다. 그런 YTN 기자들의 손에 다시 피켓이 자리했다. 이제는 사장 내정에 대한 반발이다. 17일 서울 상암동 YTN 사옥 1층 로비에는 80여명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 조합원들이 모여 최남수 내정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 14일에 이은 두 번째 사내 집회다.

 

대다수의 기자들은 최 내정자를 개혁에 맞지 않는 인물로 보고 있다. 지난 이명박 정부 하에서 공정방송을 외치다 해고와 정직 등 징계를 받고 상처를 이어온 YTN으로서는 적폐를 청산할 수 있는 혁신적인 인사가 사장으로 와야 하는데, 최 내정자가 적합하지 않다는 평가다. 이들은 “YTN에 적폐청산이 없으면 미래가 없다며 최 내정자의 선임을 강력하게 반발했다.

 

특히 사장 선임 과정에서 해직기자 출신인 노종면 기자에 이어 우장균 기자마저 사장직에서 탈락한 것을 두고 내부에 음해세력이 조직적으로 활개치고 있다는 얘기마저 나온다. 박근혜 정권 당시 적폐 인사가 해직기자만은 막자는 생각으로 외부인의 사장 선임에 공을 들였다는 지적이다. 최 내정자가 오면 줄대기를 할 가능성도 있기 때문에, YTN으로서는 결코 용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박진수 전국언론노조 YTN지부장은 최 내정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여러 후배들이 지원하라고 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 후배들이 누군지 추정해보면 노조의 대척점에 서 있거나 또는 회사에서의 자리보전을 원하거나, 개인영달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추천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서상의 문제도 있다. 상처받은 YTN 조직을 하나로 봉합하기 위해서는 적폐를 청산하고 보듬는 작업도 필요한데, 구성원들의 신뢰를 받지 못하는 인사가 사장으로 오면 분열이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최 내정자는 해외 연수와 머니투데이방송 이직 등을 이유로 회사를 두 차례 떠나며, 구성원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박 지부장은 "청산의 주체는 도덕적으로 우월한 집단이어야 한다. 최남수 내정자가 과연 적폐를 청산할 수 있겠나"고 비판하며 최 내정자의 자진사퇴와 이사회 해체를 촉구했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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