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구성원들이 '음수사원' 휘호 내린 까닭은

세월호 리본 담긴 현수막 내걸어

MBC 사옥 로비에 걸려있던 음수사원 굴정지인’(물을 마실 때에는 그 근원을 생각하고, 우물을 판 사람을 생각하며 감사해야 한다) 액자가 사라졌다. 대신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우리는 포기하지 않는다는 글귀가 담긴 세월호 추모 현수막이 자리했다.

 

전국언론노조 MBC본부는 21일 점심 집회에서 1층 로비에 걸려있는 액자를 세월호 현수막으로 가리는 작업에 착수했다. MBC본부는 총파업 중단 후 첫 사내 집회를 개최하고 집회 말미에 문제의 휘호를 덮어 가리는 순서를 진행했다세월호 리본이 선명하다. 오직 시청자만 생각하며 MBC 정상화에 매진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MBC본부가 21일 점심 집회에서 '음수사원 굴정지인' 대신 세월호 추모 현수막을 내거는 작업을 실시했다.

음수사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수장학회에 내린 휘호로, 지난 2014MBC가 상암동으로 이전하면서 로비에 내걸리며, 김재철-안광한-김장겸 등으로 상징되는 적폐 체제를 의미하는 문구로 알려져 왔다. MBC의 한 기자는 상암 시대를 열면서 당시 안광한 전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은 이 현판을 사옥 로비에 내걸고 기념촬영까지 했다. 마시는 물의 근원을 생각하라는 건데 경영진의 말을 잘 들으란 의미가 아니겠나고 지적했다.

 

지난 13일 김장겸 전 사장이 해임된 이후 MBC는 총파업을 종료하고 정상화 작업에 한창이다. TV뉴스에서는 김 전 사장의 슬로건인 품격있는 방송문구가 삭제됐고, 지난 20일부터 재개된 라디오 방송에서는 시선집중진행자가 신동호 대신 변창립 아나운서로 대체됐다. 변 아나운서는 84년에 입사한 최고참 앵커로, ‘다시! 만나도 좋은 친구가 되겠습니다란 문구가 담긴 현수막을 걸고 방송에 나섰다.

 

세월호 추모 리본 현수막이 걸린 MBC 본사 로비.

보도와 시사분야에서는 제작거부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기자들은 뜻을 모아 뉴스혁신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9년간 보도 참사를 기록하는 백서 작업을 진행 중이며, 다음 달 중순께 보고서를 내놓을 계획이다. 보고서에는 그동안 135명의 내부 기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심층 설문 결과와 국내외 관련 자료 및 전문가 의견을 취합한 내용이 담긴다. 내용은 영상 취재 정치, 선거, 여론조사 경제, 노동, 환경 재난, 사건사고 수사, 재판 인권, 양성평등, 장애인 등 소수자, 문화적 다양성 북한, 외교, 국제 등 10개 분야에 이른다.

 

MBC 뉴스의 재개를 알리는 콘텐츠을 만들기 위한 특별취재팀도 구성됐다. 민실위에서는 모니터링단을 구성해 매일 오전마다 김장겸 체제 내 보도물(뉴스와 큐시트)에 대한 감시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MBC 언론인들이 새 수장을 맞이하기 위해 분주한 하루를 보내고 있는 가운데, 차기 사장에 누가 선임될지도 관심사다. 20일부터 오는 27일까지 공모 중인 MBC 사장직에는 현재 해직PD 출신인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가 공식 출마를 선언한 가운데, 이우호 전 MBC 논설위원실장과 임흥식 전 MBC 논설위원 등 MBC 전현직 인사가 출마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이진우 기자 jw85@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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