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지는 '평창 동계올림픽'… 강원도 기자들이 뛴다

[지역언론 리포트] (1)강원도

1년전부터 대규모 특별취재단 구성 , SNS 통해 실시간 뉴스·영상 선보여
“평창올림픽과 함께 감동도 전하겠다” 지역언론 특색 살린 밀착취재 기획
숙박요금 등 부정적 시선 안타깝지만 스포츠대회 넘어선 평화의 장 기대



20년의 기다림…드디어 다가온 ‘그 날’
평창동계올림픽은 강원지역 기자들에게 꿈의 무대다. 3번의 도전, 20년 가까운 기다림 끝에 그날이 다가왔다. 개막(2월9일)을 29일 앞둔 지난 11일, 춘천에서 만난 강원도 언론사 올림픽담당 기자들의 표정엔 설렘과 긴장이 묻어났다. 이들은 ‘내 집 앞마당에서 올림픽을 취재한다’는 사명감을 안고 카운트다운에 돌입했다.


험난했던 유치 과정부터 개최지 확정, 경기장이 지어지고 도로·철도가 놓이기까지. 평창올림픽의 역사와 함께한 강원지역 언론사들은 들뜬 분위기다. 1년여 전부터 특별취재단을 만들어 올림픽에 집중해왔다.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는 각각 25~30명 규모로 취재단을 꾸렸다. 춘천본사 기자 수의 2/3에 달할 정도로 올림픽에 사활을 거는 모습이다. G1강원민방도 기자 10여명이 올림픽 취재에 나선다.


3번의 도전, 20년의 기다림 끝에 평창동계올림픽이 오는 2월9일 개막한다. 평창올림픽은 선수뿐 아니라 강원지역 기자들에게도 꿈의 무대다. ‘내 집 앞마당에서 올림픽을 취재한다’는 사명감을 안은 이들의 활약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사진은 평창올림픽을 맞이하는 강원도민일보(왼쪽)와 강원일보의 1월2일자 1면. 개막이 가까워진 만큼 기자들은 더 분주하다. 취재시스템 점검과 사전 취재로 눈코 뜰 새 없다. 선발 취재단은 경기장과 프레스센터가 있는 평창, 강릉에 일찌감치 자리를 잡았다. 특히 지역 일간지들은 지면기사뿐 아니라 홈페이지와 SNS에서 실시간 뉴스, 사진, 영상, 그래픽 등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선보인다.


대회기간 평창 메인프레스센터에선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등 지역 언론사를 포함해 세계 각국 언론사 812곳, 언론인 2855명이 활약한다. 강릉에 마련된 미디어센터에서도 국내외 언론사 기자 1000여명이 올림픽 소식을 생생하게 전달한다.


북한 참가로 올림픽 열기 다시 타올라
강원도 인구는 155만명, 우리나라 전체의 3%에 불과하다. 강원도 경제비중은 더 작은 1%대다. 평창올림픽 개최 확정 후 경기장과 문화시설들이 들어섰고 곳곳에 도로가 깔렸다. 지난달 서울-강릉간 KTX도 개통했다. 강원도민들이 평창올림픽을 기다려온 이유다. 강원도에선 이제야 기본적인 사회기반시설이 구축됐다는 반응이다. 올림픽 유치로 지역발전이 50년 앞당겨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강원도 언론들은 이같은 여론과 한 목소리를 내왔다. 그러나 분산개최론, 시설 사후관리 방안에선 중앙 언론의 시각과 충돌했다. 또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 여파로 올림픽 마케팅 활동에 차질이 빚어졌고, 강원도 숙박업소 바가지요금 논란으로 또 한 번 타격을 입었다.


수년간 평창올림픽을 취재해온 김기태 G1강원민방 기자는 “오래 기다린 만큼 도민들에게 커다란 기대감을 줬던 평창올림픽이 국정농단으로 부정적인 시선을 받는 게 안타까웠다”며 “바가지요금은 저희도 비판해왔지만, 중앙 언론에선 이 부분만 부각된 것 같아 아쉬운 면도 있다”고 설명했다.


강원도민일보 평창동계올림픽 취재단이 평창 메인프레스센터(MPC)에서 회의를 하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제공) 이대로 사그라지는 듯 했던 평창올림픽의 열기는 이달 초 북한의 참가 결정으로 다시 타올랐다. 평창은 스포츠대회를 넘어 한반도 평화의 장이 됐다. 세계 유일의 분단도인 강원도에서 만날 남북 기자들의 모습도 기대를 모은다. 박지은 강원도민일보 기자는 “북한 기자들에게 우리 MPC 부스를 함께 사용하자고 제안하고 싶다”며 “분단도인 강원도여서 더 큰 의미가 있을 것 같다. 그날이 기다려진다”고 말했다.


김인성 강원영동MBC 기자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 소식 이후 강릉 미디어센터 취재등록이 늘었다고 한다. 올림픽이 빚어낼 수 있는 이슈 중 북한, 평화가 가장 크다는 것”이라며 “유치 과정, 개최 이후까지 미흡한 구석이 많지만 통일을 향한 발걸음이 여기서 시작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평창 올림픽, 기자들에겐 꿈의 무대
기자들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개막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강원도민일보 특별취재단장을 맡은 송정록 부국장은 감회가 더 새롭다. 지난 1999년 7월15일 ‘강원도의 동계올림픽 유치 추진’을 최초 보도했던 기자이기 때문이다. 당시 7년차였던 그는 19년의 세월이 흘러 취재단을 총괄하는 자리에서 평창올림픽을 직접 마주했다.


송 부국장은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평창올림픽에 모든 화력을 집중하겠다”며 "전세계 유수 언론사들과 함께 취재하며 국제적인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도 목표"라고 말했다.


이태영 강원일보TV 영상기자는 “평창올림픽 취재라는 꿈을 이뤘다”면서 활짝 웃었다. 강원일보TV는 특히 현장을 더욱 생동감 있게 전하기 위해 VR과 드론을 활용한 영상제작에도 신경을 써왔다.


이 기자는 “앞마당에서 열리는 세계적 대회여서 다른 지역이나 서울 언론사 기자들과는 마음가짐이 다를 것”이라며 “올림픽이 끝나도 도민들 마음속에 열기가 계속될 수 있도록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김호석 강원도민일보 체육부 기자는 평창올림픽을 ‘기회’라고 표현했다. 경기장과 각종 시설이 지어지는 과정, 국내외 국가대표 선수와 감독, 다양한 경기를 취재하며 기자로서 값진 경험을 쌓았다.


다만 기자이기 전에 강원도민으로선 걱정이 앞선다. 그는 “2016년 첫 테스트 이벤트로 정선에서 알파인스키 월드컵이 열렸을 때만 해도 열악한 환경이었는데, 점점 시설이 갖춰지는 걸 보니 설레였다”면서도 “손님들을 잘 맞이해야 한다는 걱정도 든다”고 했다.


11년차 김기태 G1강원민방 기자에게도 세계적 메가이벤트를 처음 경험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다. 그럼에도 김 기자는 “전국 인구의 3%밖에 되지 않는 강원도민들이 올림픽을 훌륭하게 치른다면 국민 모두가 해낼 수 있는 일 아닌가”라며 “올림픽을 통해 희망을 줄 수 있는 보도를 하고 싶다”고 바람을 내비쳤다.


기자들은 쏟아지는 뉴스 속에서 개최지역 언론으로서의 차별화도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경기 내용보다 손님을 맞이하는 도민들의 모습, 올림픽이 지역에 미치는 영향, 남겨질 유산 등 지역언론의 특색을 살린 밀착형 취재에 초점을 맞춘다는 것이다.


강원일보 평창동계올림픽 특별취재단이 춘천 강원일보사에서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강원일보 특별취재단인 오석기 문화부장은 “경기·선수에 집중하는 중앙 언론과 똑같은 기사 쓰려면 지역 언론사가 이렇게 대규모 취재팀을 만들 이유가 없다”며 “대회 주변에서 벌어지는 일, 봉사하는 도민들, 감동적 장면을 중점으로 다룰 것”이라고 밝혔다.


송혜림 강원도민일보TV 기자는 “외국인을 인터뷰할 때 ‘로컬 프레스(Local Press)’란 표현을 했는데 대부분 못 알아듣더라. 로컬(지역)을 붙이지 않고 ‘저널리스트’면 된다는 걸 나중에야 알았다”며 “강원도엔 올림픽뿐 아니라 열심히 뛰었던 지역 언론인들도 있었다는 걸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무형의 올림픽 유산을 만드는 노력은 이미 수년전부터 이어져왔다. 강원일보는 ‘올림픽 트레킹 로드’를 조성해 강원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소개했고, ‘미·인(미소짓고 인사하기) 캠페인’ 등도 벌여왔다. 강원도민일보는 올림픽 핵심의제로 ‘평화’를 선정하고 국내외 인사 1만2000명의 메시지를 동판에 새긴 ‘평화의 벽·통합의 문’을 제작했다.


올림픽이 끝나면 유산뿐 아니라 경기장 사후관리에도 본격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지역 언론인들의 역할은 대회기간 보다 폐막 이후에 더 중요해질 것이다.


강원일보 특별취재단장인 김창우 부국장은 “올림픽이 끝났다고 취재가 끝나는 게 아니라 그때부터 시작”이라며 “경기장, 각종 시설, 도로, 기차 같은 사회기반시설과 함께 올림픽이 남긴 문화유산을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는 방향과 대안을 제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 부국장은 "강원일보 73년의 역사에 걸맞은 보도를 해야 한다는 부담, 중앙 언론과 차별화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 탓에 매일매일 살얼음판을 걷는 느낌"이라면서도 "도민들을 위한 보도, 손님들에게는 '강원도에 가보고 싶다'는 느낌을 주는 뉴스를 전하겠다"고 밝혔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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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산불·홍수·폭설에 등반객 안전사고까지
기자들 1년 365일 분주


일상이 된 폭설…무릎까지는 와야? 
“적설량 20cm가 눈폭탄? 폭설이라기엔 애매한데….”
지난주 충남·호남·제주의 폭설 소식에 강원도 기자들이 보인 반응이다. 전국에 올해 첫 한파경보·주의보가 발효됐던 지난 11일 서해안엔 최대 20cm가 넘는 눈폭탄이 쏟아졌다. 이 지역 기자들은 하루 종일 날씨 관련 뉴스를 내보냈지만 강원도 기자들에겐 큰 기삿거리가 되지 않는다. 강원도에선 10~20cm 내리는 건 눈으로 치지도 않고 ‘감자밭에 물 좀 주나보다’ 하는 정도란다. 적어도 무릎까지는 쌓여야 눈이 왔다고 여기는 동네다.


눈이 워낙 많이 내리는 탓에 취재하러 갔다 눈길에 고립된 사연은 흔히 접할 수 있다. 폭설뿐 아니라 빈번한 대형산불, 태풍, 홍수 등 자연재해도 기자들의 일상이다.


박영서 연합뉴스강원 기자는 강원도의 계절별 사건사고 기사 유형을 설명했다. 박 기자는 “봄·가을 건조한 시기에는 영동지역에 산불이 많이 난다. 지난해에도 강릉삼척에 대형산불이 났었다”며 “여름에는 인파가 몰리는 해수욕장 길목의 대형 교통사고, 익사사고에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등산철에는 설악산 등반객도 신경써야 하고 접경지역의 군부대 관련 사고들도 있다”며 “일반적인 사건사고는 적은 편이지만 강원도 특성에 따라, 계절마다 하나하나 챙겨야 할 것들이 많다”고 덧붙였다.

아우르기 어려운 민심, 지역일간지도 2곳뿐
강원도 기자들은 지역민심을 하나로 묶기 어렵다고 말한다. 태백산맥을 경계로 영서와 영동으로 갈라지고 또다시 내륙(춘천·평창·원주·횡성·홍천), 동해안(속초·양양·동해·삼척), 폐광지(영월·태백·정선), 북한접경지(철원·양구·화천·인제) 등 4개 지역으로 나뉜다. 지역마다 정서와 말투도 다르다. 크게 두 지역으로만 보면 수도권과 가까운 영서(춘천, 원주)는 개방적이고 유한 성격, 태백산맥 안쪽인 영동(강릉)은 무뚝뚝 스타일에 강한 어투를 가지고 있다.


인구 28만명인 춘천이 도청소재지이긴 하지만 인구수로 볼 때 원주(32만명), 강릉(23만명)과 힘을 나눠가진 형국이다. 도에 광역시가 없는 데도 MBC가 춘천, 원주, 강원영동(강릉·삼척 통합) 등 3곳인 것도 이를 뒷받침한다.


김정호 강원도민일보 기자는 “강원도는 면적대비 인구수가 적고 지형적인 스펙트럼이 넓은 게 특징”이라며 “지역마다 정서, 문화가 다른데 본사(춘천)에 있는 기자로서 쟁점을 중재해야 할 때가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강화길 춘천MBC 부장은 “그중 도청과 공공기관, 언론사가 모여 있는 춘천은 정적인 도시”라며 “기업기반이 아니라 공직사회 중심이기 때문에 춘천에는 공무원과 기자만 있다는 말도 있다”고 했다.


오랫동안 자리 잡은 지역 일간지가 강원일보, 강원도민일보 두 곳밖에 없다는 것도 강원도의 특징이다. 기자들은 △광고주인 기업체가 많지 않은 점 △열악한 사회문화경제 인프라 △18개 시군의 여론을 아우르기 어렵다는 특성 △복잡한 배달망 구축 △타지역 언론사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 등을 이유로 신생지가 기반을 닦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의견을 냈다.

김달아 기자 bliss@journalist.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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